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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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장된 음식처럼, 소문은 오래 갔다. 섬에 살고 있는 이수와 할머니. 소문보다 그의 마음이 궁금했다. 괜찮은 척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자신만의 섬에 살고 있는 아이, 책을 읽는 내내 안쓰러웠다.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이수와 세아. 마음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던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마음이 닿는 순간 묵직했던 마음이 스르르 놓였다. 사회는 이들을 애써 모른 척 했지만, 이들은 서로를 모른 척하지 않았다.

때로는 모른 척 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때로는 상대의 용기만큼, 나 역시 나만의 견고한 성을 무너뜨리고 나와야 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이수와 세아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수는 소문이 말하는 그날의 기억을 잊어버렸지만,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면서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만의 섬에서 빠져나온걸까, 아니면 더 깊숙이 들어가버리게 될까.  




한 구절 한 구절 꾹꾹 눌러담은 것 같은 문장을 많이 발견했다. 이희영 작가님 소설은 늘 그랬다. <페인트>, <챌린지 블루> 모두.  

<소금아이>는 우리 주변에도 있을 것 같다. 저마다의 사연은 몰라도, 자기만의 섬에서 나올 수 있도록 누군가는 손을 내밀고, 누군가는 옆을 지켜주는 세상.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잘 읽었습니다. 이희영 작가님 최고에요!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건, 비단 젓갈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소문도 마찬가지였다. 삭힌 젓갈처럼 그저 익어 갈 뿐이었다.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 P17

넝쿨처럼 이리저리 얽히고설켜 사는 게 인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섬에서 사는지도 몰랐다. 누군가 배를 타거나, 헤엄쳐서 가보지 않으면 결코 그 속을 알 수 없는 섬들...... - P146

이수는 문득 인간을 떠올렸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아프게 하고, 다른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지를...... - P192

쓸데없는 얘기일 리가. 누군가에게 한번쯤은 털어놓고 싶었겠지. 파도가 섬 귀퉁이를 깎아 내도, 모래가 되어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뿐이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도 같지 않을까. 서서히 부서져 내릴 뿐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미풍에도 잔잔한 바다가 깨어나듯, 인간의 마음속에 침잠한 것들은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부유한다. 애써 외면했던 기억과 상처를 아프게 불러들인다. - P183

인간에게 받은 상처가 가장 아프고, 인간에게서 받은 위로가 가장 따뜻하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칼날이 되는가 하면, 누군가의 손길은 생명이 된다. 소름 끼치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도 인간이요, 숭고한 희생을 감당하는 존재도 인간이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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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유니버스 - 오래 사랑받는 작품을 위한 창작과 마케팅의 기술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유정식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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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고전으로 남아 영원히 팔린다. 불멸의 작품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 책은 그에 대한 이야기다.

- 어떻게 하면 세월을 견뎌낼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 어떻게 작품을 포지셔닝하고 패키징해야할까?
- 어떤 마케팅 채널이 도움이 될까?
- 어떻게 해야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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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작품은 단 한 번의 천재적인 시도로 탄생하지 않는다. 이런 결과물은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진다. 아니면 앤 라모트가 글쓰기에 대한 책에서 밝혔듯이, "새 한 마리씩" 만들어진다. 천재성을 발휘하기 위해 천재가 될 필요는 없다. 그저 특별한 무엇인가에 첨가할 작은 '탁월함'의 순간들을 확보하기만 하면 된다.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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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는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으로 테스트하며 시장의 반응을 살펴본다.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씩, 점진적으로 실행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그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몰랐던 것이 보인다. 그의 대표작 '개미'가 20여년간 120번 가까이 개작을 거친 작품이라니!

조금씩, 점진적으로, 꾸준히. 그 역시 이러한 원칙에 진심이었다.

