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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세계 - 미국의 100개 팩트로 보는 새로운 부의 질서와 기회
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상미 옮김 / 리더스북 / 2023년 4월
평점 :
인생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가는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번영하거나 쇠퇴한다. (p.13, 들어가며)
자본주의와 탄탄한 중산층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고 이야기하는 스콧 갤러웨이. 그 이상에서 벗어나 표류하고 있는 미국을 이책에서는 100가지 지표로 팩트폭격을 한다. 다시 올바르게 나아갔으면 하는 저자의 바램과 달리, 지표를 보고나면 우울해진다.
총 10가지 챕터로 되어있다. 주주가치라는 신흥 종교, 미국이 만든 질서, 우상이 된 혁신가, 헝거 게임, 초연결 시대의 경제학 등등, 특히 부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표가 굉장히 많아서 초부유층과 사다리가 끊긴 청년층의 불편한 현실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_ 아메리칸드림은 열심히 일해서 부모님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그들 부모가 같은 나이였을 때만큼 잘살지 못한다. 새로운 아메리칸드림은 부자로 태어나는 것이다. (p.103)
특히 젊은 세대에게 할당된 부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치심, 좌절, 분노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근성과 야망이 부족해서 가난하다는 잘못된 사회 프레임은 더욱 기회를 박탈하는게 아닌가 싶다.
또한 돈이 땀보다 귀한 사회, 실물경제와 금융경제가 단절된 사회에서는 금융화의 혜택을 받는 자산가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갭을 더 키운다.
CEO와 노동자의 임금 격차 역시 어마무시한데, 주주가치, 주가 상승이 유일한 신처럼 맹신되는 사회에서 CEO는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챙겨감으로써 강세장의 혜택을 누리는 한편, 기업의 이익만큼 직원은 보상받지 못했다. 이러한 흐름을 돌릴 수 있을까.
결국 가진 자들이 세금과 각종 정책으로 자신의 부를 움켜쥐게 되면, 젊은 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창조적 파괴라는 이름으로 혁신적인 무언가를 해서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 뿐이다. (암호화폐가 그래서 등장했나 싶기도. ㅎㅎ)
어쩌면 과거에는 직장에 들어가 일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처럼, 요즘에는 오히려 창업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중간 낀세대로서 두 세대를 바라보고 있자면, 삶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닌, 이러한 환경의 영향도 크게 한몫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에게는 최소한 금융 교육과 기술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무엇보다 자신의 관점을 잘 견지할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한다. 스마트폰으로 초연결된 세상은 연결보다는 오히려 각자 선호하는 관점만을 강화하고 단절되는 세상을 만들었다. 좋은 의도와 달리 자본주의 생리에 맞게 발전하는 표류하는 사회에서 스스로를 잘 지키려면 필요한 힘이랄까.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를 위해 국가가 최소한의 정책 이행을 하지 못한다면, 가진 자들의 편에만 서있다면, 사회는 지금처럼 흘러가지 않을까. 국가는 어떻게 이러한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까.
책을 덮고나니 우울하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상황은 별반 다른 것 같지 않고, 그 대안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_ 인터넷은 더 연결된 세상에 대한 약속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각자의 에코 체임버에 갇혀 더 이상 화합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성공한 민주주의는 일반적으로 강력한 제도, 공유하는 역사, 매우 신뢰할 수 있는 광범위한 소셜 네트워크에서 나오지만, 소셜 미디어는 이 세 가지 모두를 악화시킨다고 말한다. 멍하게 글을 게시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리트윗하는 가운데 우리는 길을 잃었다. (p.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