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인사이드 - 감옥 안에서 열린 아주 특별한 철학 수업
앤디 웨스트 지음, 박설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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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철학수업을 한다...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그 역시 사연이 많은 것 같았다. 그의 아버지, 삼촌, 형 모두 감옥에서 오랫동안 수감생활을 했다고 하니... 그 또한 자신이 그런 삶을 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자기 자신을 늘 통제했던 것 같다. 



그가 철학수업을 하는 모습보다 나는 그가 스스로 임명한 사형집행인과 분투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대물림된 죄의식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램 사이에 내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가늠하는 그. 


그런 이유로 그는 철학을 공부하게 된 것 같다. 아마도 그가 철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것은 그 자신을 위함이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대물림된 죄의식, 수치심, 그가 늘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재소자들과 대화하면서 그 역시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 것들...

_ 정말이지 아빠를 구원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를 구원하고 싶다. 내가 아빠의 악함을 물려받지 않도록 그를 덜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그사이에 나는 대물림된 죄의식의 논리에 갇혀버렸다. 아빠가 나쁘면 나도 나쁘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려면 아빠도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를 내게서 분리할 수 없다. (p.209)


_ 아빠를 잊고 싶지만 내 상상력이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바로 수치심, 즉 잊지 못하게 하는 힘이다. 수치심은 가장 끈질긴 기억이다. (중략) 내게 현재를 산다는 것은 나 자신을 감옥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을, 대물림된 죄의식을 떨쳐내는 것을 의미한다. (p.220)


철학수업의 주제는 흥미로웠다. 한번쯤 생각해봤던 혹은 그럴만한 이야기들이다.
- 사람의 본성은 바뀌지 않을까요?
- 기억을 잃는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일까요?
- 타인의 고통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같은 사람일까요?
- 우리의 인생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재소자들의 말에 때로 생각하게 된다. 

_ 웨슬리가 말한다. "여하튼 그 어떤 인간도 진짜로 바뀌지는 않아요. 남들이 내가 변했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건 진짜 변하는 것과 달라요. 나만 해도 감방에 처음 왔을 때는 일부러 평소보다 훨씬 못되게 행동해요. 당국에선 내 파일에 그걸 전부 적죠. 그러다 한두 달 후에 그냥 나처럼 행동하는 거예요. 당국이 그것도 내 파일에 적어요. 형이 끝날 무렵 내 파일을 읽으면 갱생한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나는 여전히 똑같이 나쁜 놈이에요." (p.179)


_ 맨디가 말한다. "수치심은 대물림돼요. 가족을 통해 자식에게로 전해지죠. 아이들은 수치심을 느끼지만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라요."(p.286)

_ "변화를 창조할 힘을 주는 분노가 있고, 덪에 걸린 듯한 무력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분노가 있죠." 자말이 말한다. (p.289)


어쩌면 철학 수업은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게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면 스트레스를 좀 더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자기 자신을 돌보는데 좋지 않을까. 번아웃, 공황장애 등의 질병을 빗겨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는 평범한 주제에 철학 이야기 한스푼, 재소자들의 이야기 한스푼, 작가 자신의 이야기 한스푼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책이다. 


감옥에서는 폭력적인 아버지에세서 독성을 흡입하고 자신도 폭력적인 어른으로 성장한 소년들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을 수 있었다. 나도 아빠 곁에 있을 땐 항상 숨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무의식적으로 나를 감시할 사형집행인을 임명했다. 덕분에 감옥에 가지는 않았지만 자유를 얻지도 못했다. - P201

철학자들은 미묘한 차이가 표준이 되고,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정신이 기지개를 켤 수 있는 엄격한 흑백논리 너머에 사는 것처럼 보였다. 철학을 계속하면 비난받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28

아침이 오면 나는 머릿속 사형집행인과 함께 눈을 떴다. 그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추방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속에서 다른 섬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 그와 다른 곳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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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요리의 역사 - 선사시대 불의 요리부터 오늘날 비건까지, 요리의 위대한 진화 한빛비즈 교양툰 20
브누아 시마 지음, 스테판 두에 그림, 김모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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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대 문명부터 지금까지 생존을 뛰어넘어 어떤 요리를 먹고 살아왔는지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모든 것들은 선조들의 발명과 발견으로 가능해진 문명의 증거다. 물론 여전히 맛있는 것에 대한 탐구는 끊임없다. 그래서 줄서서 먹는 맛집은 물론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맛집 등등 맛집에 대한 찬양은 끊임없는지도 모르겠다.


네안데르탈인은 최초의 육식파로, 불을 다루어 고기를 잘 먹었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고기도 먹었지만 채집생활을 꾸준히 했고, 요리법과 식사예절을 처음으로 고안했다고. 


좀 놀라웠던 것은 역사 기록에 남아있는 식인 풍습이었다. 부대 군기를 잡으려고 전쟁 포로를, 마야인은 사람을 제단에 바치고 제물의 일부를, 초기 중국 왕실에서는 기근이 들 때, 유럽에서는 8세기 샤를마뉴 대제 법령집에서 최초로 식인 풍습에 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초기 문명 시절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요리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술인데,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부터 만들어 마셨던 맥주, 이집트 왕실에서 처음 만들어진 포도주 등이 있다. 역시 인류는 술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알딸딸한 발효 음료에 대한 찐한 애정이 담겨있다.  


