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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평점 :
_ 큰 빚이 큰 부자를 만드는 진리는 언제나 통한다. 하지만 우리의 빚은 저들의 것과 다르다. 아무에게도 빚지지 않은 사람의 마음은 가난하다. 서로에게 내어준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노트에 눌러쓰고, 그 빚을 기억하며 평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으로 언젠가 세상을 설득할 것이다. (p.280)
도심 곳곳에 말뚝들이 출몰하고, 계엄정국으로 혼잡한 세상.
갑자기 납치를 당하고, 불륜남으로 오해를 받고, 대출알선에 엮이고.
이런 일이 왜 나한테 일어나는지 영문을 모르겠는 장.
그런데 왜 그런 일이 장한테 일어나면 안되는지 묻는다.
옛날 친구 테이가 생각나고,
말뚝이 물고 있던 명함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떠오르고,
누가 누구에게 빚을 졌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말뚝들만 보면 눈물이 나는 장,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서 다 같이 눈물을 흘린다.
현실에서는 계엄 이후 탄핵 때 광장에 모여서 노래를 불렀는데,
다 같이 울었다면 어땠을까. 소설은 참 악동같다.
_ 사람들이 강처럼 흘러 한자리에 모여든 이유는 울기 위해서였다. 우는 사람은 답답하지 않았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사람들이 모여서 우는 게 정부에겐 비상사태였다. (p.203)
소설을 끝까지 읽고도, 누가 납치를 했는지 모르겠다. 읽다보면 그런건 궁금하지 않다. 마지막에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켜 장을 탈출시킨 것과 같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다.
어떠한 궁금증은 다른 일들로 인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잊혀진다. 이상하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거나,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 세상이 소설에서도 펼쳐진다.
지금 우리 세상도 블랙코미디 같기는 마찬가지니까.
왜 그런 일이 일어났지? 싶은 말도 안되는 일들이 그냥 일어나기도 하니까.
랜덤니스.
_ “세상 모든 일이 이유가 있어 일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건 그냥 사고에요.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세상의 모든 일이고요. 왜 특별히 쟝에게만큼은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p.184)
블랙코미디 같은 소설이다.
8인의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 이유,
읽고나니 알 것 같다.
추천의 말이 와닿는다.
“부채도 자산이라는 말이 이렇게 감동적일 수도 있다. 서로의 마음에 진 빚으로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그 빚은 변제되지 않은 채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한다.” - 서영인 문학평론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던 황당무계한 계엄 정국을 소설로 이기겠다고? 설마? 그런데 이겼다. 현실보다 더 기발한 상상력으로.” - 정지아 소설가
“<말뚝들>은 우리 사회가 그간의 무수한 사회적 재난을 충분히 애도하고 통찰하는 대신 은폐하고 소거하기에 급급해왔음을 겨냥한다.” - 편혜영 소설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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