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읽는 시간 - 읽으면 듣고 싶어지는 클래식 이야기 207
김지현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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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맨델스존은 제목이나 가사가 없는 무언가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 영혼을 채우는 것은 말보다 음악이다. 음악은 가사가 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내게 그 노래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묻는다면 그 노래는 노래 그 자체라고 말하겠다.” (p.318)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나조차도 흠뻑 빠져 “들었던” 책이다.

매 페이지마다 QR코드로 곡을 들을 수 있어 행복했고, 귀로는 익숙했지만 곡명은 몰랐던 음악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경험도 했다.

모르는 악기 설명을 읽고 그 소리를 유심히 찾아 들었고, 임윤찬이나 랑랑의 피아노 연주는 들을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기억에 남는 영상들도 많다.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트럼펫을 직접 연주하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장면은 낯설고도 인상적이었다.

양팔이 없는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가 발가락으로 호른을 연주하는 모습, 윤경화 연주자가 2.5미터나 되는 마림바를 다루는 모습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또한 2024년 2월 KBS교향악단 연주회에서는 연주 중 팀파니가 찢어지는 일이 있었는데, 당황할 틈도 없이 상황을 수습하고 팀파니 세 대만으로 연주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며 ‘진짜 프로구나’ 싶은 존경심이 들었다.

책 속 악기 소개도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목관악기의 매력을 이번에 새롭게 느꼈다. 마치 미술관에서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듯, 설명을 읽고 귀로 소리를 확인하는 경험이 즐거웠다.

둥글게 감긴 관이 약 3미터에 달하는 호른이 기네스북에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 올라 있다는 사실도 기억에 남는다. 오보에 소리도 좋았다.

피아노와 달리 오르간이나 첼레스타의 소리는 매력있어서 현장에서 듣고싶었다.

다시 듣고 싶은 곡들은 따로 메모해 두었다.
• 미국 재즈 연주가 척 맨지오니의<Feel So Good>
• 임윤찬이 연주한 쇼팽의 <흑건>
• 요요마가 2018년에 연주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제1곡 전주곡>
• 차이콥스키 발레 <호두까기 인형>속 첼레스타 소리

척 맨지오니가 누군지 찾아보며 ‘이런 거장을 이제야 알다니!’ 싶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음악을 들으며 책장을 넘길 때면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귀가 호강하는 기분, 알고 듣는 즐거움,
한 번 펼쳐보시기를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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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피플 - 개정판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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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인간이 되기를 꿈꾼다. 말하는 곰이나 꼬리 아홉 달린 여우들조차 마늘이나 사람 간 같은 괴상한 음식을 먹으며 인간이 되려 한다. 혼백, 귀신, 천사들처럼 실체와 비실체 사이의 어스름한 존재들도 같은 이유로 인간을 꿈꾼다. 그들은 빛과 그림자로만 이뤄진 조용한 세계에서 애타게 생기를 갈구한다. (p.261)

신촌 뤼미에르빌딩 801호부터 810호까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연작처럼 맞물려 있다.

읽는 내내 실제 신촌의 르메이에르 빌딩이 떠올랐다. 밤에도 꺼지지 않던 불빛, 늘 시끌벅적하던 거리.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신촌을 기억하며 책장을 넘겼다. 이제 그곳은 예전 같지 않으니까. 그 변화만이 낯설었다.

이 작품이 SF처럼 느껴진 건, 박쥐 인간이나 쥐 인간 같은 기묘한 존재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강렬했던 건 자본주의의 그늘 속에서 드러나는 생존본능이었다.

법과 도덕과는 거리가 먼 야생 수컷 무리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정직함이나 포용력이 아니라 뻔뻔함과 문제 해결력이라는 사실을. (p.213)

〈삶어녀 죽이기〉는 인터넷 여론몰이의 폐해를, 〈돈다발로 때려라〉는 물질만능 사회 속 인간 존엄의 붕괴를 다룬다. 주제가 명확한 만큼 서사적 재미는 조금 덜했다.

