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대화 - 인생의 언어를 찾아서
김지수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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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실망의 감정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회와 실망은 다르다고 다니엘 핑크는 이야기한다. 날씨와 같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변수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실망, 통제할 수 있었던 '내 잘못'에 관한 것이 후회라고. 나는 후회하지 않는 편이야, 라고 평소 말하던 편이었는데. 오히려 후회하지 않을 안전한 선택만 한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의 최소화가 아닌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내면의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로 들렸다. 그 역시 후회한다고. 글이나 말로 후회를 털어놓으면 마음의 짐이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추상적인 감정을 그 자체로 담아두지 말고 언어로 표현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좀 나아짐을.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며 자기를 치유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야기 아닌가 싶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라고 말하는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에 이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는 친구'라고 말하는 심리전문가 이름트라우트 타르. 두 사람의 생각은 맞닿아 있었다. 사실 학교 다닐 때의 친구,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친구는 모두 다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되는 친구 역시 다르다. 인생의 챕터마다 다른 친구를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가 궁금했던 내용들 역시 이름트라우트 타르의 인터뷰에 실려있다. 나이들수록 사랑보다 우정을 갈망하는 이유, 우정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지, 삶에서 우정을 지속하기 위해 가져야할 태도 등, 생각보다 명쾌한 답변으로 답했다.


공통의 관심사가 많지 않으면 대화를 이어나가기 힘들다. 친구 사이라고 다르지 않다. 공통의 관심사가 많을수록 대화는 깊어지고, 그 대화는 우리를 더 끈끈하게 만든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되는 변화 속에 친구와 얼마나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마음을 통하느냐,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지치지 않는 삶의 에너지를 이야기하는 파스칼 브뤼크네르, 80세에도 여전히 달리는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삶의 에너지를 분출하며 열정적으로 사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결국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사고방식이 전부인듯 하다. (물론 건강은 제일 기본이고.)




이 책을 읽으며 한번에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다. 인터뷰로 그들의 생각을 짤막하게나마 접했고, 플래그를 수도 없이 붙였다. 이분들이 쓰신 책을 다시 찾아보기까지. 프롤로그에서 김지수님이 쓰신 말씀 그대로다. 

_ 모든 중심에 언어가 있다. 지식은 알고 지혜는 이해하지만 언어는 이동한다. 나에게서 세계로, 오늘의 나에서 내일의 나로, 이 책에서 여러분이 만날 지혜자듣 또한 '자기 언어'의 동력으로 세상을 잇는 위대한 '대화자들'이다. 타인의 좋은 언어가 나의 심장에 꽂힐 때 일어나는 미묘한 스파크를, 여러분도 느끼면 좋겠다. (p.12, 프롤로그)


"살아간다는 것은 적어도 얼마간의 후회를 쌓는 일이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자책은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후회는 고도의 두뇌 작용이에요. 그저 감정이 아니라 인간만이 가진 놀라운 인지 능력이죠. - P163

보통의 우리가 ‘모든‘ 후회를 가정하고 최소화하려든다면 뇌는 무언가를 하기보다 노력이 덜 드는 ‘현상 유지‘ 방식을 택합니다. 연구 결과, 후회 회피는 종종 결정 회피로 이어졌어요. 후회에 너무 집착하면 그대로 얼어붙어 결정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거죠. - P167

평생 무수히 많은 결정을 내리는 만큼 빈틈없이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건 불가능해요. 관건은 ‘올바른 후회‘를 최소화하는 거죠. 그게 바로 후회의 최적화입니다. - P168

옛 친구와 새로 사귄 친구... 친구 사이에도 경중이 생길까요?
모든 우정엔 나름의 시간과 서사, 변화와 움직임이 있지요. 역동적이고 가변적이고 다채로워요. 어떤 경우는 과거만 탐구하는 우정은 유익하지 않아요. 현재의 적극적 경험이 중요하죠. "너 아직 기억나?"라는 질문이 반복되면 권태에 이르고 자연스레 멀어집니다. - P335

진정한 우정이란 대화를 멈추고 싶지 않은 마음과 같아요. 때로는 들어주고 때로는 독려하고 상대에게 건너갈 다리를 짓는 거죠. - P329

인생의 챕터마다 우정의 풍경도 냄새도 다 달라요. 여행 친구, 육아 친구, 독서 친구... 각각의 친구는 내 안의 다른 현을 건드려 다른 반응을 만들어 내죠. 친구가 바뀌면 우리의 생각과 행동도 바뀌어요. 그 반향으로 죽을 때까지 독특한 ‘자기됨‘이 완성되죠. - P333

