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먹는 존재들 - 온몸으로 경험하고 세상에 파고드는 식물지능의 경이로운 세계
조이 슐랭거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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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우리가 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계속 식물로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식물을 어떻게 생각하기로 결정하는지는 우리의 모든 걸 바꿔놓을 것이다. (p.98)

이 책을 읽으면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다.

‘식물 지능’이라는 말을 신중히 다루는 과학자들의 태도가 이해되면서도, 수많은 실험과 관찰이 쌓여 있음에도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이 유지되는 이유가 결국 인본주의적 관점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은 ‘답할 수 있는 질문’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

식물이 지능이 있는가, 들을 수 있는가, 기억할 수 있는가.

어쩌면 이런 질문들은 과학이 아니라 철학의 영역에서 다시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정말 진기한 식물의 세계를 보여준다.

1. 식물은 자신이 건드려지면 방어 태세에 들어간다. 포식자가 씹는 소리에 반응하고, 식물도 특유의 파열음 주파수를 낸다. 괴롭힘을 당하면 식물도 ‘소리’를 낸다.

2. 식물에게도 생체 리듬이 있다. 낮과 밤을 알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봄에는 속도를 높이고 겨울에는 느려진다. 흙 속의 습도 차이를 감지해 물이 있는 방향으로 뿌리를 내리고, 젊음과 늙음의 시기를 지난다.

3. 꿀을 품은 식물은 벌이 깨물면 개화 시기를 최대 30일 앞당긴다. 수분해줄 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꽃을 일찍 피우는 것이다.

4. 은행나무는 성전환을 한다?! 수그루에서 암가지를 뻗는 모습은 수억 년 동안 생존해 온 지혜의 산물일까, 성을 변경해가면서 생존하는 은행나무.

5. 식물은 곤충, 균류, 동물 등 종의 경계를 넘어 소통한다. 아카시아는 잎이 뜯기면 쓴 타닌 성분을 늘리고, 주변 나무들은 그 신호를 감지해 에틸렌을 방출한다.

6. 식물은 가족을 인지한다. 낯선 식물 옆에서는 뿌리를 깊게 내리며 경쟁하지만, 가족 곁에서는 예의 바르게 뿌리 성장을 제한하고 함께 살아갈 공간을 남겨둔다.

그저 놀랍기만 하다.

씨앗은 발아 후 48시간 안에 물과 영양분을 찾아야 하고, 잎을 밀어 올려 햇빛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

태초부터 스스로 생존해야 했던 존재이기에, 식물은 그 어떤 생명체보다 환경에 민감하고 적응이 빠르다.

인간의 눈에는 정적으로만 보이는 식물이 이토록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지구상에서 우리보다 훨씬 오래 살아온 존재임에도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함부로 대했는가.

‘경이로움’이라는 단어 외에는 이 감정을 설명할 길이 없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큼이나 인상적인 책이다.

인간이 전부가 아님을,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한층 더 확장시켜주는 책.

리뷰로는 다 전하지 못할 만큼 놀라운 내용이 가득하다. 직접 읽어보시기를.
강력 추천한다.

식물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식물 부모들이 자기 자식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순조롭게 시작될 수 있도록 있는 힘껏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p.366)

따지고 보면 결국, 식물이 지능이 있는 존재인가 아닌가는 사회적인 질문이지 과학적인 질문이 아니다. 과학은 계속해서 식물들이 우리가 상상해 온 이상의 일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갈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우리는 그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우리 스스로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p.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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