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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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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찍이 백발의 유령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어떤 귀족을 사망한 것으로 속단하고 매장해 버렸는데, 그 귀족이 무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죽음의 고통을 겪은 나머지 칠흙같은 머리칼이 하룻밤 새에 모조리 백발로 변해 버렸다는 이야기였다. 또 철제 통 속에 들어가 나이아가라 폭포에 뛰어든 사나이의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은 별로 다친 데는 없었으나. 떨어져 내리는 그 찰나에 머리칼이 완전히 희어져버렸단다."

무릇 검은 머리를 백발이 되개 하는 일은 이처럼 유례없는 커다란 공포를 수반하는 법이다.

 
     



*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은 이른바 미스테리 추리 소설.

일본 소설에서는 유난히 이미지가 강조되는 듯 느껴지는 경향이있는데.

에도가와 란포 라는 이름도 에드가 엘렌 포 에서 따왔다고 한다니...
그의 책은 '공포'와 '환상'의 조합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의 작품에서는 미스테리와 부합하는 그만의 이미지 코드가 잔뜩 등장한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었거나 놀랍도록 치밀한 추리나 트릭은 전혀 없다.

그러나 이런것 없이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기괴한 미스테리적 이미지의 장치들은 엄청나다.


트릭 자체를 이용한 미스테리 추리소설이 아니라

(심지어 장르 자체가 추리라고 해선 안될듯도 하다)

인간의 모든 감각과 불확실한 인간 본성에 대한 해석, 환상, 인간의 이상심리,
미스테리를 암시하는 그만의 이미지는 책 한권에 차고 넘치는 이상심리 교본이라 해도 될듯

 

책을 잃는 내내 내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곪거나 헤진 상처의 딱지 아래가 연분홍의 울퉁불퉁한 흉이 될걸 알면서 잡아뜯는...

약간은 아프고, 약간은 더럽고, 약간은 보기 싫지만 자꾸 하게되는

그리고 낫기 전에 연분홍색의 살색이 조금 예쁘다고 생각하는
변태적 기질을 슬쩍 슬쩍 건드리는 기분이었다 -,.-

 

외딴섬 악마는

미스터리 판타지를 만들어 내는 그의 이미지 코드들을 충분히 즐길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와 더불어 함께 나와있는 단편집 음울한 짐승은...

별 못주겠다.

 

그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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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 굳게 닫힌 연인의 마음을 여는 열쇠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
제인 오스틴 지음, 조희수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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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반대를 이기지 못해 한때 열렬했던 그 사랑의 시기를 놓아버린 여성이 있고,

또 그녀의 외면앞에 어쩔도리 없이 구애를 포기하고 사랑을 놓쳐버린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그때의 남자는 보잘것없던 경제력과 낮은 지위를 갖고 있었고, 여자는 더 좋은 혼처를 정해야만 했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운명은 얄궂게도 그때 그 이별의 이유따위는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고, 이제 입장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하지만 한번 사랑을 져버린 두사람은 다시 만났다 하더라도 다시 사랑하는 사람처럼 되돌아갈수는 없다. 되돌아 가기는 커녕, 모르는 사람처럼 마음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주변의 만류에 이기지 못해 사랑을 포기하고 빈 껍데기처럼 살던 그녀는, 그의 등장으로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창백한 얼굴에 피가 돌기 시작하며 다시 사랑하고있는 여성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소설에서는,

사랑하는 연인을 설득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변치 않는 사랑이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이 사랑을 완성하는 마지막 기술이라고 하는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전작들에 비해, 날카로운 위트나, 재치있는 비유는 덜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작품은 그녀의 소설들중 가장 로맨틱한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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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가든 1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권기태 지음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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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당신의 파라다이스는 어떤 모습인가.

