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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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사회제도의 총체로서 한 시기의 지배적인 생활양식 또는 습관적 사고는 환경이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 한 무한정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전승되는 제도, 습관적 사고, 견해, 정신적 태도와 소질은 그 자체가 보수적인 요인이 된다. 모든 인간은 보수적이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관성의 법칙이 사회제도와 사고방식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p.243)



책의 부제는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이다.


책을 열면 첫 페이지에는 이러한 문구가 나온다.

“스스로 설계한 삶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스스로 지식소매상이라고 말하는 저자가 그동안 책을 통해 얼마나 사유하고 세상과 관계를 맺어왔는지, 그런 여정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가 읽은 책들은, 어쩌면 앞으로도 내가 읽지 않을 책들이 다수였다. 공산당 선언, 인구론, 유한계급론, 자유론 등. 그가 한창 많은 고민을 했던 20대의 시절과 지금은, 강산이 변할만큼 다르니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12.3 계엄을 겪고 <자유론>을 다시 읽고 특별증보판에 추가했다는 그의 말에, 나 역시 어느 순간에는 그런 책을 찾게 될까 생각했다. 고전의 힘과 깊은 사유는 시대를 막론하고 필요하니까.



마치 내가 스테이블코인이 화두에 오르자마자 1963년 출간된 머리 로스버드의 <정부는 우리 화폐에 무슨 일을 해왔는가>를 짚어든 것처럼.



책을 읽으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이야기는 아무래도 맬서스의 <인구론>이었다. 굶어죽는 사태를 에방하려면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도록 하라고?? 부자와 기득권층에 봉사하는 철학을 보여주는 맬서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영국에서 시작한 우생학이 떠오르는건 우연의 일치일까. 우생학이 다윈이나 맬서스의 사상과 연관지어 발전한게 아닐까.



단순히 경제학 시간에 배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논리만 알고 있던 나로서는, 이렇게 시대의 맥락과 저자의 사상까지 친절히 알려주니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다. 경제학 시간에 이런 이야기까지 곁들였다면 더 재밌었을텐데 싶다. 언제나 비하인드 썰이 재미있는 법.



_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나의 행복은 내가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 또는 내가 소유한 부의 절대량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사람의 것보다 많으냐 적으냐에 달렸다. 부를 축적하는 경쟁에서 남을 이기는 것이 행복의 열쇠다. 부의 절대적인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p.230)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경쟁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돈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특히 남들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는 것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제 누구든 소비를 과시할 수 있는 사회이다보니, 더욱 그의 이야기가 유효해보인다.



최근 메타가 오픈AI 핵심인력에게 약 1조원이 넘는 보상 패키지를 제안한 것이 기사로 알려졌다. 1조원이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연봉이었나. 물론 스탁옵션 및 여러가지 포함이지만. 그렇다면 AI가 창출하는 가치가 대체 얼마이길래. 노동시장에서도 엔터테인먼트와 같이 소수의 슈퍼스타가 존재하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핵심인력들은 거절했단다. 유한계급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아 이렇게 적고보니 부럽네. 그런 오퍼를 받았다는 것도, 거절할 수 있는 결단도. ㅎㅎ



그 외에도 <카탈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지금의 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고, <역사란 무엇인가> 책은 직접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한 마지막 <자유론>을 왜 추가했는지, 그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책의 부제에 맞는 책들을 어쩜 이렇게 잘 선정했는지,

스스로 지식소매상이라 부르는 그의 단단한 지식 총알탄을,

꺼내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늦게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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