오히려 동물이 화자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훨씬 흥미로웠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계급과 그 밑단의 모습은 디스토피아적 우울함을 선사한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 중에 이런 소설도? 싶을 만큼 새로웠다. 2025년에 개정판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고, 김새섬 대표님이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마지막 문장이 특히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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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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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확정성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글쓰기도 불확정성과 예측 불허를 기꺼이 초대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는 단일한 생각, 하나의 주제, 통일성 있는 구성을 찾기 위해, 다시 말해 하나의질서를 남기기 위해 애씁니다. 그게 신화가 아닐까요?
좋은 글은 이질적인 이야기들이 협력하고 공생하는 글이 아닐지. 그러니 일관성을 찾으려고 너무 애쓰지 맙시다. 내 속의 이질성을 환영하기. 글 속에 이질성을 기꺼이 초대하기. 마당에 번져나가는 풀꽃들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p.298-299)

최근 읽었던 책 <세계 끝의 버섯>이 이 책에 언급되어 있었다. 저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오염되며 공생하는 세상을 이야기하면서 글쓰기 또한 잘 정리된 하나의 생각만 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도 된다고 말한다.

이질적인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엮일 때 오히려 더 깊은 감동과 의미가 생겨나는 건 사실이다.

물론, 아무렇게나 흩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주제를 촘촘히 엮어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숙련된 글쓰기의 힘일 것이다.

쓰는 몸을 갖는다는 것.

글쓰기는 일하는 것과 같다. 일을 한다고 반드시 일을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듯, 글을 쓴다고 해서 곧잘 쓰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결국 필요한 것은 간절함과 절박함인 것 같다.

읽기와 쓰기의 차이도 바로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읽는 즐거움에 비해, 쓰는 즐거움을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글쓰기를 ‘고통’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을 실제 글로 쏟아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글을 밀어붙이는 힘은 간절함과 절박함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확고하고 단정한 글보다, 흔들리고 배회하며 길을 찾아 헤매는 글. 그런 글이 더 매력적이다. 삶의 두께가 느껴지는 글, 보편성보다 유일성을 담은 글. 생각이 글로 천천히 번역되어 나오는 글. 나의 경험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 생각과 글 사이의 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저자가 전하는 글쓰기 팁을 읽다 보면, 내가 평소 경험을 어떻게 전달해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단순한 감탄사는 어떤 경험도 납작하게 만들고, 구구절절한 설명은 듣는 이를 지치게 한다. 결국 중요한 건, 나의 생각과 경험을 적절히 압축해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이다. 말이든 글이든 그건 연습으로만 다듬어진다.

글쓰기의 본질을 이보다 더 명확하게 전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직접 저자의 강연으로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이 책이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러니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는 건 그냥 오지 않습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글 잘 쓸 때’를 기다리며 계속 자신을 단련시켜야 합니다. 이유나 목적이나 마감 없이, 나는 글 쓰는 몸을 갖추어가고 있는가? 시간을 일정하게, 공간을 맞춤하게, 습관을 일관되게 글쓰기에 맞추고 있는지 물어보고 그러기 위해 매일 조금씩 나아가야 합니다. (p.317,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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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칸 마인드 - 칸 라이언즈를 통해 본 크리에이티브 가이드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112
김윤호 지음 / 스리체어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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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성장시키는칸마인드

현대자동차가 만든 10분 영화 '밤낚시'
손석구 주연으로 화제였다.
10분 영화에 1,000원을 내고 보는 사람들.

사실 이 영화는 광고였다.
아이오닉5에 부착된 단 7개의 카메라로 영화를 찍었다.

어쨌든 이 신박한 기획에 꽤 놀랐던 기억이 있었는데, 역시나 칸 라이언즈에서 상을 받았다.


칸 라이언즈가 뭐길래.
광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꿈에 그리는 상. 영화계에 칸 국제영화제가 있다면, 광고계에는 칸 라이언즈가 있다.

이 책은 칸 라이언즈에서 인정받은 크리에이티브 사례들을 소개한다.
배경, 아이디어, 전략, 실행, 결과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설명한다.

단 몇분짜리 영상 또는 옥외광고판 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흘려본 광고가 얼마나 치열한 생각의 결과로 나왔을지 놀라게 된다.