자본주의 도시의 일상속에서 소소한 미래를 걱정하며 살고있는 나, 혹은 우리. 주말엔 외식을 하고, 대출금의 만기는 3년 뒤, 매달 받는 월급은 꼼꼼히 쓰일곳이 있고, 아이들은 커가고, 바지런한 내집마련은 보람차다. 가끔씩 일상의 무게가 버거워지면 도끼자루가 썩어빠진다는 무릉도원에 빠진 나무꾼같은 일탈을 상상하지만, 

내가 버티고 서야할 생활은 나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 작든 크든 내가 이뤄 온 모든것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하게 이 세계가 위협받는다면, 때때로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닥친다면, 

불합리 하고, 정의롭지 못할지라도 그리하여 심지어 타인에게 파괴적이 될지라도, 오직 내가 원하는 나의 희망을 지켜내기 위해 전력투구하게 된다. 그것이 내가 가져야할 행복, 우리 각자의 파라다이스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작품에서는 모든 등장인물이 각각의 이상과, 말그대로의 무릉도원을 두고 극렬하게 대치한다.

작품속의 인물들을 거슬러 올라가며 책을 읽다보면, 결국엔 그 인간의 깊숙한 마지막까지 들여다볼수있다. 오로지 한 개인으로써, 옳든 그르든, 생존 혹은 희망을 쟁취하기 위해 움직이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이기까지 한 이상이 그 밑바닥에있다. 각자의 이기적인 이상은 철저하게 타인을 배재한 채 합의 없이 격렬하게 부딪혀, 깨지고 부서지며 파라다이스라는 이상을 향해 서로를 치열하게 물어뜯는 파괴적이고 추악한 모습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작가는 특히나 다양한 계층의, 모두 다른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 이 모든 갈등과 그들이 추구하는 욕망을 풀어내며, 과연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지,각자가 꿈꾸는 파라다이스에 관해 묻고 있다.

사람으로써의 생존을 위해 혹은 유일한 희망을 위해 혹은 가진것을 지키기 위해 각각의 당위성을 부여받은 투쟁과 희생.

소설안에서 그 모든 욕망의 소용돌이 중심에 있는 농원은 전설속의 무릉도원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무릉도원은 인간이 쉽게 찾을수도, 한번 찾은길을 두번은 찾을수도 없는 곳이다. 결말처럼 사람의 손에 쥐어지면 파괴될 곳이 무릉도원이다.

     
   진실의 테두리는 화살의 과녁처럼 작고 그 나머지는 광대한 착오의 공간이다.
 
     

사람이란 자신의 욕망을 벗어버리지 못한 채 광대한 착오의 공간을 헤메일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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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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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마지막에 무엇을 남겨야 할것인가.

이 막막한 명제 앞에서,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또 무엇을 해야 할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것,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야 하는것. 생을 두고 천천히 지나가야할 문제들의 끝이 한꺼번에 다가오는 그때에 직면하게 될 혼란의 물음들을 어떻게 풀어낼수있을까.

저자는 현실을 직시하며, 길지 않았던 그 남은 생을 충실하게 살아낸다. 역설적이게도 죽지 않을 사람처럼 일상을 살아내는것이, 죽음앞에 다다른 사람이 생을 허비하지 않고 충실히 즐길수있는 방법이었다. 마지막이 암환자가 아닌 랜디포시 그 자신으로 기억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의지로 충만하고 담담해보이기 까지하는 그 방식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적이며, 또한 삶에 대한 담담한 조언들은 그가 죽음을 앞두었기에 더 진실되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이로 인해 자신의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 남긴 그 마지막 강의는 가족을 뛰어 넘어 모든 사람에게 아름다운 씨앗 처럼 뿌려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지 않는 것 처럼 근심하고, 사랑하고, 치열하게 혹은 나태하게 살아간다. 

그의 자녀처럼, 내가 청년이 되었을때 들려주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의 지혜를 남기는 아버지의 말을 들어보는 것. 지금 나의 삶에도, 누구나의 삶에도 감동이 될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이라면, 혹은 읽었더라도, 그가 했던 마지막 강의의 동영상을 꼭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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