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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계절이 알려준 것들 - 영국, 작은 도시에서의 일 년
노현지 지음 / 있다 / 2023년 10월
평점 :
품절
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은 다르다.
집을 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요리를 해먹고.
낯선 나라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이 책은 고군분투했던 일상을 보여준다.
낯선 시스템에 발을 동동 굴러도,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이기에 어떻게든 방법이 있다는 것. 그리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적응하고 나면 금새 익숙해진다는 것.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게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옛 기억이 났다.
나 역시 이방인으로 집을 구해야 했고, 버스를 타고 살림살이를 하나씩 채워 나갔다 학교를 다니는 것만큼 버거웠던 날들이었다. 버스가 끊기기 전에 집에 돌아와야 했고, 무거운 책가방에 두 손 무겁게 다녔던 시절. 그렇게 나는 첫 학기를 시작했었다.
학교 졸업 후 이사를 했고, 취업을 하고 다시 삶의 터전을 잡았던 날들. 유대인 아줌마의 집, 방 한칸을 차지하고 출퇴근 하던 시절 역시 아등바등 지냈던 기억들 뿐이다.
다시 돌아가면, 다 잘 될거라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작가님처럼 소중한 기억과 감정을 글로 남겨보라고 하고 싶다. 어쩌면 몇 안되는 낯선 경험들이 더 없이 값진 인생 페이지를 만들어주는 것인지 모른다고.
이방인이 되고나면 원래 일상에서의 소중함을 알게된다. 다시 돌아오면 오히려 이방인으로서 그 때를 추억한다.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힘들고 투덜댔던 기억까지도 추억하게 되는 것. 인생이 그런게 아닐까
시간과 반복된 경험이 가져오는 변화는 참 신기하다. 처음에는 신기했던 것이 지겨워지기도 하고,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을 것 같던 것들이 내 것이 되기도 한다. - P99
도시는 ‘다름‘을 가지고 온 사람에 의해 새로워지고, 사람은 도시의 ‘새로움‘을 짐가방에 넣을 때마다 달라진다. 제 자리를 묵묵히 지켜 빛나는 도시와 자유로이 유랑하며 성장하는 사람. 서로 다른 이치로 생명을 이어가는 수많은 도시와 수많은 사람들 중에 다섯 번의 계절을 함께 보낸, 바스와 나의 인연이 있었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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