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네 동네 이야기 (출간 25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한이네 동네 이야기
강전희 지음 / 진선아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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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간 25주년을 기념해 다시 선보인 리커버 그림책이다. 배경은 2000년대 초, 서울 한강 근처의 동네 모습. 내게는 유난히 낯익게 느껴졌다.

높은 아파트 대신, 창문 너머로 이웃집이 훤히 보이던 시절. 내가 초등학생이던 때, 우리 동네가 그랬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주택에 살았다.
마당에는 앵두나무와 포도나무가 있었고,
1층과 반지하에는 다른 세대가,
우리 가족은 2층에 살았다.
하나의 집에 여러 가족이 어우러져 지냈다.

그런 시절이라 이웃집 사정을 모를 수가 없었다. 자연스레 서로의 안부를 알고, 소소한 일상도 나누던 때였다.

이 책을 함께 본 아이는 “동네가 아늑해 보여요”라고 했다. 사람이 많고 북적이는 모습이 좋았던 모양이다.

“놀이터에 사람이 많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네.”
아이는 신기하다는 듯 그림을 구석구석 훑어보았다.

나에게는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풍경이었지만, 아이에게는 처음 보는 세상이었다.

어쩌면 이런 북적거림이 아이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아는 사람이 많고, 한 집 건너면 서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책을 보며 “엄마는 예전에 이런 집에 살았어.”라고 말하자,
아이는 그림을 찬찬히 보더니 “여기서 이야기하면 다 들리겠네?” 하고 웃었다.

그림을 매개로 내 어린 시절을 꺼내놓고,
아이는 그 시절을 상상하며 질문을 던졌다.

그림책의 묘미는 이렇게 그림을 통해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데 있는 것 같다.
나는 옛 동네를 추억하고, 아이는 현재 우리 동네 이야기를 덧붙이며, 앞으로 우리 동네의 어느 구석을 더 함께 걸어볼지 이야기했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며 옛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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