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2025 우수환경도서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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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세계사


쓰레기의 흐름은 자본주의 사회가 수요에 대한 공급을 맞추는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자본주의에 따르는 낭비와 환경 오염이라는 특성을 강조하는 낭비 경제라는 표현은 오래전부터 쓰였으며, 최근에는 쓰레기세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p.12, 들어가는 말)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저렴한 물건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와 이 책을 읽으며 불편해지는 나, 이 둘 사이의 양면성을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까.


과잉 소비 시대에 과연 우리가 쓰레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일주일간 부여잡고 꼼꼼히 읽었던 이유는 쓰레기의 역사가 인류가 살아온 방식과 흐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오염은 늘 일정한 선 안에서 관리되었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의 수도 모른 체할 수 있는 정도로 유지되었으며, 이해당사자들끼리는 개인적인 친분도 있었다. (p.82)



도시 내에서 사육되던 가축은 도살, 부산물 처리 등의 도시 위생과의 갈등 때문에 이제 도시 바깥으로 밀려났다. 어쩌면 가축의 자리를 반려동물이 차지했는지 모른다.


영국과 근대화된 위생 프로그램이 식민 지배를 하면서 그들의 권력과 우월성을 정당화했고,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똥의 도시'라는 멸칭으로 서울을 모욕했다."(p.196)는 표현은 서구 식민 권력을 그대로 학습한 일본이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그들의 우월성을 강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상업화된 질소 비료의 등장으로 배설물을 이용한 비료는 사라졌고, 위생이 좋아질수록 쓰레기 양이 증가했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쓰레기를 처리하는 인프라시설은 도시의 성장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고, 가난한 나라에 쓰레기를 수출하는 방법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기술의 진화속도가 빨라질수록, 쓰레기는 점점 더 처리하기 힘든 문제가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 재활용을 제외하면 - 적절한 비용으로 많은 양의 쓰레기를 보관하고 처리할 다른 방법은 거의 발명되지 않았다. (p.294)


결국 쓰레기는 매립과 소각의 방법으로 처리되고 있는데, 문제는 유독폐기물 양은 줄지 않고 쓰레기 양은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매립하는 것이 수도권은 2026년부터,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금지된다.

매립지와 소각장 마련은 정치적인 문제였고, 지금은 각 지자체마다 주민의 반발로 소각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소각장 마련은 시급한 것 또한 현실.


쓰레기는 정치의 영역이다.


쓰레기를 정치 시위의 도구로 사용했던 해외 사례들도 책에는 나오는데, 쓰레기를 아무데나 투기하거나 쓰레기 수거 파업을 하는 경우 답도 없다는건 겪어보지 않아도 뻔한 일들.


매립지의 위치는 점차 정치적 문제로 발전했다. 결말은 늘 씁쓸했다. 매립지는 해당 지역만이 아닌 더 넓은 구역의 쓰레기를 담아냈고, 패자가 전부 떠맡는다 The loser takes it all 라는 구호에 충실해졌다. (p.304)


패자가 전부 떠맡는다.
매립지나 소각지로 선정되면, 이미 패자나 마찬가지라는 인식. 전세계 어느나라나 모두 동일하다.



흥미롭지만 불편하다. 환경에 점점 민감해지는 만큼, 쓰레기에도 관심을 가져야할 때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도, 쓰레기의 시대를 피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하나가 모이면 좀 더 나은 미래가 될 수 있을거라고 일단 믿어본다.




흥미로운 사례들이 너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서독이 동독에 가정 쓰레기를 수출했는데, 통일 후 동독의 쓰레기장이 재앙이 된 사례. 세상은 돌고 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쓰레기를 줄여야한다. 재활용도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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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 나를 지키는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가
정아은 지음 / 마름모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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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자존감의사랑법

_ 사랑은 사건이다. 한 번 일어나면 종류를 불문하고 기념비가 되어버리는 사건. 남녀노소 누구나 살아가는 내내 열망하고, 인류가 이룬 모든 유무형의 자산이 이것을 쟁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그런 사건. 인생에 가장 강력한 발자국을 남기는 이 사건은 그러나, 내 의지로 오지 않는다. (p.14-15)


사랑을 말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끊임없이 나오는데, 그게 그 이야기 같은데 매번 그렇게 빠져서 보고 있으니. (물론 배우가 다르다. ㅎㅎ) 내 이야기다. 이쯤되면 대리만족인가 싶기도.


드라마 대사처럼, 남녀가 사랑을 할 땐 심장이 덩기덕쿵덕 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말에 미소짓게 되는 그런 사랑. 사랑도 종류가 꽤나 많다.


