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글쓰기 - 고도원의 인생작법
고도원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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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글은 삶이다. 누구나 자기 삶을 살아간다. 그 삶이 곧 글이다. 누구나 자기 삶을 살아가듯이, 누구나 자기 글을 쓸 수 있다. 가수 이은미가 말했다. “세상에는 나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처럼 부르는 사람은 없다.” (p.16)


2001년에 시작한 아침편지가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부터 놀라웠다. 아침편지문화재단, 그리고 충주에 운영 중인 아침편지 명상센터 ‘깊은산속 옹달샘’까지. 편지 하나로 시작해 이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것이 거짓말 같았다.


글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고 그는 말한다.

누군가를 살리는 글을 쓰는 본인은 정작 매일 써야 하기에 글쓰기가 ‘사람 죽이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힘든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힘은 인내라고, 그리고 인내를 키워주는 방법은 명상이라고. 글쓰기에서 명상센터까지, 그의 여정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_ 글쓰기는 우리의 바쁜 일상에서 ‘잠깐 멈춤’의 시간을 허락한다. 그러므로 언제든지 글을 쓸 수 있다. 그래서 글은 그 사람의 삶이고 일상이다. (p.160)


글을 쓰는 것이 시간을 확장시키는 마법이라고, 그러한 글귀를 많이 봐왔다. 서평을 쓰는 순간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쓰는데.


시간을 확장시키기도,

시간을 잠깐 멈춰 세우기도.

글쓰기의 힘은 분명하다.

그 어떠한 주장도 다 옳다고 할 만큼.


책을 읽다 보면 짧은 문장에서 느껴지는 힘이 있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연필에 힘을 꾹 주어 쓴 글처럼.

저자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힘.


아침편지를 받아보는 이들이,

편지가 나를 살렸다고 하는 건

그러한 글이 가진 힘일거다.


읽는 내내 밑줄을 치며 읽었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의 힘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_ 글의 깊이는 천차만별이다. 글의 내용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는 사유가 필요하다.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밖으로 보이는 것에 머물지 않고 보이지 않는 내면을 보는 것이다. 글은 사유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내면에서 재발견된 사유의 기록. (p.117)


_ 이야기를 계속 읽게 하는 힘은 답을 찾아가는 흐름에 있다. 하늘에 떠 있는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글을 읽는 사람이 스스로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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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각법 -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시대의 물음표 사용법
정철 지음, 김파카 그림 / 블랙피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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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몸은 움직이지 않아서 문제.
마음은 너무 열심히 움직여서 문제. (p.121)


소설형식을 차용한 에세이,
새로운 기획이 눈에 띄었다.


새로운 도전을 한 작가의 용기가 멋져보였다. 에세이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서문의 그의 말이 가장 와 닿았다.

_ 카피라이터는 뭐 하는 사람입니까.
작가는 또 뭐 하는 사람입니까.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나는 서너 가지 답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렇게 짧게 대답한다.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p.14, 서문)



유튜브 <최성운의 사고실험>을 좋아한다. 심도있는 질문,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 삶과 가치관을 생각해보게 된다. 인터뷰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대답을 하면서 생각이 정리가 되서 좋다고 말한다.


내면의 생각을 끌어내는 심도있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된다면 어떨까.


이 책은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책이다. 스스로에게 이렇게나 많은 질문을 던져보았다고? 생각의 이어달리기를 보여주는 책 같았다.


반면에 나는 삶의 수많은 질문을 묵묵히 삼키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라는 질문을 하다가도, 어떻게? 라는 질문에서 막혀버리면 그 "왜?"는 다시 뽀글뽀글 잠수해버리고 만다.


한동안 다시 잠수해있던 "왜?"는 종종 머리를 치켜드는데, 나는 심도있게 대답하는 대신 그 왜를 다시 꾸욱 눌러버린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내 삶의 가치, 의미, 뭐 이런 의미있는 것들에서 답을 못 찾고 헛바퀴만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사실 요즘이 그런 시기이기도 하고.


이 책의 정수는 결국 나에게 얼마나 물음을 던지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는지를 묻는, 그런 의미에서 한 수 가르침을 주는게 아닐까 싶다.


생각하는 법은 결국 질문하는 법이라고. 챗GPT에게 그만 묻고 내게 물어야겠다.



