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맨델스존은 제목이나 가사가 없는 무언가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우리 영혼을 채우는 것은 말보다 음악이다. 음악은 가사가 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내게 그 노래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묻는다면 그 노래는 노래 그 자체라고 말하겠다.” (p.318)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나조차도 흠뻑 빠져 “들었던” 책이다.매 페이지마다 QR코드로 곡을 들을 수 있어 행복했고, 귀로는 익숙했지만 곡명은 몰랐던 음악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경험도 했다.모르는 악기 설명을 읽고 그 소리를 유심히 찾아 들었고, 임윤찬이나 랑랑의 피아노 연주는 들을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기억에 남는 영상들도 많다.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트럼펫을 직접 연주하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장면은 낯설고도 인상적이었다. 양팔이 없는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가 발가락으로 호른을 연주하는 모습, 윤경화 연주자가 2.5미터나 되는 마림바를 다루는 모습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또한 2024년 2월 KBS교향악단 연주회에서는 연주 중 팀파니가 찢어지는 일이 있었는데, 당황할 틈도 없이 상황을 수습하고 팀파니 세 대만으로 연주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며 ‘진짜 프로구나’ 싶은 존경심이 들었다.책 속 악기 소개도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목관악기의 매력을 이번에 새롭게 느꼈다. 마치 미술관에서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듯, 설명을 읽고 귀로 소리를 확인하는 경험이 즐거웠다. 둥글게 감긴 관이 약 3미터에 달하는 호른이 기네스북에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 올라 있다는 사실도 기억에 남는다. 오보에 소리도 좋았다.피아노와 달리 오르간이나 첼레스타의 소리는 매력있어서 현장에서 듣고싶었다. 다시 듣고 싶은 곡들은 따로 메모해 두었다. • 미국 재즈 연주가 척 맨지오니의<Feel So Good> • 임윤찬이 연주한 쇼팽의 <흑건> • 요요마가 2018년에 연주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제1곡 전주곡>• 차이콥스키 발레 <호두까기 인형>속 첼레스타 소리척 맨지오니가 누군지 찾아보며 ‘이런 거장을 이제야 알다니!’ 싶었다.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음악을 들으며 책장을 넘길 때면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귀가 호강하는 기분, 알고 듣는 즐거움,한 번 펼쳐보시기를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