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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3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3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10월
평점 :
매년 10월 출간되는 트렌드코리아, 출간일에 김난도 교수님의 네이버 라방을 보았다. 간결한 설명으로 책을 관통할 수 있게 해주신다. 그 후 책을 통해 더 자세한 사례를 읽는 것도 사실 재미있다.
2023년 10개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1. 평균 실종: 집단을 대표하는 평균값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2. 오피스 빅뱅: 조직문화가 바뀌고 노동 시장 시스템이 변화하는 등 일터가 달라지고 있다.
3. 체리슈머: 혜택만 챙기는 소비자는 체리피커, 다양한 알뜰소비 전략을 펼치는 소비자는 체리슈머
4. 인덱스 관계: 인간관계에 각종 색인을 뗐다 붙였다 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관리하는 것
5. 뉴디맨드 전략: 불가항력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 수요 창출 전략
6. 디깅모멘텀: 취미와 같은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트렌드
7. 알파세대가 온다: Z세대 다음 세대로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알파세대'
8. 선제적 대응기술: 고객이 깨닫기도 전에 먼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
9. 공간력: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
10. 네버랜드 신드롬: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피터팬들이 많아지는 트렌드
이 중에 눈길을 끌었던 것은 평균 실종과 인덱스 관계.
평균이 사라짐에 따라 기업들이 취해야할 전략으로 양자택일, 초다극화, 승자독식 전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심각해지는 정치/사회 양극화에 주목했다.
_ 제레미 다이아몬드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정치적 양극화를 가리켜 '현 사회가 처한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p.151)
<진실의 조건>에서 오사 빅포르스 교수는 양극화가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위험을 이야기했다. 정치가 양극화될수록 상대편을 더욱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끼리끼리 뭉쳐 자신의 집단의 믿음을 강화하는 현상, 지금 우리 사회 역시 그렇다.
상품시장에서는 N극화가 일어나는데, 즉 N명의 소비자가 N개의 취향을 가졌기에 개인 맞춤화에 따른 N극화가 일어나는데. 왜 사회/정치적으로는 그럴 수 없는 것일까.
이정도면 평균이야, 라고 안심하던 시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평범하면 브랜딩하기 힘든 사람이 된 것만 같고, 상품 역시 팔리지 않는 상품이 된다. 그렇다고 평균을 뛰어넘는 남다름을 갖추자니, 치열하게 살아야 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정규 분포에서 안전함을 느끼던 시대가 더 나았던 건가 싶기도 하다. 참 아이러니하다.
인덱스 관계는 친하다/안 친하다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이 아닌, 인친, 페친, 실친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는 관계를 말한다.
_ 왜 사람들은 관계에 인덱스를 붙이고, 이를 뗐다 붙였다 하면서 전략적으로 관리해나갈까? 이는 모든 관계에서 '자기중심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삶에서는 내가 우선이고 인간관계의 사소한 부분에 목매지 않는다. 예전에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관계라도 참고 견디며 잘 유지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요즘엔 그런 관계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과 인연을 만들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계를 지속할지 결정할 때에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p.242)
최근 '시추에이션십(situationship)' 트렌드를 알게 되면서 놀란 적이 있다. 친구와 연인 사이의 회색지대를 가리키는데, 깊이 있게 사귀는 건 아니지만 연애와 데이트의 기분은 채워줄 수 있고, 하지만 더 이상의 발전에 대해 암묵적으로 합의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관계가 더 발전하지 않을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개념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시추에이션십도 인덱스 관계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자기중심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발전하지 않는 관계라 하더라도, 상대방 역시 이에 동의하면 되는 것이니까. 지금의 즐거운 시간에 대해 만족한다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상관없는 것이다. 꼭 장기적인 관계만이 의미있는 것은 아니니까.
트렌드코리아를 보면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몰랐던 흐름을 발견하면 재미있고, 나도 느꼈던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조명하면 또 다른 관찰자의 시점에서 알게 된다. 그런 이유로 매년 이 책을 읽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