_ 나를 아껴 써라. 귀하게 소중하게 따뜻하게 대하라. 사랑할 수 있다면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다면 존경하라. 형편 좋아지면 잘하지 말고 지금 잘하라.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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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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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사회제도의 총체로서 한 시기의 지배적인 생활양식 또는 습관적 사고는 환경이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 한 무한정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전승되는 제도, 습관적 사고, 견해, 정신적 태도와 소질은 그 자체가 보수적인 요인이 된다. 모든 인간은 보수적이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관성의 법칙이 사회제도와 사고방식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p.243)



책의 부제는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이다.


책을 열면 첫 페이지에는 이러한 문구가 나온다.

“스스로 설계한 삶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스스로 지식소매상이라고 말하는 저자가 그동안 책을 통해 얼마나 사유하고 세상과 관계를 맺어왔는지, 그런 여정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가 읽은 책들은, 어쩌면 앞으로도 내가 읽지 않을 책들이 다수였다. 공산당 선언, 인구론, 유한계급론, 자유론 등. 그가 한창 많은 고민을 했던 20대의 시절과 지금은, 강산이 변할만큼 다르니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12.3 계엄을 겪고 <자유론>을 다시 읽고 특별증보판에 추가했다는 그의 말에, 나 역시 어느 순간에는 그런 책을 찾게 될까 생각했다. 고전의 힘과 깊은 사유는 시대를 막론하고 필요하니까.



마치 내가 스테이블코인이 화두에 오르자마자 1963년 출간된 머리 로스버드의 <정부는 우리 화폐에 무슨 일을 해왔는가>를 짚어든 것처럼.



책을 읽으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이야기는 아무래도 맬서스의 <인구론>이었다. 굶어죽는 사태를 에방하려면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도록 하라고?? 부자와 기득권층에 봉사하는 철학을 보여주는 맬서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영국에서 시작한 우생학이 떠오르는건 우연의 일치일까. 우생학이 다윈이나 맬서스의 사상과 연관지어 발전한게 아닐까.



단순히 경제학 시간에 배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논리만 알고 있던 나로서는, 이렇게 시대의 맥락과 저자의 사상까지 친절히 알려주니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다. 경제학 시간에 이런 이야기까지 곁들였다면 더 재밌었을텐데 싶다. 언제나 비하인드 썰이 재미있는 법.



_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나의 행복은 내가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 또는 내가 소유한 부의 절대량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사람의 것보다 많으냐 적으냐에 달렸다. 부를 축적하는 경쟁에서 남을 이기는 것이 행복의 열쇠다. 부의 절대적인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p.230)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경쟁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돈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특히 남들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는 것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제 누구든 소비를 과시할 수 있는 사회이다보니, 더욱 그의 이야기가 유효해보인다.



최근 메타가 오픈AI 핵심인력에게 약 1조원이 넘는 보상 패키지를 제안한 것이 기사로 알려졌다. 1조원이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연봉이었나. 물론 스탁옵션 및 여러가지 포함이지만. 그렇다면 AI가 창출하는 가치가 대체 얼마이길래. 노동시장에서도 엔터테인먼트와 같이 소수의 슈퍼스타가 존재하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핵심인력들은 거절했단다. 유한계급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아 이렇게 적고보니 부럽네. 그런 오퍼를 받았다는 것도, 거절할 수 있는 결단도. ㅎㅎ



그 외에도 <카탈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지금의 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고, <역사란 무엇인가> 책은 직접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한 마지막 <자유론>을 왜 추가했는지, 그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책의 부제에 맞는 책들을 어쩜 이렇게 잘 선정했는지,

스스로 지식소매상이라 부르는 그의 단단한 지식 총알탄을,

꺼내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늦게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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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뇌과학자 - 절망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대니얼 깁스 외 지음, 정지인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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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에 관한 서사는 대부분 병이 진행되면서 겪게 되는 상실과 고통의 감정적 영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반복할 생각이 없다. 누구의 삶에서든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과정을 바꿀 기회인, 생물학적으로 유일무이하고 대체할 수 없는 시기의 잠재력을 명확히 알리는 것이 나의 목표다. (p.22, 들어가며)

신경과 의사인 대니얼 깁스 박사는 2015년 치매를 진단받았다. 후각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아차린 것이 2006년, 그의 나이 54세. 이듬해 뇌하수체 종양을 제거하였지만 후각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나빠졌다. 바쁜 삶을 영위하느라 시간은 흘렀고,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건 64세.