가벼운 도움이라도 자처하세요. 우리는 모두 마음이 가난한 인간이에요. 그래도 우정에 투자할 시간이 있어서, 시간에 투자할 우정이 있어서 얼마나 기쁜가요. - P338

에너지를 쓰는 게 곧 삶입니다. 여러분은 10년을 주기로 스스로를 거침없이 재구축해야 합니다. 50, 60, 70, 80.... 숫자가 바뀔 때마다 안주하지 말고, 위험을 무릅써도 됩니다. 자기로 사는 편안함과 자기일 수밖에 없는 불편함을 인지해야 ‘나‘로 살 수 있어요. 만약 도전할 에너지가 없다면, 당신 스스로의 생존을 증명하는 반짝거림을 잃어가는 중입니다. 죽기도 전에 사라질 이유가 있나요? - P52

너무 앞서서 일일이 계획하다 보면 오히려 막다른 길에 도달하거나 좌절하기 쉽죠. 오히려 끌리는 일을 하면 하나 다음에 다른 하나가 찾아와요. 그리고 그건 결과가 아닌 새로운 행로의 시작이 되곤 했죠.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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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1 - 복잡한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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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세권 앞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심리, 유기농 제품이 마트 한 섹션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 중고차시장에서 매매가 어려운 이유 등 일상생활 속 경제학이 설명할 수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설명한다. 



경제학이라고 하면 수요, 공급 원리가 떠오른다. 과거 경제학 시간에 수요-공급 그래프를 그리며 배웠는데, 이 책처럼 일상생활과 맞닿아있는 이야기를 곁들였다면 경제학이 더 재미있었을지 모르겠다. 팀 하포드 역시 완전시장, 정보의 비대칭성, 외부효과, 게임이론 등 경제학 원리를 알려주지만, 각 챕터별로 모든 이야기를 다 전개한 후에 마지막에 짧게 이론을 설명하는 식이다. 



책에 소개된 일상 속 경제학 중 생각지도 못하게, 우리 삶과 밀접했던 이론으로는 외부효과가 있었다. 



_ 외부효과: 생산자나 소비자의 경제활동이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가져다주면서도 이에 대한 대가를 받지도 않고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는 상태를 말한다. 외부효과는 외부경제와 외부비경제(외부불경제)로 구분된다. 외부경제는 다른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에 의해 소비자 또는 생산자가 무상으로 유리한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중략) 외부불경제로는 대기오염, 소음 등의 공해가 문제시되고 있다. (p.193)



1월 싱가폴 여행을 갔을 때였다. 싱가폴은 집은 공공주택 개념이기 때문에 집의 소유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차 소유는 부의 상징이다. 차에 엄청나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아반떼 한대가 1억에 준하는 비용으로 자동차세와 관련된 세금만 6개. 좁은 땅덩어리에서 차를 타고 다니지 말라는 정부의 정책으로 읽혀진다. 도심 곳곳에 ERP(Electronic Road Pricing)라고 하는 도심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한번 통과할 때마다 5천~6천원의 돈을 징수한다.



이런 세금으로 좁은 땅덩어리에서 수용 가능한 차를 제한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외부효과에 대한 비용청구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는 영국에서 2003년 혼잡세 과세 지역을 지정했을 때 사례가 나왔다. 시내에 차를 몰고 오는 데 하루 5파운드를 부과했을 때 1년 만에 자동차를 몰고 오는 사람이 거의 3분의 1 줄었고, 세금을 물지 않는 교통수단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결과다. 이렇게 외부효과 세금은 교통정체나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에 잘 작용한다. 



그러면 왜 특정 국가에서만 교통혼잡세를 부과하는걸까. 대기 오염이 그렇게도 걱정된다면, 세금을 활용해 대중교통 이용을 촉구할 수도 있을텐데. 그러나 외부효과에 대한 비용청구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효용성과 불공정성 사이에 사람들의 논란이 있다. 돈만 내면 공기 오염을 허락한다고 봐야할지, 가난한 사람은 운전하지 말라는 건지, 이것들이 불공평하다는 이야기를 누군가는 할 것이다.