넷플릭스의 오프닝에서 사용되는 '투둠' 효과음은 사람들의 감각을 깨우며, 누구나 공유하고 싶어하는 유머는 광고를 공유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회적 편견을 재정의하는 광고까지.


각기 다른 광고들이 단순히 홍보에 그치지 않고, 내면의 사고를 일깨울 때. 광고는 무엇보다 반짝이는 콘텐츠가 된다.

기억에 남는 사례는 쿠어스라이트!
오타니 쇼헤이가 던진 파울볼이 쿠어스라이트 맥주 광고 전광판에 부딪혀 판 일부 라이트가 꺼졌는데, 쿠어스 맥주가 기회를 놓치지않고 오타니의 볼로 깨진 전광판의 검은 사각형을 그대로 옮겨 한정판 특별 캔으로 제작한 것.

오타니가 광고판을 부순지 48시간만에!
오타니를 모델로 쓰지 않고도!!!

이런게 크리에이티브지!

사람들은 그게 무엇이든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 밤낚시 광고를 돈주고 보는 것도 그러한 경험 아닐까.

책을 읽고나니, 칸 라이언즈 올해 수상작들이 궁금해졌다. 예전에는 슈퍼볼 시즌마다 광고를 찾아봤었는데, 이제는 매년 6월 칸 라이언즈 수상작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역시 아는만큼, 더 궁금해진다!

#김윤호 #북저널리즘 #쓰리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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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트렌드 노트 - 제일 사랑하고 싶은 것은 ‘나’ 트렌드 노트
박현영 외 지음 / 북스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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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는 길항이다. 길항이라 함은 한쪽이 차고 넘치면 그 반대 되는 것이 부상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트렌드를 연구하는 사람은 지금 뜨는 것의 반대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의 반대로서 지금 트렌드라 형성되었는지 살펴본다. '효율'의 시대에 부상하는 '낭만', AI시대에 부상하는 아날로그 취미, 도파민이 차고 넘치자 나타난 도파민 디톡스, 혼자의 시대에 부상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대규모 잔치와 축제들이 그 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반대의 전략을 준비하자. (p.62)

AI시대에도 여전히 트렌드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나는 '정반합' 세상의 이치를 알고싶어하는 마음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트렌드는 길항. 나 역시 늘 그 반대편엔 무엇이 있는지 찾아본다.

26년 트렌드책은 모두가 AI로 인한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인간다운,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한편으로 뜬다고.

가볍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아날로그적으로 나만의 취향을 디깅하는 취미생활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도 이러한 길항의 하나라고 말한다.

사실 트렌드 기저에 깔린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어쨌든 그러한 심리가 공통적인 현상을
만든다. 그것이 트렌드의 제일 재미있는 점이다.

다른 나라도 이렇게 쏠림이 심한지 늘 궁금하다. 그리고 그 다음에 연이어 유행하는 것들을 예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어쨌든 '불안'이 디폴트가 된 세상에서,
사람들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만들어내는 트렌드적 현상이 우리 사회에 이러한 열풍을 일으켰구나 하면서 이해해볼 수 있는 책.

참고로 2017년부터 변화상을 돌아보는 부분이 뒤에 붙어있다.
<트렌드노트>는 지난 10년이 '우리'에서 '나'로 변하는 시기였다고 말한다.

코로나 전후로 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뒤를 이어 AI가 그만큼의 임팩트가 있지 않을까?

과거보다 늘 미래가 궁금하고, 무엇이 변화할지 예측하는데.
오히려 변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모든 콘텐츠가, 심지어 회사의 보고서조차 '가볍고, 가깝도, 짧게'를 요구받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무겁게, 멀리, 길게' 보는 시각을 견지하자. 언젠가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대신 무거움이 주목받는 때가 올 것이다. 그 '언젠가'가 이미 왔다. (p.61)

덧) 아날로그적 취미생활, 종이책을 읽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는 것 같다.
벽돌책을 읽어야 할 이유.
철학에 관심을 쏟아야 할 이유.
가볍지않은 독서를 해야하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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