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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평점 :
#쓰레기의세계사
쓰레기의 흐름은 자본주의 사회가 수요에 대한 공급을 맞추는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자본주의에 따르는 낭비와 환경 오염이라는 특성을 강조하는 낭비 경제라는 표현은 오래전부터 쓰였으며, 최근에는 쓰레기세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p.12, 들어가는 말)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저렴한 물건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와 이 책을 읽으며 불편해지는 나, 이 둘 사이의 양면성을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까.
과잉 소비 시대에 과연 우리가 쓰레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일주일간 부여잡고 꼼꼼히 읽었던 이유는 쓰레기의 역사가 인류가 살아온 방식과 흐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오염은 늘 일정한 선 안에서 관리되었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의 수도 모른 체할 수 있는 정도로 유지되었으며, 이해당사자들끼리는 개인적인 친분도 있었다. (p.82)
도시 내에서 사육되던 가축은 도살, 부산물 처리 등의 도시 위생과의 갈등 때문에 이제 도시 바깥으로 밀려났다. 어쩌면 가축의 자리를 반려동물이 차지했는지 모른다.
영국과 근대화된 위생 프로그램이 식민 지배를 하면서 그들의 권력과 우월성을 정당화했고,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똥의 도시'라는 멸칭으로 서울을 모욕했다."(p.196)는 표현은 서구 식민 권력을 그대로 학습한 일본이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그들의 우월성을 강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상업화된 질소 비료의 등장으로 배설물을 이용한 비료는 사라졌고, 위생이 좋아질수록 쓰레기 양이 증가했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쓰레기를 처리하는 인프라시설은 도시의 성장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고, 가난한 나라에 쓰레기를 수출하는 방법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기술의 진화속도가 빨라질수록, 쓰레기는 점점 더 처리하기 힘든 문제가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 재활용을 제외하면 - 적절한 비용으로 많은 양의 쓰레기를 보관하고 처리할 다른 방법은 거의 발명되지 않았다. (p.294)
결국 쓰레기는 매립과 소각의 방법으로 처리되고 있는데, 문제는 유독폐기물 양은 줄지 않고 쓰레기 양은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매립하는 것이 수도권은 2026년부터,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금지된다.
매립지와 소각장 마련은 정치적인 문제였고, 지금은 각 지자체마다 주민의 반발로 소각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소각장 마련은 시급한 것 또한 현실.
쓰레기는 정치의 영역이다.
쓰레기를 정치 시위의 도구로 사용했던 해외 사례들도 책에는 나오는데, 쓰레기를 아무데나 투기하거나 쓰레기 수거 파업을 하는 경우 답도 없다는건 겪어보지 않아도 뻔한 일들.
매립지의 위치는 점차 정치적 문제로 발전했다. 결말은 늘 씁쓸했다. 매립지는 해당 지역만이 아닌 더 넓은 구역의 쓰레기를 담아냈고, 패자가 전부 떠맡는다 The loser takes it all 라는 구호에 충실해졌다. (p.304)
패자가 전부 떠맡는다.
매립지나 소각지로 선정되면, 이미 패자나 마찬가지라는 인식. 전세계 어느나라나 모두 동일하다.
흥미롭지만 불편하다. 환경에 점점 민감해지는 만큼, 쓰레기에도 관심을 가져야할 때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도, 쓰레기의 시대를 피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하나가 모이면 좀 더 나은 미래가 될 수 있을거라고 일단 믿어본다.
흥미로운 사례들이 너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서독이 동독에 가정 쓰레기를 수출했는데, 통일 후 동독의 쓰레기장이 재앙이 된 사례. 세상은 돌고 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쓰레기를 줄여야한다. 재활용도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