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입되어있는 크고 작은 여행사이트에 종종 올라오는 질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나도 삼사년전쯤엔 까페에서 저런 글을 검색해보고 그랬었다.

가장 좋아하는 김남희씨라든가, 이전에 한비야씨등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그 여행들이, 그 잘난 여자들을 동경하면서도 동경하는 것 만큼이나 원하는 걸 두려워했다. 그녀들은 근본부터 너무 다른 여자들이었으니까...

이 모든것은 여행을 떠나기전 책상머리에서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결국 저 질문을 하게되는 근본적인 키워드는 "여자"와 "혼자"라는 두 단어...

한번 반 해본 결론으로는 무조건 가라고 등떠밀어준다.

자기 몸 알아서 챙기고 혼자 다니는 만큼 더 준비하고 조심할것을 당부하면서 말이다.

본의아니게 그 틀에 부딪히면서, 여자라서 가지 못할 곳은 없지 않았던게 아닐까 생각했다.

다만 내가 그렇게 고민했던것은, 막연한 두려움과 여자 혼자 가고 싶지 않았던 안이한 이기심 약간이었다.
내가 두려움을 갖도록 교육받았다거나 라고 핑계대기엔 나의 그 한국적이고 고약한 이기심을 나도 의식하지 않았다고 말 못하겠다. 주변의 시선과 나 자신의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어떤것이었을까,,,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부모님의 딸, 여자라는게 막연한 두려움이 떠나기 전 나의 세계를 제한하는 껍데기였다면, 그 껍데기를 한번 벗어나니까 내게 존재하는 진정한 여성성에 대해 조금 깨닫게 되더라는 것이다. 혼자 여행을 간다는게, 여자임을 부정하거나 여자라는 한계를 벗어나는 뭔가 거대한 반항이나 도전같은게 사실은 아니었던것 같다.

어찌됐건 만약에 내가 그런 마음으로 어떻게든 동행을 구해서 갔더라면 여러모로 괴로운 여행이 되었을수도있거나, 그냥 남에게 우쭐할만한 경험 한번으로 남았을수도있다.

첫째로 동행이 마음에 맞지 않았을수도 잇었을꺼고, 그때 나를 일으켜 세운 괴로운 혼자만의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었을것이며 그리고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었다.

여행중에 혼자 떠나기에 대해 열을 올리면서 얘기할때, 다른 친구는 이런 말에 동감했다고 한다.
[떠날때는 혼자지만, 돌아올때는 혼자가 아니더라]
여행의 유쾌한 낭만을 와닿게하는 말, 그래도 기억에 남는 말이다.

나는 혼자떠나고 혼자돌아왔지만, 더 홀가분한 내가 되어 돌아왔다.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고, 파리에서 에펠탑에 오르고, 이태리에서 파스타를 먹고..
루브르에서 본 다빈치의 모나리자보다 감동적으로 오래 각인된것은, 그곳에서 대면한 나 자신이다. 나이 삼십이 무색하게도 그 나 자신은 전혀 새로우면서, 또 애틋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나의 하나님...

그래서 유럽이 내게 더 특별할지도 모르겠다.
 
그 여행동안 모든것이 아름답고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지독하게 외로웟으며, 괴로웠고, 막막한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숨어있는 놀라운 우연과 은혜가 이 모든것을 반전시켰다.


얻고자 하는 자는 얻을테고 , 버리고자 하는 자는 버릴수있을테니...
이런질문 검색하는 여자 1인이 있다면. 꼭 그녀가 떠날수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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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이 2008-10-22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씨는 정말로 근본부터 다르다고 한때 생각했었어요.^^ 본래 여행은 혼자가는 게 맛인데 말이죠

짤부자 2008-11-10 15:11   좋아요 0 | URL
역시 저만 그렇게 생각한건 아니었네요 ^^ 이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있으니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