깨끗한 공기와 원활한 교통이 우리 경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비용을 지불하고 도로를 사용해야 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된다면, 그때는 비용청구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함께, 정치적으로도 풀기 힘든 문제일 것이다. 즉, 단순한 경제문제는 아닐 것 같다.



우리 삶 속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들을 경제학으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책이라 재미있었다. 이렇게 경제를 공부했다면, 더 재미있게 공부했을텐데. 좀 더 빨리 이 책을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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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유대인 제국 - 유대 기업은 현대 중국의 탄생에 어떻게 기여했나
조너선 카우프만 지음, 최파일 옮김 / 생각의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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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상하이는 중국의 용광로, 중국을 형성한 모든 세력들 - 자본주의, 공산주의, 제국주의, 외국인, 민족주의 - 이 한데 모인 도가니였다. (p.35, 들어가는 말) 



이 책은 바그다드 출신의 유대인 서순가문과 커두리가문이 상하이에서 이루었던 거대한 제국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늘날 HSBC의 전신인 홍콩상하이 은행 설립에 동참했던 데이비드 서순, 1920년 홍콩의 페닌술라 호텔을 구입했던 엘리 커두리. 반유대인주의가 없었던 상하이에서 두 가문은 일찍이 자본주의를 활용해 가문의 자산을 확장해나간다. 



단순히 부를 축적하는데서 끝나지 않았다. 나치를 피해 상하이로 흘러들어오는 1만 8천명의 유럽 유대인 난민을 구하고, 중국 정치가들 쑨원, 장제스, 마오쩌둥과 관계를 맺으며 가문의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1949년 중국 공산당 집권 이후 서로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하면서 한세기에 걸쳐 일군 가문의 재산을 잃고 몰락한다. 물론 그 와중에도 커두리 가문은 여전히 홍콩에서 페닌슐라 호텔 체인과 홍콩 최대 전력회사 CLP 홀딩스를 경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3대를 넘어서 잘 사는 가문이 여기 있나 싶기도...



그 옛날 상하이는 참 흥미로운 공간이었던 것 같다. 외국인과 중국인이 어울려살고, 자본주의 체제가 그 안에서 싹트고 호화로운 백화점과 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섰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치욕적인 역사적 장소다. 외국인들이 중국인 대상으로 이윤이 많이 남는 아편을 팔아 자본을 축적하고, 외국인 전용 주거지(조계)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며 중국인 하인을 싼값에 부려먹었던 것을 보면.



공산당 집권 후 외국인의 재산이 몰수되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서순가문과 커두리가문은 중국 사회에서 계속 자본가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중국 역사를 잘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가독성있게 잘 읽혔다. 마치 옛날 한 시절을 파노라마처럼 재현해주는 것 같았다. 세계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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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섀퍼 부의 레버리지 - 경제적 자유로 가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
보도 섀퍼 지음, 한윤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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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섀퍼는 이 책에서 다섯가지 소득 분야를 별 모양으로 표현하고, 각 소득원의 장단점을 이야기한다. 전문가, 기업가, 투자자는 리스크가 큰 대신 돈을 많이 벌 기회가 있는 반면, 직장인이나 프리랜서는 불확실성이 적지만, 편안한 생활을 할 확률이 높다고.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전문가, 기업가, 투자자가 될 수는 없다. 자신의 성격에 맞는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한 분야 내에서 소득을 높이거나, 추가로 돈을 벌거나, 분야를 바꿔서 도약하거나, 방법은 다양하다.



★ 끊임없는 학습과 성장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학습과 성장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직장인이 되어도,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안정적인 시스템에 나를 끼워넣는 것일뿐, 시스템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 그렇다면 내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 일회성이 아닌 다회성 수입이 필요하다 (p.75)
내가 일한 시간에 대하여 일회성 보수를 받는 것, 이로 인해 우리는 끊임없이 쳇바퀴를 굴러야 한다. 그러나 만약 한번 완수한 일의 대가로 여러 차례 돈을 받는다면, 마치 음악 저작권처럼, 그렇다면 시간적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 수입의 파이프라인을 늘려라 (p.124)
한번의 노동으로 여러번 돈을 번다는 것, 이 새로운 시스템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 부분은 수입의 파이프라인을 늘리라는 보도 섀퍼의 조언과도 맞닿아있다. 직장인이거나 프리랜서를 유지하되, 새로운 규칙을 학습해서 파이프라인을 늘리라는 것.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판매할 수 있을까? 서비스, 아이디어, 상품, 지식, 정보? 