책에서는 짝사랑, 금기의 사랑, 수평적 사랑, 자기애를 이야기하는데. 역시나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고전은 고전이다.) 아주 어렸을 적 그 영화를 본 것 같은데 말이다.


_ 우리는 이미 알고, 자세히 알고, 그렇기에 예측할 수 있는 대상에게 매혹되지 않는다. 안다는 것은 그 대상의 한계와 습성을 꿰고 있다는 의미이기에,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폭에 대한 착각'에 빠져들지 않는다. 아는 게 1도 없는 대상일 경우엔 상반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대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기에 상대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상대가 내보일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상상하며 촉각을 기울이게 된다. 스칼렛이 그토록 연모했던 애슐리에게 더는 끌리지 않게 된 것은 애슐리에 대한 '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p.28)


누군가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커지면 사랑이라 부르던가.


어렸을 적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부터,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사랑의 모양은 다르다. 시간이 지날수록 드라마처럼 극적인 사랑보다, 강물에 일랑일랑거리는 물결같은 사랑을 하게 되는 것 같고. (나이랑 연관짓고 싶지 않지만. ㅎㅎ)


사랑의 모양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이는 것 같다. 정답은 없지만 누구나 다른 사랑을 하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 대신 행동으로 누군가를 지레짐작 해보게 되지만, 나랑 맞는지 아닌지, 우리는 인연인지 아닌지, 묘하게도 알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나의 사랑을 찾는다.


우주의 풀 수 없는 비밀 아닌가 싶은데, 그러니까 그렇게 수많은 서사가 나오는 거겠지 싶다. 내가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런 드라마나 영화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그게 바로 알 수 없는 사랑의 방정식 때문 아닐까 싶다.

_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지만,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엇도 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깊은 절망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이전에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시도한다. 사랑을 잃고 우리는 성숙해진다. (p.91)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계신가요. 그 사랑의 모양으로 현재를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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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로피, 기술은 어떻게 비즈니스를 바꾸는가 - 포스트 AI 시대를 준비하는 미래 시나리오
김상윤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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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로피는 '무질서'라는 뜻을 가진 과학 분야 용어 '엔트로피'에서 착안한 것으로, 엑스를 붙여 엔트로피와 반대의 의미를 담았다. 엔트로피는 물리학에서 보통 '무질서', '복잡함', '에너지 소진'의 뜻으로 사용된다. 이와 반대로 엑스트로피는 '무질서가 없음'(질서가 잡힘), '명확해짐', '에너지 증가'의 뜻으로 정의된다.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고,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과학기술을 활용하자는 것이 그들의 주된 생각이었다. (p.25)




비트코인은 세계관 혁명,
AI는 역할 혁명,
공간컴퓨팅은 공간 혁명.


이러한 특이점 시대에
과연 기술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걸까.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 능력을 향상시키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엑스트로피에 동의하는가?



인간은 언어의 지배를 강하게 받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때도 언어적 틀에서 1차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존에 없던 온전히 새로운 변화가 눈앞에 닥쳐도 우리는 기존의 언어적, 용어적 해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그 변화를 왜곡해 받아들이거나 변화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를 '범주적 사고의 오류'라 한다. 인간의 뇌는 새로 받아들인 정보를 기존에 갖고 있던 범주로 분류하려는 성향이 있다. (p.167)



인간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는 것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이해한다.


범주적 사고의 오류는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이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인간 아닐까.





그 모든 것이 인간의 의도나 욕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기술은 기술에 의해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서 진화한다는 의미다. (p.57)



이 책을 읽다보니 과거에 읽었던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우생학에서 시작해서 트랜스휴머니즘(기술을 통해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사상) 변천사가 나오는데, 엑스트로피는 그 일부다.


1992년 맥스 모어는 그의 추종자들과 엑스트로피언협회를 설립한다. 참고로 그 역시 냉동인간이 되기를 선택했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유명인들은 엑스트로피에 열광한다.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어쩌면 그들은 더 밝은 미래를 내다본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그 폐해에 눈길이 간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이렇게 바꿔놓았고, 이제 AI가 그 중심에 있다. 최근 딥페이크 사진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보면, AI기술을 둘러싼 윤리는 작동했던가. 초인류적으로 제재할 수 있을까. 기술 개발 속도를? 질서를?



이제서야 18세 미만 대상의 인스타를 비공개로 일괄 전환하고, 부모감독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메타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은 늘 먼저 진화했고, 규제는 뒤늦게였다. 소셜미디어가 나온지 십여년이 지나서야 이러한 '청소년 이용자를 위한 안전 사용 강화 방안'이 나왔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 이유는, 자본주의 세상의 논리는 상업화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 늘 경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과학을 수단으로 어디까지 용인할지, 윤리적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역시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엑스트로피에 동의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변화의 흐름을 잘 설명해준다. 블록체인, AI, 공간컴퓨팅의 기술이 과연 어떠한 본질적 변화를 흔들어 놓았는지.


