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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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까지 재력을 유지한 사람. 그런 사람은 존경받는다.
그게 존경받을 일인지는 몰라도, 존경받는 노인이 대부분 그 조건을 충족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p.61)

소설에는 유카시엘이라는 요양시설이 등장한다. 재산 상태에 따라 A등급부터 F등급까지 나뉘어 노후를 보내는 노인들의 모습은 자본주의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현실에서도 월 500만원의 비용에도 입소 대기가 넘치는 실버타운이 화제가 되는 반면, 저소득 노인을 위한 주거공간 문제는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

그래서 소설 속 장면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영원한 청년은 없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인을 사회에서 부양해야 할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며 혐오하기도 한다.

소설 속 엘리야는 이렇게 묘사한다.

노인들은 뭔가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 전반을 삐거덕거리게 하고 느리게 만드는 존재들이야. (p.103)

돈이 있는 노인은 그나마 사람의 케어를 받지만, 그렇지 못한 노인에게는 AI의 도움을 받는 것조차 어렵다. 심지어 선택사조차 경제력 있는 사람들만의 옵션이다.

소설과 현실은 어쩌면 그리 다르지 않을지 모르겠다.


어제 본 유튜브에서 런던베이글 창업자 료 디렉터가 '남다름'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도 다르고 너도 다르고, 우리 모두 달라서 너무 좋다"고.

문득 이 '남다름'이라는 단어가 언제 사용되는지 생각했다. 어릴 때는 누군가를 주목할 때 '남다르다'라는 표현을 쓴다. 성인이 되면 그 남다름이 '유별나서 힘들게 하는 사람'일 수도, '특별해서 반짝이는 사람'일 수도. 그렇게 표현하곤 한다.

그런데 노인에게도 이 단어를 사용했던가?

모두 자기만의 꿈을 꾸고, 삶의 철학을 갖고 살아가는 한 사람일 뿐인데.

저는 노인이라는 존재를 그저 '늙어 있는 상태의 사람'으로 인지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차츰 알게 되었어요. 그들도 한때의 나였다는 사실을요. '노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제가 만난 분들은 모두 젊음을 통과하며 가슴속에 뜨거운 소망을 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p.258)

'젊음의 나라'는 존재하는 걸까?

젊음이라는 짧은 순간을 동경하는 순간, 기나긴 나이듦의 시간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AI기술의 진화보다, 사람들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소설 속 나와 엄마, 그리고 민아이모, 이들의 연대는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과 현실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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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 도망가고 싶지만 오늘도 이불 밖으로 나와 ‘나‘로 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어른들에게
김유미 지음 / 나무사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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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나는 하루 24시간을 랩에 싸서 소분하듯 정리해두고, 하나씩 꺼내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게 현명하게 시간을 쓰는 방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은 단순히 숫자로 나눠 쓰는 것이 아니었다. 인생은 깔끔하게 소분되지 않는다. 계산으로 딱 떨어지게 하루를 채우는 것보다, 약간 낭비가 생기더라도 내가 무언가를 느끼고 누릴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들이는 게 더 중요했다. (p.176)


나와 같이 회사를 잠시 쉬고 대학원에 온 동생이 있었다. 우리는 대학원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갔고, 어찌어찌 회사가 합병되어 같은 계열사, 심지어 같은 건물에서 일하게되었다. 

그리고 동생은 다시 두번째 대학원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야간으로, 그것도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인 미술을 택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녀가 떠올랐다. 우리는 둘다 워킹맘이기도 해서 서로를 응원하는 처지였는데. 그녀는 하물며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늘 모자란 시간, 아이를 친정엄마와 시부모에게 맡기는 마음,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 그 모든 것들이 공감대를 이루어, 서로를 지지해주었다.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은,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와도 맞닿아 있었다. 우리는 늘 이대로 살아도 좋은지를 이야기했으니까. 

_ 그림을 배우며 무슨 그림을 그릴지만 고민한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다시 학생이 된다는 건 내가 누구인지 다시 묻는 일이었다. (p.155)

작년 하반기 나 역시 두번째 대학원을 시작했었다. 그러나 한 학기만에 휴학계를 낼 수 밖에 없었다. 

