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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해방 - 가짜 허기에 중독된 두뇌를 리셋하다
데이비드 A. 케슬러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우리는 에너지 섭취량은 낮거나 제한적인 반면 에너지 소비가 높은 환경에서 발달하고 설계되고 선택된 동물인데, 지금은 그것과 정반대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의 기본값은 체중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p.85)
저자는 미국 의사이자 변호사,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역임했다. 그 역시 체중을 줄이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으며, 위고비로 살을 일부 뺐고, 위고비를 중단한 이후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일단 책은 무지막지하게 재미있다. 그리고 저자는 단순히 책에서 더 나아가 실제 청원을 하며 행동에 나섰다. (책을 다 읽고 궁금해서 구글링했더니 이런 소식이 뉴스에 나왔다. 진짜 멋진 분이네!!!)
청원 내용은 FDA는 가공 정제 탄수화물이 안전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기존의 식품첨가물 규정을 폐지하고, 이러한 성분의 사용을 식품업계가 줄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그동안 아무 거리낌없이 먹었던 초가공식품들로 인해 포만감 메커니즘이 손상되어 체중 증가가 쉬워졌으며, 제약업계는 이 포만감을 공략하는 약을 통해 시장의 돈을 모두 흡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비만약을 중단하면, 체중은 돌아온다. 마법의 약은 마법을 부리는 순간에만 해당될 뿐이다. 결국 초가공식품이 아닌 좋은 탄수화물, 그리고 간헐적 단식과 같은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되는 습관, 건강을 위한 행동의 변화 등이 필요하다.
워낙 위고비 이야기가 많아서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자본주의와 비만약의 만남은, 제약업계가 얼마나 바랬던 일일까. FDA 사례가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FDA는 위고비나 젭바운드의 처방 시 구체적인 체질량 지수와 같은 기준을 없앴다. 또한 GLP-1약의 장기적 사용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에 유통을 허용하였다. 과거 비만치료에 이용되던 펜펜의 경우 전체 환자 중 3분의 1이 심장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GLP-1은 욕지기, 변비, 췌장염 등의 부작용 외에는 밝혀진 것이 없다.
저자가 이번에 한 청원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그가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환경이 문제라는 것을 그는 지적했고 규제하기를 원한다. 트랜스 지방이 사라진 것 역시 FDA가 규제했기 때문. 그러나 가공 정제 탄수화물은 범주가 꽤나 넓기 때문에 거대 식품업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다. 정치권에 열렬히 로비를 할테니.
식품업계와 제약업계 모두 자본주의 시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건강이 아니다. 더 맛있어서 잘 팔리는 것, ‘제로’라는 이름을 붙여서 죄책감을 덜 갖고 더 많이 먹게 하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한 체중 감량은 마법의 약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식단과 운동만이 나를 지킬 수 있다. 물론 환경도 바뀌기를...
비만약과 제약업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정말 재미있다.
덧. 위고비보다 마운자로가 더 효과는 좋다고.
그러니까 책에서는 티르제파타이드가 세마글루타이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고 나온다. 책을 읽고나니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경쟁을 더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가격 경쟁이든 효과 경쟁이든 무엇이든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