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밍 어스 - 지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
페리스 제이버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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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생명이 지구를 어떻게 변모시키는지에 대한 탐구이자 지구 자체가 살아 있는 생명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숙고이며 우리의 세상을 지탱해 주는 놀라운 생태계에 대한 예찬이다. (p.33-34, 서문)


지구 자체가 살아있는 실체라는 개념,
가이아 가설은 여전히 논쟁적이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지구가 생명체라는데에
왠지 마음이 좀 더 기울여질 것 같다.


책은 지구의 세가지 주요 구성요소인 암석, 물, 대기를 각각 설명한다. 미생물이 어떻게 땅과 물을 바꾸는지, 식물은 어떻게 변화에 의존하는지, 인간은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등.


고고학 증거들은 인간이 이동한 곳이라면 수많은 대형 포유류가 멸종한 것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와 개체 변동이 멸종을 어느 정도 설명한다 할 지라도 인간이 주범인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기후 변화는 과연 괜찮을까? 다시 도래한 기후 변화 속에 인간은 멸종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매머드 대초원과 코끼리 발자국을 남긴 과거 흔적 속에서 인간의 안위를 걱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싶다.


_ 바다는 이미 1850년보다 평균적으로 30퍼센트나 산성도가 높다. 금세기 말에는 산성도가 두 배가 되어서 지구 생태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p.166)


해양 산성화는 생물학적 과정을 교란시킨다. 플랑크톤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열대 산호가 붕괴하고, 온갖 바다생물의 개체 수가 감소했다. 특히 플랑크톤은 특히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탄소 조절 메커니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과학자들은 식물성플랑크톤이 사라지면 대기의 이산화탄소가 두 배가 될 것이라 추정한다." (p.163) 미세한 플랑크톤마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 왔지만, 이제는 인간이 버리는 플라스틱에 의해 교란되고 있다.


식물성플랑크톤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유독한 원소를 흡수하고, 플라스틱에 달라붙어 너무 무거워져 가라앉기 시작한다. 식물성플랑크톤은 어두운 심해로 들어가고, 동물성플랑크톤은 독성이 있는 미세 플라스틱을 수시로 먹으며 성장이 교란된다.


미세 플라스틱이 미치는 영향이 이미 진행되고 있지만, 인간은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지구가 자정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다보니, 인간이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고수할 뿐이다. 우리의 생활습관 역시 바뀌지 않으며, 암석, 물, 대기 모두 지구는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이렇게 누적된 상황에서 지구는 스스로 안정화할 수 있을지, 그 전에 기후 재앙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을지, 그러나 그 피해조차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구제에만 신경쓰지는 않을지.


이 책을 읽고나니, 화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인간의 한낱 모험심이 굉장한 오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를 지키는 무수히 많은 공동체와 다양성을 무시할 수 있을까. 그러한 공동체 정신을 지금이라도 깨닫고 다양성과 복잡성의 힘을 믿고 지구를 생각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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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임파서블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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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새로운 세상에 가고 싶다면 우주선은 필요 없다. 마음만 바꿔 먹으면 된다. (p.210)


아들과 남편이 떠난 세상에서 무료하게 살아가는 그레이스, 어느날 그녀의 옛 동료 크리스티나가 스페인 이비사 섬의 집을 그녀에게 유산으로 남긴다. 그녀가 보였던 작은 친절을 기억한 크리스티나는 왜 집을 선물했을까.


이비사로 떠난 그레이스는 바다에서 신기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다. 이후 크리스티나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녀가 왜 자신을 이비사로 초대했는지 알게 되는데...



_ 이상하게도 우리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는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면서 정작 자신의 삶에서는 스포일러를 찾으려 하지. 우리가 사랑에 빠질지, 건강해질지, 멋지게 학위를 마칠지, 좋은 직장을 얻을지, 편안한 노후를 보낼 정도로 연금을 받을지 알고 싶어 해. 우린 해결책을 원해. 모든 것이 계획되어 있기를 원해. 결말이 해피 엔딩이라는 걸 알고 싶어 해. 미스터리는 최대한 사라지고 모든 면에서 스포일러가 망쳐버리길 바라지. 하지만 그러면 무슨 재미가 있겠니? (p.463)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마법같은 이야기다.
누군가의 생각을 읽게 된다면,
시공간을 넘어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어떨까?



