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이후의 질서 - 트럼프 경제 패권의 미래
케네스 로고프 지음, 노승영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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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가 전 세계 지하경제에서 달러와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며, 바로 그 경쟁력이 암호화폐의 본원적 가치의 원천이다. (p.275)

이 책은 트럼프 2기 집권 이전에 쓰인 책이다. 저자는 아마 트럼프가 이토록 적극적으로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달러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제 통화로서의 시장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중국 위안화가 국제 통화를 목표로 부상하고, 유로화의 점유율이 회복되면 달러의 독점적 지위는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저자는 트럼프의 정책이 이러한 흐름을 오히려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 정치권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며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전 세계 지하경제의 힘을 키움으로써 달러에 새로운 리스크를 안긴다는 것이다.

1부에서는 과거 달러 패권에 도전했던 소련, 일본, 유럽이 왜 결국 그 힘을 이어가지 못했는지 다루고, 2부에서는 현재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금본위제 이후의 고정환율제에 대한 고찰이 흥미로웠다. 다른 책에서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던 부분인데, 우리나라 IMF 외환위기 역시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니..

아시아에서 벌어진 사실상 모든 은행 위기와 금융위기는 고정환율제의 실패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다. (p.196)

고정환율제의 실패 이후 변동환율제로 전환되었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독립적으로 단기 정책금리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정부는 언제나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싶어하지만, 그럴 경우 인플레이션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달러로 구성된 외환보유액을 대량으로 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율이 자유롭게 변동되더라도, 충분한 준비금이 안정성과 신뢰를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IMF 위기를 경험한 아시아 국가들이 지금도 외환보유액을 꾸준히 늘리는 이유다.

두 번째 ‘IMF 위기’에 처할 거라는 두려움은 각국이 자국 금융 시스템을 구제할 수 있도록 군자금을 쌓아두게 만드는 강력한 정치적 동기가 되었다. (p.221)

이 책은 과거의 금융질서를 복기하며 지금의 규칙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동시에, 암호화폐가 열어갈 새로운 세상이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게 한다.

지금 당장 달러를 대체할 국제 통화는 없겠지만,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없다. 레이 달리오도 지난 몇년간 이야기했듯.

그렇다면 과거의 ‘게임의 규칙’을 살피고, 현재 진행 중인 시장의 변화를 예민하게 관찰하는 것이 해야할 일 같다.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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