두오모 성당은 성당의 모습도 무척 아름답지만 그 앞에 넓게 만들어진 광장에도 볼거리가 있다. 그 가운데는 스카프를 파는 사람들이 있는데, 주로 중동지역 이민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지각색의 스카프를 제 몸에 걸치고 서서 사람들을 호객한다.
처음에 두오모 성당을 둘러보기 위해 그곳에 도착한 두사람은 그들의 정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다가 퇴짜를 맞은뒤에야 그들의 역할을 짐작하게 된다....
바로 이 여인도 두오모 성당 앞 광장에서 스카프를 파는 여러 상인들 중 한 사람이다. 두오모 성당에 줄을 섰다가 입장을 거부당한 이유는 바로 한여자의 불량한(?)옷차림때문이었따.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에 하나둘 벗어 젖히다보니 어느새 그곳에 도착했을 때 한 여자는 짧은 반바지와 민소매 셔츠 차림이었는데, 바로 그 차림이 문제였던 것이다. 신성한(!)장소인 성당에 들어가는 사람으로서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한 여자 외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민소매이거나 너무 짧은 치마나 바지 차림 따위때문에 입장을 거부당하고 당황하고 있을 때 위 사진속의 여인이 다가와 색색깔의 스카프를 보여주며 이렇게 두르라는듯한 몸짓을 해보인다! 그들이 성당 앞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물건을 파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노출이 심한 복 장으로 성당 입장을 거부당한 사람들은 그들에게 하나씩 스카프를 사서 어깨에 두르거나 허옇게 드러난 맨다리를 가리기 위해 스커트처럼 허리춤에 두르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 다시 줄을 서면 성당 입장이 허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두 사람은 황당한 기분을 느꼈다. 처음, 민소매 차림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뒤 두 사람은 황당해하다가 싸구려 스카프 하나를 샀다. 그리고 그것을 어깨에 두르고 다시 서둘러 줄을 섰으나 두번째도 다시 거부당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한 여자의 짧은 바지가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결국, 두 사람은 앞으로 소용이 없을 것이 분명한 스카프를 두장씩이나 사는 대신 근처의 기념품숍에서 반팔 티셔츠사서 입고 먼저 샀던 스카프를 허리에 두르기로 결정했다.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지만 두 사람뿐 아니라 한 여자와 같은 경우의 모든 관광객들은 그런식으로 스카프를 구입하는 것이었다...어찌보면 성당 출입을 통제하는 관리들과 스카프 상인들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는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스카프 장사는 호황이었다. 한여름이었으니, 대개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이탈리아로 넘어가면서 부터 기차에서 벌금을 문 일하며, 처음으로 발을 디딘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에들어가는 과정에서조차 얼마 안 되는 가격이지만 허접한 스카프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묘한 상황들이 그리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또한 성당출입을 통제하는 관리인이 처음부터 위아래 차림이 모두 안된다고 얘기했떠라면 한번에 두 가지를 모두 사서 대처했을텐데 불친절하게도 두 차례에 걸쳐 거부를 당하고, 두번씩 옷을 사러 왔다갔다하다 보니 짜증이 나기도했다. ..두 사람이 외국인 그것도 동양인이라 말을 못 알아들을까봐 아예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일까?....
어쨌든 성당에 들어갈 생각이면서 팔다리가 많이 드러나는 옷차림을 한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겨울도 아니고 한여름 땡볕이 내리쪼이는 날씨에 그러한 복장들은지극히 자연스러울 뿐이었다. 그래서 지금생각해도 그때일은 조금 억울하게 기억된다는.....
이런 경험만 뺀다면 두오모 성당과 광장에서의 한때는 즐거운 시간이었음에 틀림없다.
두오모 성당의 측면 모습들
두 사람이 광장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을 때. 광장에는 수많은 비둘기들이 날아올랐다 내려앉았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들을 먹기 위해 사람들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두 사람 곁으로 얼굴이 검은 청년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한 남자의 손에 새 모이 몇 알을 쥐어주며 하늘 높이 쳐들라고 알려주었다. 얼떨결에 그의 행동을 따라하자 수많은 비둘기들이 한 남자의 손에 놓인 먹이를 먹기 위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비둘기 떼가 몰려들자 두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얼굴이 검은 비둘기청년은 괜찮다고 한남자를 다독이 며 계속해서 같은 포즈를 취하게 하자 잠시 후 몇 마리의 비둘기들이 그의 어깨 와 손 머리 등에 내려앉으며 푸드덕거렸다.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와 비둘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후 비둘기들이 먹이를 다먹고 날아가자 얼굴이검은 비둘기 청년은 두사람에게 돈을 요구했다.
20유로였떤가?? 1유로가 1500원이던 때였으니 20유로면 매우 큰 돈이었다.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일종의 장사일테지만 잘못하면 덤터기를 쓸 것 같았다.
한 남자는 그러나 비둘기 청년의 말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너무 비싸서 줄 수 없다고 하면서 흥정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비둘기 청년도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그들을 지켜보는 한 여자는 근심스러웠다...
결국 한 남자가 5유로?정도를 주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이것을 받든지 아니면 없다'고 한남자가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한 남자는 여행 전부터 이런 뜻밖의 경우에 봉변을 당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자신의 외모를 험상궂게 단련시켰으며 (ㅋㅋ) 늘 호신을 위하여 3단봉을 옆구리에 차고 다니며 스스로의 담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여 오히려 노회한 비둘기청년들을 굴복시킨 것이다...
어찌보면 그런 날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가난한 그 이민자 들에게 너무야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두 사람 역시 너그럽게 온정을 베풀기에는 가난한 여행자의 처지였기에 별 수없는 노릇이었다.
붉은 노을이 시작되자 갑자기, 성당이 이렇게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성당 바로 옆에는 유명한 패션 상점들이 즐비한 아케이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데 흔히 들으면 잘 아는 유명상표들이 즐비하다는.. 꽤 유명한 장소인듯한데 두 사람은 전혀 모르겠더라는...
그 패션상가의 광장에서는 피아노 연주공연이 진행중이다.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둘 서서 그녀의 음악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
두오모 광장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동안 해가 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으로 잠겨드는 두오모 성당의 측면.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다.
'두오모'역을 알리는 지하철 안내판.
두 사람은 이탈리아에서의 첫날 오후 일정을 이렇게 마무리하고 전철을 타고 밀라노 역 부근의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