블록체인이 국가가 보증하는 화폐의 개념을 흔들어 놓고, AI는 인공지능과 어떻게 협업하면서 살아가야할지 인간의 역할론을 고민하게 만들었으며, 공간 컴퓨팅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인간의 경험을 확장시켜 새로운 사회, 문화,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터넷 흐름을 타고 빠르게 기술강국의 자리를 잡은 우리나라가 지금은 오히려 그 어느 나라보다 느려서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많은 우려가 있다.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가능했으면, 패러다임의 변화에 빨리 대응했으면 좋겠다.


기술 변화는 물론, 본질적 변화에 기반한 흐름까지 훑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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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 개정판
박소연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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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화려한 현황 분석보다 무엇을, 왜 해야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탄탄한 기획안도 상대방의 방향과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p.35)


우리 회사에도 가끔 특강하러 오시는 분.
이 분을 모를리가 없었는데 책은 처음이었다.
2019년 출간된 책이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으니,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싶다.



이 책의 메세지는 단순하다.
보고할 대상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기획도, 글도, 말도, 관계도 단순하게.


사실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어렵지 않던가.
정리도, 글도, 인생도.




이 책을 읽게 된 건,
내가 다시 보고서를 주로 써내는
부서에서 일하기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장 그 중의 기본을
다시 한 번 짚어주는 좋은 책이다.


사회 초년생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고,
일한지 조금 되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초심을 생각하게 한다.


작가의 말처럼,
회사형 인간이 될 필요는 없지만,
어떤 일을 하면서 겪는 경험은
내게 남는 자산이 된다.



지금의 일이 좋든 싫든,
그 경험 자체가 귀하고,
내 시간도 소중하기에,
일을 잘 하고 싶은 것일테고.



그런 마음으로
일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결국 내 재능이 쓰일 곳에 닿겠지 싶다.




회사형 인간이 될 필요는 없지만 일을 통해 키운 재능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남습니다. (p.314, 에필로그)


작가님은 회사형 인간에서 벗어나 여러 책을 내고 강의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고 계신 것 같다. 그야말로 일을 통해 키운 재능을 고스란히 자신의 삶에 반영한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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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둑 -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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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도둑은 훔치다 잡히지 않는다. 망설이다 잡힌다. (p.26)

8년간 300점이 넘는 작품을 훔친 브라이트 비저.
믿기지 않지만 실화다.
예술 작품을 보면 머리가 빙빙 돌 정도로 취하는 남자.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가슴이 뛰어서.

이 책을 읽자마자 브라이트비저에 관해서 찾아보았다. 독일어로 된 기사들이 쏟아져나왔다.
구글의 힘을 빌려 번역해서 보고 또 보고.

그림을 상습적으로 훔친 이 사람은
정말로 작품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게 잘못된 방식이라 씁쓸했지만.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이들은 의미 있는 수집을 통해 '세상과 분리된 자기만의 세계로 마법처럼 탈출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수집과 채집' 활동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기도 해 수집만이 삶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일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p.155)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이 큰 충격이라 해도, 이런 식의 잘못된 도벽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누구나 결핍을 갖고 산다. 그러한 결핍을 박물관에서 훔치는 '미술품'으로 채운다는 것은 기이함을 넘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다.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은 그의 도벽을 돕는 여자친구와 모르는 체하는 엄마. 어느 누구도 그의 행동을 제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줄 몰랐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이 떠올랐다. 그는 인간의 행동이 '공정한 관찰자' 때문에 비도덕적이거나 이기적인 존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스스로 대화를 나누며 내 행동이 도덕적인지 확인해주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가상의 인물을 통해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브라이트비저는 공정한 관찰자가 없었던 모양이다. 스스로의 행동에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범법행위를 하고 난 후 남들 눈치를 보거나 편히 지내기 힘들텐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브라이트비저도 그 중 한명이고, 그 여자친구인 앤 캐서린도, 그의 엄마인 스텐겔도 그러하다.

브라이트비저가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가 훔쳤던 작품들을 모조리 처분한 것으로 보이는 여자친구 혹은 엄마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으니, 찾지 못한 80점의 작품이 궁금해서 브라이트비저는 매주 경매 책자를 뒤적인다.

이쯤되면 소유하고 싶은 뒤틀린 욕망과 비뚤어진 결핍이 만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함을 알 수 있다.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적다. 아이가 자라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가정이다. 부모가 어떤 가르침을 주었느냐도 역시.


앞뒤 인과관계가 없는 참혹한 사건도 많이 일어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그만 요인이나 실마리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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