모든 것을 다 알 것 같은 72세의 나이도,
사실은 모든게 처음인 현실 앞에서 어린 아이 같았다.
시공간을 넘어 남편과 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후회와 죄책감으로 얼룩진 삶을 벗어나게 된다.



인생이란 기나긴 여정에서
자신이 살아오던 방식을 탈피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쫓아보는 것.
그레이스 할머니처럼.


규칙적인 일상의 안정적인 삶과는 반대인,
모험 같은 이야기가 주는 설레임이 있다.


경외해야할 세상 만물의 이치를 깨닫고,
신비한 능력으로 소통의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삶이 주는 경험.
낯설지만 부러웠다.


절망했을 때가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일이 틀어졌을 때 변화가 일어나려면 밑바닥까지 내려가야 한다.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때때로 진퇴양난에 빠진 기분을 느껴야 한다.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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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세가 한눈에 읽히는 부의 지정학 - 앞으로 5년, 글로벌 경제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이재준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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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중산층의 몰락이나 양극화가 자유무역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p.65)

지정학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 책은 미국 우선주의, 중국 공산당, 미중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북한, 일본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이슈 한가운데에 트럼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유에서 최근 트럼프 2기 인사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는 이번 인사에 미국 우선주의를 강력 추진할 예스맨 인물을 전면에 배치했다. 대중국 강경 기조는 말할 것도 없고, 관세 전쟁으로 보호주의 무역을 내세운다.

한편으로는 각 나라에 전쟁을 끝낼 것을 압박했다.
그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휴전을 제시하고,
12월5일 우크라이나 고위직은 트럼프 측근과 회동했다.


각 정부와 기업들은 분주히 움직이는 중이다.
트럼프 재집권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

중국 공산당에게 중요한 것은 당의 생존이었고, 경제 성장보다 당이 경제를 통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였다. (p.125)

한편 중국은 당의 통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식 자본주의 모델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시진핑에게 권력이 더욱 집중되면서, 경제는 통제되고 대만과의 관계도 불안해지고 있다.

책에서는 시진핑의 권력 집중에 따라 중국 공산당의 경제적 기조가 경직되었다며, 대만 침공 역시 독재적으로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물론 대만은 TSMC를 방패삼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은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국가들의 안보 위협이 심화되었으며, 전쟁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p.234)

러-우 전쟁과 트럼프 집권은 유럽 국가들의 군비 증강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미국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할 리 만무하고, 러시아가 휴전을 한다 해도 본질적 위협은 사라지지 않으니. 문제는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국방비 증액이 얼마나 가능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없는 이유, 북한이 자본주의를 감당할 수 없는 이유 등 중동, 북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투자는 지정학적 이슈는 물론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세계 정세를 한 번 훑어보면 그 흐름을 알 수 있고,
이 책도 쉽게 쓰여져있어서 좋았다.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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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뇌 - 뉴런부터 국가까지, 대화는 어떻게 인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는가
셰인 오마라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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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은 소속된 개인의 태도, 신념, 기억을 바꿀 수 있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집단의 합의는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개인의 기억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기억은 집단의 합의에 의해 형성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집단의 합의에 순응하게 된다. (p.181)


일본의 사도광산 추도식 논란만 보아도 한일 양국 관계는 진전이 없고, 일본의 역사인식은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2015년 '더 이상 아이들에게 사죄의 숙명을 지울 수 없다'는 아베 담화를 계기로 일본의 역사 인식은 크게 후퇴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이 무서운 것은 집단의식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중요한 건 진실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하느냐, 그 공통의 기억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대화'가 있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 역설적이지만 우리가 진실이 아닌 말을 감지하는 능력이 취약한 것은 사회집단, 종족, 문화, 하위문화에 소속되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다. 믿음의 공동체에서 우리의 지위는 우리가 그 공동체의 교리와 입장을 얼마나 충실히 옹호하느냐에 달려 있다. (p.213)


2022년 2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받은 시점을 생각해보면 대화와 믿음, 이런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끼게 된다.

