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비타 악티바 : 개념사 1
최현 지음 / 책세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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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은 보편적 가치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당위적인 가치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인권을 당위적 가치로 생각하는 데에는 인권을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추정되는 권리' 또는 '하늘이 부여한 권리'로 정의한 채, 현실에 바탕을 둔 시민권을 통해 인권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인권이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들의 가치를 정당화한다면, 시민권은 그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제도다. 따라서 인권이라는 당위적 가치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시민권을 통해 인간의 삶을 개선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p11-12, <왜 인권인가> 중에서 

 우리 사회에서도 인권이라는 가치가 이론적으로는 여느 선진 민주국가에 뒤지지 않을 만큼 보편적인 가치로 존중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권을 '모든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추정되는 권리'라고 정의한다면, 이러한 개념은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보편적인 가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 개념적인 면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즉 개별적인 사건에 적용하다보면- 우리 사회 내에서도 수많은 갈등이 유발되고 의견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이 또한 인권이라는 개념인 것 같습니다. 일례로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혔을 때, 범인의 얼굴을 가리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범죄자로 추정되지만 아직 실형을 선고받지 않은 한 사람의 인권과 그 외 다수의 알 권리라는 측면에서 시끄러운 논쟁을 일으킨 적이 두어번 있었습니다. 장애인들이 보행권을 요구하면 시위를 했던 적도 있었고,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는 시집온 여성들이나 그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인 화두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한 문제를 대하면서 우리 대부분은 '인권'이라는 당위적인 측면에서는 찬성하고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한 인권의 보장이나, 인권의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 멍해지는 것 또한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인권 개념의 발전과 다양한 측면에서의 인권의 개념과 의미를 다루고 있어서,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익히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권의 개념을 시민권의 발전 과정과 연관시켜 파악하고 있습니다. 즉 당위적 가치로서 주장되고 인정되는 인권이 구체적인 현실에서 각자의 개인들에게 실현될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이 시민권이었음을 주지시키고, 시민권 개념의 발전과 확장이 곧 사상가들의 머릿속에 머물러 있던 인권이라는 개념이 현실화되고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자연권 또는 천부인권이라는 개념에서 발전된 도덕적, 당위적, 추상적 차원의 인권이 시민권을 통해 제도적, 법적, 현실적으로 보장될 수 있었고, 이러한 시민권 개념의 발전은 다시 인권에 대한 이해와 논의를 발전시켜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안티고네>에서 시작된 고대의 자연법 사상을 시작으로,  고대의 시민권 사상, 근대의 인권 및 시민권 사상의 발전, 현대에 이르러 탄생하고 발전한 사회권과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다문화 시민권과 미래의 지구 시민권에 대한 구상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이 다루는 인권에 대한 내용 중, 국가가 자기나라의 국민에게 보장하는 시민권이라는 측면에서의 인권은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데, 특정 공동체의 집단적 특징을 인지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권리를 보장하는 '집단 인지적 시민권' 개념은 인종적 소수자, 성적 소수자, 장애인 등과 연관된 문제로 기존이 시민권이 바탕을 둔 '개인적 보편주의를 뛰어넘어 자유와 보편 가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부당한 불평등을 줄여 사회 통합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평등권의 침해 및 큰 틀안에서의 공동체의 와해의 우려 등으로 인한 아직까지 많은 논란이 있는 부분인 듯 합니다. 또한 집단 인지적 시민권 개념의 하나인 '다문화 시민권'과 현재 국가로 한정되어 있는 시민권의 영역을 전 지구적으로 확장한 '지구 시민권'의 개념이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국가 또는 민족으로 한정된 우리의 인식의 틀이 완전히 깨어져야 만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간에, 이러한 인권 및 시민권 사상의 발전 및 제도적 발전에 대한 고찰은 우리가 인권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든든한 바탕이 되고, 또한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찾아갈 수 있는 좋은 안내자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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