또한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사회 시스템의 하나가 되는 것이 옛날 사고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에게 어떤 자율성을 주고, 어떤 경제교육을 시킬지, 그것이 나의 앞으로 남은 숙제가 될 것 같다.



내가 놓치고 있던 그 무언가, 보도 섀퍼는 꾸준히 책을 통해 알려준다. 2018년 책이 이번에 개정보증판으로 새로 나와서 접했으나, 좀 더 빨리 읽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어쨌든 지금이라도 읽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겠다.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정말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끊임없는 학습과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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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41 - 1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읽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리카이푸.천치우판 지음, 이현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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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책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리카이푸는 <AI 슈퍼파워>를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SF작가 천치우판을섭외해서 SF소설 10편과 함께 AI에 관해 생각할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마치 10편의 블랙미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두 명의 공저자가 얼마나 이 책을 조화롭게, 재미있게 잘 썼는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그들이 서문에 담은 이야기처럼 10편의 소설은 생각할게 너무 많았다.


1장 <황금 코끼리>
기업들이 지향하는 슈퍼앱, 우리는 그 앱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공유해주어야 하는지, 만약 각종 할인과 삶의 편의성을 제공한다면 저항할 자신이 있을지. 그렇게 공유한 데이터가 결국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무수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데이터가 갖는 편향성의 알고리즘까지 문제의식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_ 나야나가 보기에는 엄마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황금 코끼리에 세뇌당한 것 같았다.가족들은 앱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행동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보험료가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는 점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인간의 뇌는 돈이 걸린 문제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걸까. 가족들은 혜택을 얻고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기세였다. (p.33, <황금 코끼리>)


2장 <가면 뒤의 신>
악의적 딥페이크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의 가짜 뉴스보다도 더 강력하게 사람들을 선동할 수 있는 무기인지 모른다. 딥페이크를 감별하는 기술과 딥페이크 기술간의 경쟁이 될 수도, 그 사이 우리는 진짜 같은 가짜와 가짜 같은 진짜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닐까. 

6장 <거룩한 드라이버>
5단계 완전 자율주행차는 가능할까. 윤리의식 역시 컴퓨터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선택이 더 나은 선택인지를 컴퓨터와 사람 중 누가 잘 할 수 있을까. 자율주행차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많은 문제들이 이 소설에 담겨있다. 

_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우리는 기계가 인간의 생명을 해칠 수 있는 결정을 하도록 허용해야 하는가?"이다. 그 대답이 "아니오"라면 자율주행차의 미래는 없다. (p.315)

7장 <양자 대학살>
양자 컴퓨팅이 구현된다면 기술은 혁신이 아닌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인가. 저자는 2041년에도 양자컴퓨팅이 구현될 가능성은 80%라고 하지만, 이 기술의 진보가 계속되리라는 것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이기도 하다. 특히 비트코인 암호 해독을 위해 기술이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 악의적으로 기술이 사용된다면 어떨까 하는 우려가 이 소설에 담겨있었다. 인공지능이 개발될수록 윤리는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8장 <구원자 이야기>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면,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일은 생계를 위해서만 필요할까. 일자리 재배치 기업이 이러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다른 일자리를 소개한다는 설정은 낯설지 않았다. 저자는 창의력, 공감, 수작업, 이 3가지 능력은 인공지능이 뒤처지는 분야로 2041년까지는 인공지능이 통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챗GPT나 달E와 같은 인공지능 개발 속도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 걱정된다. 

10편의 소설을 읽다보면, 너무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더 섬뜻하다. 하지만 생각할 거리는 충분히 많다. 그리고 피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천치우판과 나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택했다. 내가 먼저 특정 기술이 언제 성숙할지, 데이터를 모으고 실험을 반복하기 위해 얼마나 걸릴지, 다양한 산업에서 관련 제품을 생산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예측하는 ‘기술 지도‘를 만들었다. 또 기술 발전과 함께 발생할 문제들, 각종 규제와 제약 요인 같은 온갖 갈등과 딜레마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러고 나면 천치우판이 그의 재능을 발휘해 등장인물, 배경, 줄거리를 만들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 P11

나와 같은 SF 소설가가 마주하는 가장 도전적인 과제는 현실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상상력을 통해 더 풍부한 가능성까지도 보여주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 P16

나는 SF소설이 갖는 최대 효용은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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