배우려는 마음이 충만해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역할은 줄어들 수 없으며, 회사에서 쌓이는 연차만큼 해야할 일도 많았으니. 나의 저글링은 한 학기만에 끝났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질문은 여전하다. 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녀와 나는 여전히 이야기한다. 

졸업하고 나면 더 이상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행복감이나 다른 삶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지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는 동생에게, 이 책을 내밀며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계속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도 있다고.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퇴근 후 화실로 출근하는 삶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내어 지속해보면 아이는 크고 나에게는 한줌의 시간이 생길 수 있지 않겠냐고.

_ 아름다움은 자기만이 알아볼 수 있는 언어다. 그래서 나다움이 고민될 땐, 내가 감탄하는 순간을 들여다보면 된다. 그리고 그 감탄을 누군가와 나눌 때, 아름다움은 순간을 넘어 추억이 된다. 아름다움은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는 미완성이다. 발견되고 공유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p.132)

누구나 나다움을 고민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고, 그것이 나다움을 표현해주는 것 같고. 그러나 그에 대한 시간과 여건이 주어지는 것 또한 자기 몫인것 같다. 물론 좀 많은 운도 따라야 하는 것 같고.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을 수 없다. 어떤 것은 내려놓고, 어떤 것은 욕심을 내고. 삶에 그러한 절충안을 만들어나가는 것. 

삶에서 나다움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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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경제사 - 5000년 부의 흐름을 읽는
앤드루 리 지음, 고현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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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자유롭고 경쟁적인 시장 환경이 어떻게 수많은 사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는지, 경제가 지속적으로 번영하기 위해 왜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는 일이 필수적인지 함께 보여주는 책이다. 시장과 자본주의가 많은 사람에게 번영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자본이 없는 이들의 행복은 보장하지 않는다. (p.293)

농경의 시작부터 중앙은행의 등장, 
기후위기, 팬데믹, 그리고 불확실성이 더해진 지금까지
경제사를 한 번에 알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정말 액기스만 모아놓아서, 
이미 경제 관련 책을 여러권 읽었다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연대기적으로 한 번에 후루룩 훑을 수 있고,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처럼 술술 읽힌다는 점이 장점이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 몇 가지.
아프리카가 노예공급처로 전락한 이유는, 
질병의 위험성이 컸기 때문. 

유럽 정착민들이 현지의 질병에 취약했기 때문에, 
도로나 행정기관 구축 등 투자 인센티브가 없었다.
따라서 지배를 하면서 인프라가 보급되기도 하는데, 
아프리카에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또 한가지. 
튤립파동이 역사상 최초의 금융버블로 언급되지만, 
네덜란드 경제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고, 
튤립 다음으로 히아신스 개량으로 넘어갔다는 것. 
그러니까 새로운 튤립 품종을 수도 없이 만든 것이
혁신은 맞았다고...


비트코인을 튤립파동에 비유했었는데, 
이제는 디지털자산으로 자리잡았으니. 
혁신은 혁신이네 싶고...

_ 불평등에 대한 한 이론에 따르면, 불평등의 정도는 교육과 기술 발전의 상대적 속도에 의존한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교육이 정체되면 사회는 불평등해지고, 교육 수준이 신기술 출현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사회는 더 평등해진다. (p.173)

사회는 평등해질 수 있을까? 



기술은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교육은 흘러간 이론과 기술을 교육하고, 
비싼 사교육은 양질의 수능을 향하고 있고, 
대학에도 실력있는 교수는 부족하다.


기술 발전의 선두주자에 있는 빅테크는 
이미 대학 교육에 불신을 갖고 있다. 


팔란티어는 아예 고졸자를 채용해서 실무를 가르치고
회사가 발급한 학위를 준다. 
오픈AI도 학력을 보지 않고, 
IBM, 애플 등 빅테크도 학력요건을 고려하지 않는 직무를 늘리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것은 경제뿐 아니라, 
교육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기나긴 경제사를 한 번에 후루룩
훓을 수 있는 책이다. 



#세상에서가장짧은경제사 #세계사 #경제공부 #돈공부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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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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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있다.
언제나 그렇듯 짧지만 여운이 남는 이야기

원서의 부제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




말로 전하지 않아도 온갖 감정이 요동칠 때. 세 편의 글이 그렇다. 

