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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 도망가고 싶지만 오늘도 이불 밖으로 나와 ‘나‘로 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어른들에게
김유미 지음 / 나무사이 / 2025년 7월
평점 :
_ 나는 하루 24시간을 랩에 싸서 소분하듯 정리해두고, 하나씩 꺼내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게 현명하게 시간을 쓰는 방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은 단순히 숫자로 나눠 쓰는 것이 아니었다. 인생은 깔끔하게 소분되지 않는다. 계산으로 딱 떨어지게 하루를 채우는 것보다, 약간 낭비가 생기더라도 내가 무언가를 느끼고 누릴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들이는 게 더 중요했다. (p.176)
나와 같이 회사를 잠시 쉬고 대학원에 온 동생이 있었다. 우리는 대학원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갔고, 어찌어찌 회사가 합병되어 같은 계열사, 심지어 같은 건물에서 일하게되었다.
그리고 동생은 다시 두번째 대학원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야간으로, 그것도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인 미술을 택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녀가 떠올랐다. 우리는 둘다 워킹맘이기도 해서 서로를 응원하는 처지였는데. 그녀는 하물며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늘 모자란 시간, 아이를 친정엄마와 시부모에게 맡기는 마음,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 그 모든 것들이 공감대를 이루어, 서로를 지지해주었다.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은,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와도 맞닿아 있었다. 우리는 늘 이대로 살아도 좋은지를 이야기했으니까.
_ 그림을 배우며 무슨 그림을 그릴지만 고민한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다시 학생이 된다는 건 내가 누구인지 다시 묻는 일이었다. (p.155)
작년 하반기 나 역시 두번째 대학원을 시작했었다. 그러나 한 학기만에 휴학계를 낼 수 밖에 없었다.
배우려는 마음이 충만해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역할은 줄어들 수 없으며, 회사에서 쌓이는 연차만큼 해야할 일도 많았으니. 나의 저글링은 한 학기만에 끝났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질문은 여전하다. 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녀와 나는 여전히 이야기한다.
졸업하고 나면 더 이상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행복감이나 다른 삶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지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는 동생에게, 이 책을 내밀며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계속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도 있다고.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퇴근 후 화실로 출근하는 삶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내어 지속해보면 아이는 크고 나에게는 한줌의 시간이 생길 수 있지 않겠냐고.
_ 아름다움은 자기만이 알아볼 수 있는 언어다. 그래서 나다움이 고민될 땐, 내가 감탄하는 순간을 들여다보면 된다. 그리고 그 감탄을 누군가와 나눌 때, 아름다움은 순간을 넘어 추억이 된다. 아름다움은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는 미완성이다. 발견되고 공유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p.132)
누구나 나다움을 고민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고, 그것이 나다움을 표현해주는 것 같고. 그러나 그에 대한 시간과 여건이 주어지는 것 또한 자기 몫인것 같다. 물론 좀 많은 운도 따라야 하는 것 같고.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을 수 없다. 어떤 것은 내려놓고, 어떤 것은 욕심을 내고. 삶에 그러한 절충안을 만들어나가는 것.
삶에서 나다움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