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로피, 기술은 어떻게 비즈니스를 바꾸는가 - 포스트 AI 시대를 준비하는 미래 시나리오
김상윤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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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로피는 '무질서'라는 뜻을 가진 과학 분야 용어 '엔트로피'에서 착안한 것으로, 엑스를 붙여 엔트로피와 반대의 의미를 담았다. 엔트로피는 물리학에서 보통 '무질서', '복잡함', '에너지 소진'의 뜻으로 사용된다. 이와 반대로 엑스트로피는 '무질서가 없음'(질서가 잡힘), '명확해짐', '에너지 증가'의 뜻으로 정의된다.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고,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과학기술을 활용하자는 것이 그들의 주된 생각이었다. (p.25)




비트코인은 세계관 혁명,
AI는 역할 혁명,
공간컴퓨팅은 공간 혁명.


이러한 특이점 시대에
과연 기술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걸까.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 능력을 향상시키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엑스트로피에 동의하는가?



인간은 언어의 지배를 강하게 받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때도 언어적 틀에서 1차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존에 없던 온전히 새로운 변화가 눈앞에 닥쳐도 우리는 기존의 언어적, 용어적 해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그 변화를 왜곡해 받아들이거나 변화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를 '범주적 사고의 오류'라 한다. 인간의 뇌는 새로 받아들인 정보를 기존에 갖고 있던 범주로 분류하려는 성향이 있다. (p.167)



인간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는 것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이해한다.


범주적 사고의 오류는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이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인간 아닐까.





그 모든 것이 인간의 의도나 욕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기술은 기술에 의해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서 진화한다는 의미다. (p.57)



이 책을 읽다보니 과거에 읽었던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우생학에서 시작해서 트랜스휴머니즘(기술을 통해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사상) 변천사가 나오는데, 엑스트로피는 그 일부다.


1992년 맥스 모어는 그의 추종자들과 엑스트로피언협회를 설립한다. 참고로 그 역시 냉동인간이 되기를 선택했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유명인들은 엑스트로피에 열광한다.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어쩌면 그들은 더 밝은 미래를 내다본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그 폐해에 눈길이 간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이렇게 바꿔놓았고, 이제 AI가 그 중심에 있다. 최근 딥페이크 사진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보면, AI기술을 둘러싼 윤리는 작동했던가. 초인류적으로 제재할 수 있을까. 기술 개발 속도를? 질서를?



이제서야 18세 미만 대상의 인스타를 비공개로 일괄 전환하고, 부모감독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메타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은 늘 먼저 진화했고, 규제는 뒤늦게였다. 소셜미디어가 나온지 십여년이 지나서야 이러한 '청소년 이용자를 위한 안전 사용 강화 방안'이 나왔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 이유는, 자본주의 세상의 논리는 상업화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 늘 경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과학을 수단으로 어디까지 용인할지, 윤리적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역시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엑스트로피에 동의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변화의 흐름을 잘 설명해준다. 블록체인, AI, 공간컴퓨팅의 기술이 과연 어떠한 본질적 변화를 흔들어 놓았는지.


블록체인이 국가가 보증하는 화폐의 개념을 흔들어 놓고, AI는 인공지능과 어떻게 협업하면서 살아가야할지 인간의 역할론을 고민하게 만들었으며, 공간 컴퓨팅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인간의 경험을 확장시켜 새로운 사회, 문화,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터넷 흐름을 타고 빠르게 기술강국의 자리를 잡은 우리나라가 지금은 오히려 그 어느 나라보다 느려서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많은 우려가 있다.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가능했으면, 패러다임의 변화에 빨리 대응했으면 좋겠다.


기술 변화는 물론, 본질적 변화에 기반한 흐름까지 훑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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