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개정판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이 무수한 신들이 연출하는 드라마는 뒷날 인간세상에서 그대로 되풀이된다. 신화를 아는 일은 인간을 미리 아는 일이다. 신화가 인간 이해의 열쇠가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p.112)
다양한 신의 군상만큼이나,
인간의 삶은 복잡하다.
사랑, 질투, 분노, 인내, 희망, 탐욕 등
인간의 변화무쌍한 생각과 감정을 물론,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능까지도.
그 중에서도 질투와 시기, 사랑 이야기는 늘 재미있다.
1. 파리스와 헬레나
신들의 여왕 헤라, 지혜의 여신 아테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귀가 쓰여진 사과 한 알을 놓고 싸우다 청년 파리스에게 사과 주인을 셋 중에서 고르게 했다. 파리스는 어마어마한 재물과 권력, 지혜도 마다하고, 아름다운 아내를 택했다. 그 결과 파리스는 아름다운 헬레네를 만났지만, 이는 전쟁의 씨앗이 되어 트로이는 불바다가 된다.
자본주의 세상이라면 재물과 권력, 명예를 주겠다는 헤라를 선택했을까? 내 생각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아내를 택했을 것 같다. ㅎㅎ 시대를 불변하고 인간이 아름다움에 대해 갖는 마음은 한결같기 때문에. 아름다워지기 위해, 젊음을 보존하기 위해, 미용산업과 의료산업의 규모가 커진 것은 인간의 본능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신화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참으로 많이 나온다. 이 여인들이 없었다면 절반의 이야기는 사라졌겠지 싶다. 사랑에 빠지고, 질투에 눈이 멀고, 유혹을 못 참고, 후회하고.
2. 에로스와 프쉬케
아프로디테의 질투로 에로스는 프쉬케에게 화살을 쏘지만, 도리어 에로스가 프쉬케를 사랑하게 되고, 프쉬케를 시기한 언니들의 꾐에 넘어간 그녀는 다시 시련을 겪지만, 끝내 에로스와 연이 맺어진다.
주위의 시샘과 질투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평온한 삶에 균열이 생기는 등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파생된다. 우리 일상도 마찬가지다. 신들도 그러한데 인간은 더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본능에 충실한 거라고, 오히려 성인군자 같은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니겠냐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과 달리, 인간은 영원히 살지 않는다. 유한한 인간의 삶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5권의 책 중에 그 시작인 이 책은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라는 부제를 갖는다. 신발, 사랑, 나무, 노래, 술, 기억 등 각각의 테마별로 신화 이야기를 꺼내 들려준다. 이야기에 얽힌 그림과 실제 영감이 되었을 그리스, 또는 신들을 표현한 조각상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글만 읽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이해를 돕는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신화는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되어 우리에게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한다. 이렇게 돌고 도는 이야기의 원천, 한 번쯤 읽어보면서 나만의 감상을 더하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떠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