현재 알츠하이머병에서 제일 먼저 영향받는 곳이 뇌의 후각 중추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진적으로 손상되는 후각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 다음 손상되는 해마로 인해 최근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면서 치매를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인지능력 상실 전에 치매를 발견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과학자로서 기여하겠다는 열망을 갖고, 임상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유산소 운동, 지중해 식단, 정신을 자극하는 활동, 사회적 참여, 양질의 수면 등 그는 병의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다. 점차 책을 읽을 수도 없고, 회의에 참여해도 진행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고, 퇴행이 진행되는 것을 몸소 체감하며 기록한다.

‘내 뇌에 새겨진 문신’이란 뭘까? 글자 그대로 문신이기도 하고 비유적 표현이기도 하다. 내 뇌에 있는 헤모시데린은 문신에 쓰는 잉크 염료와 매우 유사하다. 내 뇌에는 정말로 문신이 새겨져 있는 셈이다. (중략) 이는 내가 알츠하이머병과 벌인 전투의 흔적이며 이후 내게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p.157)

원제는 A Tatoo on My Brain
자신의 뇌 MRI를 보고 뇌하수체 종양을 발견,
치매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던 저자.

제목부터 그 담담함이 느껴진다.


사실 기억을 앗아가는 것이 죽음보다 더 무섭다.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게 되면,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삶을 향한 낙관의 기록을 통해,
새로운 삶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가면서.
일상의 기쁨을 여느 때처럼 마주하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주변인에게 갖는 부채의식보다,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생활습관으로 극복하려는 그의 의지는
마지막까지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한 여정으로 보였다.

초연한 삶의 태도.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병이기에,
읽는 내내 저자를 응원하면서 읽었다.

기억과 추억은 우리 존재를 형성할 뿐 아니라, 개인으로도 관계 속에서도 우리를 가장 심오한 방식으로 정의한다. 이것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을 더 일찍 진단하고 치료함으로써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말할 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다. 허비할 시간이 없다.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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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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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까지 재력을 유지한 사람. 그런 사람은 존경받는다.
그게 존경받을 일인지는 몰라도, 존경받는 노인이 대부분 그 조건을 충족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p.61)

소설에는 유카시엘이라는 요양시설이 등장한다. 재산 상태에 따라 A등급부터 F등급까지 나뉘어 노후를 보내는 노인들의 모습은 자본주의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현실에서도 월 500만원의 비용에도 입소 대기가 넘치는 실버타운이 화제가 되는 반면, 저소득 노인을 위한 주거공간 문제는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

그래서 소설 속 장면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영원한 청년은 없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인을 사회에서 부양해야 할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며 혐오하기도 한다.

소설 속 엘리야는 이렇게 묘사한다.

노인들은 뭔가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 전반을 삐거덕거리게 하고 느리게 만드는 존재들이야. (p.103)

돈이 있는 노인은 그나마 사람의 케어를 받지만, 그렇지 못한 노인에게는 AI의 도움을 받는 것조차 어렵다. 심지어 선택사조차 경제력 있는 사람들만의 옵션이다.

소설과 현실은 어쩌면 그리 다르지 않을지 모르겠다.


어제 본 유튜브에서 런던베이글 창업자 료 디렉터가 '남다름'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도 다르고 너도 다르고, 우리 모두 달라서 너무 좋다"고.

문득 이 '남다름'이라는 단어가 언제 사용되는지 생각했다. 어릴 때는 누군가를 주목할 때 '남다르다'라는 표현을 쓴다. 성인이 되면 그 남다름이 '유별나서 힘들게 하는 사람'일 수도, '특별해서 반짝이는 사람'일 수도. 그렇게 표현하곤 한다.

그런데 노인에게도 이 단어를 사용했던가?

모두 자기만의 꿈을 꾸고, 삶의 철학을 갖고 살아가는 한 사람일 뿐인데.

저는 노인이라는 존재를 그저 '늙어 있는 상태의 사람'으로 인지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차츰 알게 되었어요. 그들도 한때의 나였다는 사실을요. '노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제가 만난 분들은 모두 젊음을 통과하며 가슴속에 뜨거운 소망을 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p.258)

'젊음의 나라'는 존재하는 걸까?

젊음이라는 짧은 순간을 동경하는 순간, 기나긴 나이듦의 시간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AI기술의 진화보다, 사람들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소설 속 나와 엄마, 그리고 민아이모, 이들의 연대는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과 현실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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