과거에는 여행자, 상인, 부랑자만 집 밖에서 식사를 했다. 그러나 1765년 파리 풀리거리를 시작으로 레스토랑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맛있는 요리를 식당에서 만들어 판매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집 밖에서도 자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의 역사 중 요리에 대해 아주 짧게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어서 재미도 있었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동양보다는 서양의 요리 역사를 더 많이 보여주고 있어서, 동양의 요리 역사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짧은 만화로 이렇게 역사를 알게되는 것은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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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불멸의 역사 - 연금술사에서 사이보그까지, 인류는 어떻게 불멸에 도전하는가 한빛비즈 교양툰 19
브누아 시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홍성욱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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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휴머니즘이란 기술을 통해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사상이라고 한다. 아마도 불멸에 대한 인간의 염원이 담겨있는 듯하다. 


이 책은 교양툰답게 과거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불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준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우생학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생학은 영국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로 뻗어나갔는데, 찰스 다윈 아들 레너드 다윈이 우생학교육협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 현재는 골턴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운영 중이다. 


페이팔을 공동으로 창업한 피터 틸 역시 트랜스휴머니스트다. 특이점으로 유명한 레이 커즈와일도 그러하며, 구글의 세이게이 브린 역시 레이 커즈와일을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로 고용했다. 구글 역시 트랜스휴머니즘의 중심에 서 있다. 우리가 알고있는 성공한 사업가, 그리고 기술기업들은 트랜스휴머니즘을 신봉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 워런 버핏, 저커버그 부부 역시 트랜스휴머니즘 운동에 투자하지 않고 기부 및 자선활동에 나서고있다. 그러나 정말 몇 없는 것 같다.  


실리콘 밸리의 꽤 많은 유명 기업가들이 이러한 트랜스휴머니즘을 신봉한다는 것이 적잖은 충격이었다. 사이보그, 초지능, 특이점 등 인간을 능가하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그들의 목적이 우생학적 관점이었다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시험관의 아버지 프랑스 생물학자 자크 테스타르는 트랜스 휴머니스트가 꿈꾸는 미래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우생학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인류를 개량한다는 명목 아래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 늘 경이롭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트랜스휴머니즘이 마치 새로운 종교처럼 떠오르는 것을 경계해야할 일이다. 과학을 수단으로 어디까지 용인할지, 윤리적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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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3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3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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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 출간되는 트렌드코리아, 출간일에 김난도 교수님의 네이버 라방을 보았다. 간결한 설명으로 책을 관통할 수 있게 해주신다. 그 후 책을 통해 더 자세한 사례를 읽는 것도 사실 재미있다. 


2023년 10개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1. 평균 실종: 집단을 대표하는 평균값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2. 오피스 빅뱅: 조직문화가 바뀌고 노동 시장 시스템이 변화하는 등 일터가 달라지고 있다. 
3. 체리슈머: 혜택만 챙기는 소비자는 체리피커, 다양한 알뜰소비 전략을 펼치는 소비자는 체리슈머
4. 인덱스 관계: 인간관계에 각종 색인을 뗐다 붙였다 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관리하는 것
5. 뉴디맨드 전략: 불가항력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 수요 창출 전략
6. 디깅모멘텀: 취미와 같은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트렌드
7. 알파세대가 온다: Z세대 다음 세대로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알파세대'
8. 선제적 대응기술: 고객이 깨닫기도 전에 먼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
9. 공간력: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
10. 네버랜드 신드롬: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피터팬들이 많아지는 트렌드


이 중에 눈길을 끌었던 것은 평균 실종과 인덱스 관계.

평균이 사라짐에 따라 기업들이 취해야할 전략으로 양자택일, 초다극화, 승자독식 전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심각해지는 정치/사회 양극화에 주목했다.  

_ 제레미 다이아몬드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정치적 양극화를 가리켜 '현 사회가 처한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p.151) 

<진실의 조건>에서 오사 빅포르스 교수는 양극화가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위험을 이야기했다. 정치가 양극화될수록 상대편을 더욱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끼리끼리 뭉쳐 자신의 집단의 믿음을 강화하는 현상, 지금 우리 사회 역시 그렇다. 


상품시장에서는 N극화가 일어나는데, 즉 N명의 소비자가 N개의 취향을 가졌기에 개인 맞춤화에 따른 N극화가 일어나는데. 왜 사회/정치적으로는 그럴 수 없는 것일까. 


이정도면 평균이야, 라고 안심하던 시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평범하면 브랜딩하기 힘든 사람이 된 것만 같고, 상품 역시 팔리지 않는 상품이 된다. 그렇다고 평균을 뛰어넘는 남다름을 갖추자니, 치열하게 살아야 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정규 분포에서 안전함을 느끼던 시대가 더 나았던 건가 싶기도 하다. 참 아이러니하다. 