"한 방 터뜨리는 게 아니라, 지치지 않고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하다. 천재라는 말을 들으면 기쁘지만, 무엇보다 '규칙적이다'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규칙성과 끈기, 이 두 가지를 잘만 훈련한다면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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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들어낸 작품이 당신에게는 삶의 중심이겠지만 타인들에게는 하나의 옵션일 뿐이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그들은 당신의 작품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다. 영리한 크리에이터라면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고객에게 가능한 한 쉽고 불편함 없도록 만들고 다가가는 데 집중할 줄 안다. (p.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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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작품을 만들었다면 마케팅 역시 중요하다. 출시 시점부터, 입소문을 내기까지, 무엇하나 그냥 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마케팅은 굉장히 중요하다. 어떻게 입소문을 낼 것인지, 주변 지인에게 요청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미디어에 홍보하는 일, 광고비를 얼마나 지출할 것인지, 이 모든 결정은 사실 과거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여전히 중요하다.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 집필이 좋은 마케팅이라고 말하는 저자.


배우가 작품을 마치고 다음 작품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회사를 방금 매각한 기업가가 또다시 회사를 창업하고. 계속해서 많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다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떠올랐다. 이번에 에세이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와 함께 장편 소설 <꿀벌의 예언>을 출간했다. 작가를 잊지 못하는 방법은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마케팅이라는 저자의 말이 와닿았다.

이 책은 창조, 포지셔닝, 마케팅, 플랫폼, 4가지로 나누어 오래 지속될 무언가를 만들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창작과 마케팅에 대하여, 우리가 알면서도 지나쳤던 것들을 조근조근 시원하게 이야기해주는 점이 좋았다.


‘긁어줘야 할 곳‘을 알지 못하면 긁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다만 세계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모든 가려움을 긁어줄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나 순진한데,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그렇게 생각하곤 한다. - P73

결국 무슨 일을 하든 우리는 모두 아이디어를 팔고 있다. 형태가 어떻든 그 과정은 동일하다. 그 과정에 숙달되고 올바른 방식으로 그 길을 생각한다면 당신의 아이디어는 앞으로 영원히 팔릴 수 있다. - P24

마케팅 활동을 하면서도 여전히 창작을 위한 방법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야 한다. 창작 그 자체가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중략) "책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마케팅은 후속작 집필을 시작하는 겁니다" - P287

계속해서 많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 로버트 그린은 세 번째 책을 출간하고 나서야 책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걸 발견했다. 세 권의 책이 하나의 시리즈처럼 보일 수 있었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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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문장 - 작고 말캉한 손을 잡자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정혜영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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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에 걸맞게 글은 술술 읽혔다. 초등학교 교사인 정혜영 작가는 어린이의 문장을 허투루 대하지 않았고, 애정이 듬뿍 담긴 그 마음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_ 동식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른 생명체의 삶을 돌보아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들의 안부를 들여다보고 걱정과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이 갓난아기를 대하는 엄마의 마음과 무엇이 다를까. (중략) 어리고 미숙한 존재를 돌보는 행위가 결국 돌보는 자를 성장시킨다. (p.114) 


"엄마, 물고기는 언제 결혼하는지 알아? 내 생각에는 암컷과 수컷이 얼굴을 딱 마주치면 사랑에 빠져서 결혼하는 거 같아. 그러면 아기가 생길거야." 

최근 어항을 들이고나서 일이다. 물고기가 언제 결혼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아이의 순진무구한 질문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의 이런 생각이 말로 또는 문장으로 표현될 때, 어른은 행복해지기도, 위로받기도 한다.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이면 더더욱. 



이 책에 담긴 어린이의 문장은, 내가 잊었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이슬아 작가의 <부지런한 사랑>과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 두 책이 떠올랐다.


_ 어린이를 만드는 건 어린이 자신이다. 그리고 '자신'안에는 즐거운 추억과 성취 뿐 아니라 상처와 흉터도 들어간다. (p. 91, <어린이라는 세계>) 


우리도 한 때는 머물렀던 마음과 생각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어린이가 바라보는 세상을 함께 볼 수 있게 해주는 책, 힐링이 되는 책이다. 