잔잔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사실은 내면에 폭풍이 몰아치는 상황. 


남자를 떠나는 여자와 그 상황을 마주한 남자의 민낯,
무례한 남자를 마주한 후 글로 소소한 복수를 하는 여자, 
일탈을 탐하다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여자.


때로는 남자가, 때로는 여자가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의 현실도 그렇다.

남자와 여자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 

자란 환경이 모두 다르고 습관과 사고방식이 다르기에. 때로는 그 마찰이 폭발적일 때가 있고, 단순히 다름으로 치부하고 지나갈 때가 있다.

소설은 그러한 상황을 잔잔히 보여준다. 문제인식을 하고 난 후에는 이미 늦었을뿐.

특히 #남극 소설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일탈을 꿈꾸는 여자의 최후는 가볍지 않았다. 인과응보와 같은.


클레이 키건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도 분명히 좋아할 거란 생각이 든다. 


#클레이키건 #다산북스 #허진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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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글쓰기, 저작권 -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창작은 어떻게 바뀌는가
정지우 지음 / 마름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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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AI가 모든걸 뒤덮을라치면 인간은 그 틈새에서 또 다른 인간적 경험을 갈망하며 삶의 고유한 경험을 생성해나갈 것이다. AI가 세상의 모든 그림을 다 유려하게 그려버리면, 사람들은 더 이상 그림자체가 아니라 즉석에서 인간이 직접 그림 그리는 ‘과정 자체를’ 최고의 볼거리로 여기며 가장 경탄하게 될 수 있다. (p.92)




디즈니와 유니버셜이 이미지 생성 AI스타트업 미드저니를 상대로 공동소송에 나섰다. 제출한 자료에 포함된 이미지만 보아도 원본과 생성형AI이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지브리는 오픈AI측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지만, 디즈니는 이미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했던 전례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1928년 당시 56년이었던 저작권 보호기간이 두번의 연장 끝에 95년까지 늘어났으니. (이제 우린 다이소에서 디즈니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 ㅎㅎ)




이 싸움이 어떤 선례를 남길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이 또한 법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AI기업 편을 들어줄지도 모르니…




아무튼 AI 100조 운운하는 시점에 이 책을 집어든 것도 운명!




처음 글의 시작은 인간의 본질부터 시작한다.

_ AI시대의 가장 첫 번째 화두는 바로 ‘나는 왜 가치 있는가’이다. (p.21)




AI가 일상에 더 깊숙이 관여할수록, 올해 내가 생각한 것은 딱 2가지였다.

경험, 그리고 커뮤니티.




내가 직접 오감으로 느끼며 경험을 하고,
누군가와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이러한 것들이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아날로그적인 것들에 집중했다.

AI를 공부하는 것이 아닌 철학과 인문에 호기심을 품는 것처럼.




정지우 작가도 이러한 이야기를 한다.
AI가 아닌 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좋았다. 뭔가 나와 통하는 것 같아서.




남이 아닌 나를 바라봐야 하는 시대.




_ AI 시대는 우리가 바로 이 ‘삶의 본질’을 정확하게 바라보도록 만든다. 우리 인간은 서로의 시간을 빼앗아서 서로의 삶을 만들며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 (p.33)




그리고 글을 쓰려면, 자기만의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




AI로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정보를 편집하고 보는 안목은 더 높아져야한다는 것.
나 역시 매일 내게 필요한 정보가 들어오는 시스템을 갖추고,
그 중에서 내가 선별하여 받아들인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선별과 편집은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앞으로는 더하겠지 싶다.




구글에 AI모드가 탑재된 순간,

뉴욕타임즈 클릭 수가 현저히 줄었다는 사실은
AI가 이미 정보를 선별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제 3줄 요약으로 모든 걸 다 안다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_ 달리 말하면, 세상에 온갖 정보가 넘쳐날수록, 사람들은 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나 존재에 의존하게 된다. (p.73)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최근 보았던 수많은 기사가 떠올랐고,
내 안에 고여있던 생각들이 함께 떠올랐다.




AI와 함께하는 미래를 고민해본다면,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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