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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유대인 제국 - 유대 기업은 현대 중국의 탄생에 어떻게 기여했나
조너선 카우프만 지음, 최파일 옮김 / 생각의힘 / 2023년 2월
평점 :
_ 상하이는 중국의 용광로, 중국을 형성한 모든 세력들 - 자본주의, 공산주의, 제국주의, 외국인, 민족주의 - 이 한데 모인 도가니였다. (p.35, 들어가는 말)
이 책은 바그다드 출신의 유대인 서순가문과 커두리가문이 상하이에서 이루었던 거대한 제국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늘날 HSBC의 전신인 홍콩상하이 은행 설립에 동참했던 데이비드 서순, 1920년 홍콩의 페닌술라 호텔을 구입했던 엘리 커두리. 반유대인주의가 없었던 상하이에서 두 가문은 일찍이 자본주의를 활용해 가문의 자산을 확장해나간다.
단순히 부를 축적하는데서 끝나지 않았다. 나치를 피해 상하이로 흘러들어오는 1만 8천명의 유럽 유대인 난민을 구하고, 중국 정치가들 쑨원, 장제스, 마오쩌둥과 관계를 맺으며 가문의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1949년 중국 공산당 집권 이후 서로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하면서 한세기에 걸쳐 일군 가문의 재산을 잃고 몰락한다. 물론 그 와중에도 커두리 가문은 여전히 홍콩에서 페닌슐라 호텔 체인과 홍콩 최대 전력회사 CLP 홀딩스를 경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3대를 넘어서 잘 사는 가문이 여기 있나 싶기도...
그 옛날 상하이는 참 흥미로운 공간이었던 것 같다. 외국인과 중국인이 어울려살고, 자본주의 체제가 그 안에서 싹트고 호화로운 백화점과 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섰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치욕적인 역사적 장소다. 외국인들이 중국인 대상으로 이윤이 많이 남는 아편을 팔아 자본을 축적하고, 외국인 전용 주거지(조계)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며 중국인 하인을 싼값에 부려먹었던 것을 보면.
공산당 집권 후 외국인의 재산이 몰수되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서순가문과 커두리가문은 중국 사회에서 계속 자본가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중국 역사를 잘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가독성있게 잘 읽혔다. 마치 옛날 한 시절을 파노라마처럼 재현해주는 것 같았다. 세계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