세상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다. 어른이 어린이의 마음을 만난다는 것은 각자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는 일이며,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오늘의 모습을 보듬는 일일지도 모른다. - P10

어른의 세계가 흔들릴 때 어린이는 자신의 세계도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어른들의 세계가 안전하다면 아이들은 다른 걱정 없이, 마음놓고 자신의 세계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어른들은 느리고 서투르다고, 제 방향을 못 찾고 헤맨다며 아이들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른을 걱정하지 않도록 먼저 단단해져야 한다. 겉껍질이 단단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 꽃눈은 언제나 그렇듯 제때에 발아하기 마련이다. - P157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던 이어령 선생의 말씀처럼, 다른 사람이 가진 똑같은 모양의 행복을 좇지 말고 자기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단단히 쌓아가길 바란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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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말 - 작고 - 외롭고 - 빛나는
박애희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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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어쩌면 아이들이 나를 키우는 것인지 모른다.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스스로를 얼마나 조이며 살았을지, 오만한 생각을 하고 살지 않았을지, 그런 나는 지금보다 행복하지 않았을 거라고 가끔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 때문에, 충분하지 않은 나만의 시간을 욕망하기도 한다. 삶이란 원래 플러스와 마이너스 조합이니까. 

이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해지면서 아이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이들의 말을 다 기록했어야 하는데, 그때 우리 아이도 이런 말을 했었는데. 그래서 나의 기억세포 하나 하나 건드리는 느낌.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을까, 어쩌면 그 기억이 모두 없어져서, 우리 아이들이 그 기억을 되살려주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아이들이 공들여 만든 세상에 눈치 없이 들어가 무례한 훼방을 놓지 않으려면 매너가 필요하다. 골똘히 집중해 만들어낸 그들만의 세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명심. 타인에게 원하지 않는 조언을 하는 대신 나만의 세계에 집중하는 센스. 그 점을 기억할 수 있어야 언젠가 아이 마음의 방문 앞에 ‘출입 금지, 질문 사양, 방문 사절‘이라는 팻말이 붙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세계를 사려 깊게 존중받은 경험은 언젠가 아이가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 P150

아이들은 그래서 어른보다 행복하다. 나를 기쁘게 하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들을 보고 즐기는 것을 바쁘다고 미루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자신이 찾은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리려고 애쓴다. - P49

아이들 곁에 있으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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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이별 - 나를 지키면서 상처 준 사람과 안전하게 헤어지는 법 오렌지디 인생학교
인생학교 지음, 배경린 옮김, 알랭 드 보통 기획 / 오렌지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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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서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헤어지는 커플은 없다는 사실 말이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저 달라서가 아니라, 둘 중 하나가 벽에다 대고 말하는 것 같은 상황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서다. (p.17) 

알랭 드 보통, 그 이름 하나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옛날 옛적 그의 책을 읽고나면, 그는 왠지 사랑에 대해 다 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별에 대해 그는 어떻게 말할까, 궁금했다.

일목요연한 책의 목차, 그가 뭐라 말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 같은 느낌. 


어렸을 때에는 누군가 만나면 공통점부터 찾았다. 그런데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점이 훨씬 더 많아진다. 당연하다. 그 차이를 서로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냐, 그 태도가 사랑을 잘 지켜나가는 비결이라고.



사랑도 이별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서도 안되며,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별을 말하기 어려워 해서도 안된다. 사랑과 이별을 통해 배우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내 삶의 가치관은 예전보다 더욱 선명해질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배우게 되는 것들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한다면, 이 책 역시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소설로 사랑을 말할 때 그 낭만은 사라졌지만, 이별을 문답형태로 이야기하니 더 직선적으로 대답이 꽂히는 것 같다. 인생학교 수업을 휘리릭 수강한 것 같다.  


정말로 관계를 ‘떠나는‘ 쪽은 바로 더 이상 애정을 베풀지 않는 사람이다. 달리 말해 상대와 자신이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라고 믿는 쪽이 여전히 두 사람의 관계 속에 ‘머무르는‘ 사람이다. - P75

사랑의 문제에 있어 ‘틀린‘ 것은 없으며, 온전히 ‘옳은‘ 선택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좋은 날에도, 힘든 날에도, 그저 인생의 섭리를 겪어 내는 것뿐이다. 어떤 아쉬움이나 후회도 없는 선택을 하려는 과욕을 내려놓아야 한다. - P173

다시 말해서, 공통 분모는 초기 관계의 진전을 돕는 게 전부다. 어느 순간부터는 천생연분이라 불리는 커플 사이에도 차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차이를 다루는 태도에 달려 있다. - P19

행복한 삶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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