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도둑 -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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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도둑은 훔치다 잡히지 않는다. 망설이다 잡힌다. (p.26)

8년간 300점이 넘는 작품을 훔친 브라이트 비저.
믿기지 않지만 실화다.
예술 작품을 보면 머리가 빙빙 돌 정도로 취하는 남자.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가슴이 뛰어서.

이 책을 읽자마자 브라이트비저에 관해서 찾아보았다. 독일어로 된 기사들이 쏟아져나왔다.
구글의 힘을 빌려 번역해서 보고 또 보고.

그림을 상습적으로 훔친 이 사람은
정말로 작품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게 잘못된 방식이라 씁쓸했지만.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이들은 의미 있는 수집을 통해 '세상과 분리된 자기만의 세계로 마법처럼 탈출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수집과 채집' 활동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기도 해 수집만이 삶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일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p.155)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이 큰 충격이라 해도, 이런 식의 잘못된 도벽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누구나 결핍을 갖고 산다. 그러한 결핍을 박물관에서 훔치는 '미술품'으로 채운다는 것은 기이함을 넘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다.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은 그의 도벽을 돕는 여자친구와 모르는 체하는 엄마. 어느 누구도 그의 행동을 제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줄 몰랐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이 떠올랐다. 그는 인간의 행동이 '공정한 관찰자' 때문에 비도덕적이거나 이기적인 존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스스로 대화를 나누며 내 행동이 도덕적인지 확인해주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가상의 인물을 통해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브라이트비저는 공정한 관찰자가 없었던 모양이다. 스스로의 행동에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범법행위를 하고 난 후 남들 눈치를 보거나 편히 지내기 힘들텐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브라이트비저도 그 중 한명이고, 그 여자친구인 앤 캐서린도, 그의 엄마인 스텐겔도 그러하다.

브라이트비저가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가 훔쳤던 작품들을 모조리 처분한 것으로 보이는 여자친구 혹은 엄마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으니, 찾지 못한 80점의 작품이 궁금해서 브라이트비저는 매주 경매 책자를 뒤적인다.

이쯤되면 소유하고 싶은 뒤틀린 욕망과 비뚤어진 결핍이 만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함을 알 수 있다.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적다. 아이가 자라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가정이다. 부모가 어떤 가르침을 주었느냐도 역시.


앞뒤 인과관계가 없는 참혹한 사건도 많이 일어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그만 요인이나 실마리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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