군사력 2위 러시아가 22위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은 1,000일을 넘어 여전히 진행 중이다. 48시간 내에 끝이 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도움 요청을 거절했던 독일 재무장관이 합리적인 판단을 했는지 몰라도, 우크라이나의 민족정체성을 간과한 부분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도가 함락되는 상황에서도 키이우 어디선가 자신이 건재함을 SNS로 알리면서 사람들을 독려했을 때, 전세계가 들썩거렸던 상황이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전세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게 되는 움직임은 국가의 실리를 넘어서 지극히 사회적인 인간의 행태가 아니었을까 싶다.

한 나라의 수장이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켰던 말, 그리고 공통의 이해. 대화는 그 가운데에 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면서 기억하는 과정에서 경험과 현실을 이해하게 된다. 국가는 대화에서 시작한다는 저자의 말은 결국 공통의 이해를 기반으로 서로 공유하고 믿는 현실에서 '우리'를 만들어내기 때문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집단적으로 기억하고 상상하는 것은 항상 단순화되고 도식화되어 이야기와 서사가 된다. (p.287)


매년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나고, 그 중에 기억으로 남을 만한 일들은 영화나 책을 통해 다시 전달된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무척 사랑하기에, 이렇게 재조명되는 이야기는 세대를 넘어 전달되고 기억에 남는다.

그런 이유로 역사를 왜곡하거나 제작 의도를 의심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비판이 거세고, 창작이라는 이유가 변명으로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사람들이 더 이상 사고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진다면, 이러한 비판마저 소수의 의견이 되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AI시대가 되고나니 그런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AI 알고리즘이 잘못된 역사의식을 갖고있다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며든다면, 과연 사람들의 집단 기억도 바뀔 수 있을까.


대화가 더없이 소중한 때이다.
대화로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사실은 알맹이 빠진 대화가 아니었을지.

연말, 연초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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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뇌과학 - 당신의 뇌를 재설계하는 책 읽기의 힘 쓸모 있는 뇌과학
가와시마 류타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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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한 저자와의 대화는 결국 내 안에 있는 나 자신과의 대화로 이어진다. 이 과정이야말로 독서의 참맛이며, 그러한 대화를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이 가장 큰 효능이다. (p.236)

<다시, 책으로>에서 매리언 울프는 문해력이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라 했다. 읽기에 필요한 신경회로는 저절로 발달하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신경회로를 발달시켜야 한다. 또한 인쇄물이 아닌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는 깊이 읽기를 방해하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나 개인적 성찰같이 보다 느린 인지 과정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도 독서를 열렬히 예찬한다.

1. 활자 중심 책을 읽어라.
- 사진이나 그림, 만화가 중심인 책을 읽으면 사고하는 뇌의 영역, 배외측 전전두엽의 활성화가 미미하다고 한다.

학습만화를 권하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는지 몰라도, 주의가 분산되어 책 내용을 기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긴 하다.

2. 종이책을 읽어라.
- 디지털 매체는 주의가 분산되기 때문에, 종이책이 어휘 습득, 문장 이해, 응용력 향상에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디지털로 읽기보다는 종이책을 읽어라.

특히 인터넷 사용 시간과 3년간 뇌 발달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는 충격적이다. 인터넷을 장시간 사용할수록 대뇌 백질의 부피 증가량이 현저히 낮았다.

요즘 시대 독서가 더 필요한 이유다. 치매가 더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생활 습관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시간보다, 모바일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은 요즘, 우리의 뇌는 예전보다 더 빠르게 노화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에서는 인터넷의 과도한 이용과 뇌의 발달을 멈추거나 노화의 징후가 빨리 나타나는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배외측 전전두엽이 크게 활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밝혀졌다고. 그 영역이 바로 사고를 관장하는 부분이다.

AI가 요약도 하고, 이해 안되는 것은 친절히 설명해주고, 심지어 추천 질문까지 생성해주는 시대에, 오히려 우리의 뇌는 더 퇴화되고 있음을. 그래서 독서가 더 필요하다는 역설적인 현실이 와닿았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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