인덱스 관계는 친하다/안 친하다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이 아닌, 인친, 페친, 실친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는 관계를 말한다. 


_ 왜 사람들은 관계에 인덱스를 붙이고, 이를 뗐다 붙였다 하면서 전략적으로 관리해나갈까? 이는 모든 관계에서 '자기중심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삶에서는 내가 우선이고 인간관계의 사소한 부분에 목매지 않는다. 예전에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관계라도 참고 견디며 잘 유지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요즘엔 그런 관계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과 인연을 만들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계를 지속할지 결정할 때에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p.242) 


최근 '시추에이션십(situationship)' 트렌드를 알게 되면서 놀란 적이 있다. 친구와 연인 사이의 회색지대를 가리키는데, 깊이 있게 사귀는 건 아니지만 연애와 데이트의 기분은 채워줄 수 있고, 하지만 더 이상의 발전에 대해 암묵적으로 합의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관계가 더 발전하지 않을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개념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시추에이션십도 인덱스 관계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자기중심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발전하지 않는 관계라 하더라도, 상대방 역시 이에 동의하면 되는 것이니까. 지금의 즐거운 시간에 대해 만족한다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상관없는 것이다. 꼭 장기적인 관계만이 의미있는 것은 아니니까. 


트렌드코리아를 보면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몰랐던 흐름을 발견하면 재미있고, 나도 느꼈던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조명하면 또 다른 관찰자의 시점에서 알게 된다. 그런 이유로 매년 이 책을 읽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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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11-0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한 신경과학자의 여정
스테파니 카치오포 지음, 김희정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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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책 뭐지. 단순히 뇌과학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신경과학자가 쓴 사랑에 관한 자전적 에세이다. 너무너무 강력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사랑을 연구하는 스테파니와 외로움을 연구하는 존. 스테파니는 단 한번의 연애도 해보지 않았지만, 존을 학회에서 처음 보고 운명적인 사랑의 힘에 이끌린다. 존은 2번의 결혼에 실패해서 더 이상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스테파니에 이끌린다. 


37세와 60세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연애에도 불구하고, 바쁜 연구 일정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존은 문자를 보낸다. 
'오늘 일 끝나고 결혼식 올리는 거 어때요?'
"좋아요!"
그렇게 둘은 파리의 한 공원에서 혼인 서약을 한다.

이후 시카고의 같은 대학에서 부부 공동 연구실을 쓰면서 일상을 공유한다. 그런데 행복하기만 한 일상이 흔들린다. 존이 암에 걸려서 결국 슬픈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정말 그녀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느껴졌다.


살 가망성이 극히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아픈 치료를 받아가며 치유되는 존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의 위대한 힘이 느껴졌다. 그렇게 이별한 후 그녀는 생존했던 시절 존의 강연을 찾아보고, 그의 기억을 더듬다가 결국 스스로 우울증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사랑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를 그녀의 자전적 에세이에 많이 녹여서 썼다. 너무 매력적인 책이다.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몇가지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
- 플라토닉 사랑이 진짜 가능할까? 
- 첫눈에 반한다는 이야기처럼, 사랑하는 관계에서 눈을 마주치는 것은 중요하다.
- 장거래 연애 커플 사이에 더 깊은 유대가 형성되는 이유
- 파트너가 자기를 희생할 때 크게 고마워하지만, 그런 희생을 기대하기 시작하면 감사하는 마음도 적어질 뿐 아니라 상대의 희생을 이전만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


 이 책을 다 읽고 구글에서 존 카치오포와 스테파니 카치오포를 찾아보았다. 정말 오묘하게 닮은 분위기의 사랑 박사와 외로움 박사, 너무 잘 어울리는 신경과학자 커플 아닌가.



에세이를 좋아하신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랑에 관해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무조건 이 책이요!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사랑도 그에 맞춰 변화하고 진화할 것이다. 융통성이야말로 사랑의 가장 멋진 점이다. 사랑은 끝도 없이 필요에 맞게 변화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소모품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랑은 선택사항이 아니며, 없어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생물학적 필수 요건이다. - P17

나와 존은, 다시 말해 ‘사랑 박사‘와 ‘외로움 박사‘인 우리 두 사람은 우리가 설교하는 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었다. 우리 둘의 연구는 스펙트럼의 양 극단에 서 있기는 하지만 결국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를 강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혼자서 삶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 P114

인간의 정체성이란 그 사람이 하는 일로만 결정될 수 없으며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 늦기 전에 깨달았다. - P196

사랑이 신체의 건강에 발휘하는 진정한 힘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게 예방한다는 데 있다. 사랑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만성적인 외로움으로 인해 마음이 황폐해지는 것으로부터 지켜주는 일이다. - P201

"사랑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았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겠다고 선택한 것이었다." - P228

삶을 롤러코스터라고 한다면, 자신이 놀이기구에 이미 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과 삶의 오르내림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고통받을 것이다. - P266

존이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 내가 듣고 싶어 하지 않았던 부분은, 사랑의 회로를 다시 활성화하려면 짝을 잃은데서 오는 슬픔과 고통을 직면할 강인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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