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 레볼루션 - 기술 패권 시대, 변화하는 질서와 한국의 생존 전략
이희옥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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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으로 기술적, 군사적, 국제 정치적 차원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자립도를 높여 나가는 전략적 접근은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역시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아무리 장기적 목표를 설정해도 미국이나 중국의 요구에 따라 휘둘리는, 소위 외교적 '루저'가 되어 이리저리 등 떠밀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p.170)

최근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번 APEC 회담을 통해 그 과제가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핵잠수함 건조 승인’은 한국이 미국과의 결속 강화를 의미하는 것 같지만,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국이 처한 국제 정세 현실이 얼마나 팽팽하고 어려운 시기인지를 새삼 느꼈다.

1. 미국의 오판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이후 미국의 탈제조업을 가속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미국의 기대와 달리, 중국은 경제적 자유화 이후에도 정치적 자유화나 민주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미국은 중국을 ‘배은망덕한 국가’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것이 미·중 관계의 근본적인 불신으로 이어졌다.

2. 결핍이 낳은 중국의 혁신
미국의 기술 제재 이후, 중국은 내부 자원을 쥐어짜듯 효율을 극대화하며 기술 자립을 추구했다.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이미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결핍이 곧 혁신의 원천’이 된 셈이다.

3. 갈림길에 선 한국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미국의 원천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편, 중국은 빠르게 그 격차를 좁히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 반도체 설계 단계에서 미국 기술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기술 독립은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이 반도체든 AI든, 대체 불가능한 나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독자적 혁신이 절실하다.

책에서는 헨리 키신저의 저서 <새로운 질서>가 언급되는데, 특히 그 부분이 깊은 인상깊었다.

1950년대, 키신저는 핵 기술이라는 새로운 기술 발전이 인류 전체를 공멸의 위기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판단했고 그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고민했었죠. 만약 핵전쟁이 발생한다고 해도 어떻게 하면 또 한 번의 세계 대전 확산으로 가지 않도록 제한전으로 억제할 수 있을까, 이를 고민했던 게 1950년대 키신저의 작업이었다고 한다면, 2020년대에는 AI와 핵이 결합해 미중 경쟁이 단순한 AI경쟁을 넘어 핵과 얽힌 새로운 군비 경쟁으로 비화하는 상황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를 마지막까지 고민했다고 합니다.(p.130)

AI를 둘러싼 미·중 경쟁은 단순한 기술 패권 싸움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키신저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AI 생태계에 무비판적으로 편입되는 것도 위험한 선택이나, 그렇다고 소버린AI가 과연 가능할까...

핵무기가 그랬던 것처럼, 통제 불가능한 힘이 또다시 인류를 위협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고...

이 책은 미·중의 각축 속에서 한국이 처한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게 만든다.

한국이 그 사이에서 지혜롭고 주체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만 쉽지않은 국제 정세에서 국내도 바람잘날 없으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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