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에서 르아브르로 가기 위해 아침일찍 길을 나선 두사람은 중간에 르망이라는 도시에 잠시 머물렀다. 두사람이 타야할 기차 시간에 여백이 생긴것이다.
그시간에 두사람은 우체국을 찾아나섰다.
한국으로 부쳐야할 짐이 있었기 때문이다.....파리에 도착하여 몽생미셸로 출발하기위해 렌역으로 가던중 두사람은 각자 하나씩 매고온 매낭의 무게에 지치고 말았다. 여행을 시작한지 겨우 하루만에!! 그래서 렌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전 지하상가를 지나다 발견한 가방가게에서 커다란 트렁크를 구입하고 말았다. 그리고 두사람의 배낭을 모두털어넣었던 것이다. 비로소 어깨를 천근만근의 무게로 짓누르던 고통에서벗어났으나 속을 토해낸 배낭들이 짐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어찌어찌하여 몽생미셸까지는 끌고갔으나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는 천덕꾸리기 배낭들을 얼른 떼내어버려야만했던것이다.....두사람은 마침 르망 역에서 잠시 남는 시간을 이용해 우체국에서 그것들은 한국으로 날려버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방 소도시 정도일것으로 추정되는 르망에서도 두사람은 깜짝 놀랐다. 거리가 너무 깨끗할뿐 아니라....새로 지은 듯한 역사도 너무 깔끔하고, 한국에서는 직접 본적없는 전차가 다니는것도 신기했다.
두사람은 GARE DU MANS(르망 역)에서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우체국으로 찾아갔다. 화창한 날씨에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두사람은 한참만에 겨우 우체국을찾아갔다. 그리고 기쁘게 한국으로 소포부치기를 실행에 옮기려했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규격 소포박스가 너무작아서 두개의 커다란 배낭을 넣기엔 불가능했던 것이다.
한사람이 한국으로 소포를 보내는문제로 진땀을 빼고 있을 때 다른 한사람은 한국의우체국이나 우편취급소(출장소)의 풍경과 참 많이 달라보이는 낯선 지역의 우체국이 너무나 새로워서 두리번거리느라 바빴다는...
결국 두사람은 땀흘리며 끌고 간 짐들을 그대로 또다시 끙끙거리며 르망역으로 돌아가야했다. 이제 곧 그날의 최종 목적지인 에트르타를 향해 출발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다시 르망역에서 기차에 오른 두사람은 파리의 몽파르나스역과 생 라자르 역을 거쳐 저녁 9시가 다되어서야 르 아브르 역에 내렸다.
낮에도 호텔까지 길을 찾아가려면 정신이 없는데 한밤중에 낯선 곳에 내리고 보니 두사람은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되어 버렸다. 그날의 최종 목적지는 에트르타였으니까.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두사람이 도칙한 시각은 겨우 밤 9시였는데도 에트르타까지 가는 버스는 이미 끊겨버린 것이었다. 하룻밤을 그곳에서 묵고 다음날 아침에 버스를 타고 출발하든지 아니면 택시를 타고서라도 그 밤 안으로 달려가든지 선택을 해야했다...두사람은 르아브르역에서 한참을 망설인 끝에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택시기사는 두 사람이 가려는 에트르타의 호텔 코 앞에 내려주고 무려 70유로라는 요금을 받아갔다.
1유로가 1500원이었으니...70유로는 대체 얼마?!! 피같은 돈을 택시비로 날린 두사람은 그렇게해서 그날 밤 겨우 에트르타의 Detective Hotel에 무사히 들어갔다!
...긴 여행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매우 치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비교적 열심히 꼼꼼하게 계획적으로 준비했따. 그럼에도 그들의 계획대로 모든 일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첫날 몽생미셸에서 들어갈 때도 렌역에서 그곳으로 들어가는 차를 놓치는 바람에 이리저리 헤매이다가 퐁도르송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그곳에서 두사람의 숙소가 있는 몽생미셸 근처 마을까지 버스를 타고 그렇게 여러번 헤매면서 도착했던 것이다.
그러더니 몽생미셸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에트르타로 가기 위해 나선 뒤에도 기차로 가닿을 수 있는 르아브르까지 가서는 다시 에트르타에 가야했는데 시간이 늦어진 바람에 버스를 놓치고 택시를 타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 택시비가 가난한 여행자의 가슴에는 두고두고 아픈 추억이 되었다. 그러나, 두달여 시간 동안 트렁크를 들고 길 위를 떠도는 내내 겪은 수많은 일들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새롭고 의미있는 경험이 되었음에는 틀림없다.
어두운 밤길을 낯선 이국땅에서 이방인 택시기사의 핸들에 운명을 맡긴 채 창밖 어둠을 응시할때...두사람의 가슴속에는 흥분과 설레임만 가득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 빠르게 스치며 뒤섞이던 감정과 상념의 조각들은 벌써 5-6개월이 흐른 이제까지도 눈을 감으면 아스라하게 사라져가는 기억 속 한 장면으로 자신들을 데려감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갈즈음, 고단한 여행자의 가방에는 어느새 추억만이 한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