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 - 피라미드부터 마인크래프트까지 인류가 만든 사회
허먼 나룰라 지음, 정수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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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세계의 모습이 현실과 구별이 어려울 만큼 실감 나더라도 가상 세계가 유용한 이유가 '실재감' 때문은 아니다.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가상 세계가 가치 있는 이유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에 부와 새로운 아이디어, 정체성, 영향력이 순환해 지금보다 사회 맥락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가상과 현실을 아우르는 세계의 확장, 그리고 세계 간 가치의 이동이 미래 디지털 메타버스이다.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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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니, 메타버스에 대해 좀 더 명확해졌다.



1. 가상세계가 유용하려면? 

- 가상세계는 상품이 아닌 경험이 중요하다. 상호작용이 풍성하고, 실시간으로 매끄럽게 반영해야 이 경험은 유용하다. 

- 가상세계가 현실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한, 무의미하다. 

- -> 제페토나 이프랜드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같다.



2. 대기업형 메타버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

- 중앙 집권적이면서 수익 배분이 모호한 메타버스는 실제 메타버스의 가치 창출 원리에 어긋난다.  

- -> 페이스북이 기술과 자본 우위로 메타버스를 설계한다 해도, 웹2.0처럼 통제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인프라는 주도적으로 설계한다 해도, 콘텐츠나 서비스 등의 자율성 측면에서는 탈중앙적인 성격이 필요하다. 



3. 메타버스의 가치는 무엇인가? 

-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접점에서 가치가 발생한다. 만약 참여자 수와 유용한 경험이 많다면, 메타버스 가치도 커진다. 



4. 저자가 생각하는 메타버스 발전 단계 

- 1단계는 지금과 같이 가상세계가 삶의 일부가 아닌 일탈의 수단에 불과한 세상, 즉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고리가 없기 때문

- 2단계는 디지털 자산과 디지털 신분, 디지털 경험이 현실세계와 상호 운용성을 갖추어 일상에 영향을 주는 단계

- 3단계는 대규모 인원이 말그대로 가상 현실에서 거주할 수 있는 사회, 일론 머스크가 꿈꾸는 것처럼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인터페이스가 발전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존재방식이 현실화될지 모르니까. 

-> 저자는 2단계를 꿈꾸며 이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한다. 



메타버스에 대해 이토록 심도 있게 설명한 책은 못 본 것 같다. 만약 메타버스에 관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투자하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느낀 바는, 

메타버스가 현실화되려면, 디지털 경험이 유용해야한다.

이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닿아야 하며,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가치란 경제적 가치를 포함하는데, 블록체인류의 기술과 디지털 자산의 시대가 열려야 가능하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법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에, 메타버스가 현실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명확한 것은, 각국 중앙은행에서 CBDC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체계를 만들어가는 중이고, 이것은 앞으로 도래할 디지털 자산 시대를 예고할 뿐이다. 가상세계가 이와 함께 기폭제처럼 등장할지, 아니면 현실세계와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기대치보다 미미할지, 앞으로 지켜봐야할 것 같다. 



나는 현존하는 게임을 수십 개씩 연결하는 아이디어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설령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한다고 해도 각 게임은 본래 상호 운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따로 개발된 데다가 각각 의미 체계도 폐쇄적이어서 억지로 모아 놓는다고 해도 서로 교류가 발생하기는 어렵다. - P167

지금은 ‘플랫폼을 지배하는 자 사용자를 지배한다‘라는 사업 모델이 모든 IT기업이 따라야 할 실리콘밸리 성공 공식이 되었다. 수많은 창업자와 투자자가 독점만이 성공의 길이라고 굳게 믿는 안타까운 현실은 웹2.0이 남긴 심리적 유산이다. 그러나 메타버스에서는 이러한 통제식 사업 모델이 그리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메타버스의 속성 때문이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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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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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저절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p.462)



오늘날 기술 변화는 일론 머스크의 말대로 '저절로'가 아닐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의 미친 결정력과 추진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그가 제정신이었다면 이렇게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간과했던 것은 일론은 사명으로 일을 시작해서 나중에는 그것을 재정적으로 성공시키는 방법까지 찾아낸다는 점이었어요. 바로 그런 면이 그를 경외감이 들 정도의 강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지요." (p.116)


일론 머스크의 삶


1.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한다. 

- 기존 설계, 운영방식,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은 결국 스페이스X에서 빛을 발한게 아닐까 싶다. 


2. 평생을 하드코어와 올인에 열중하는 삶을 살았다.

- 휴가를 즐기고 가족과 함께 하는 일반적인 삶을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도 자신과 같이 긴박감을 갖고 일하기를 바랬다. 이는 그에게는 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트위터, 엑스닷에이아이 등 여러 사업의 추진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그의 옆에서 일하다 결국 떠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3. 빠르게 결정하고 책임진다.

- 그는 빠르게 결정하여 많이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하는 법을 택했다. 테슬라, 스페이스X가 모두 파산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에도 그가 무너지지 않고 도전했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는게 아닐까 싶다. 



그의 삶이 모두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면서 이 모든 사업을 저글링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천재, 몽상가, 영웅, 사기꾼. 그 사이를 넘나들면서 전세계 관종으로 자리잡은 그가 보이는 곡예는 늘 아슬아슬하다. 규제기관을 조롱하기도 하고, 말 안듣는 어린아이처럼 아무 말이나 내뱉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나름 자신의 알고리즘에 충실할 뿐인 듯 하다. 눈치를 안 보고 마구 트윗을 하는 단점이 어느 날 사라진다면, 오히려 그 역시 노화중인 인류종의 하나임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윌터 아이작슨이 쓴 다른 전기를 읽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라면, 아직 그의 삶이 한참 남은 가운데 유일한 이 공식 전기를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윌터 아이작슨이 130명의 밀착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를 담아낸 것도, 일론 머스크가 그것을 허용한 것도, 그래서 그가 우리 인류사에 남긴 놀라운 진화 여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의 사업체는 모두 다 유기적인 연결을 보인다. 이는 앞으로 더 크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그가 우려하는 것처럼 AI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무섭다. 그 역시 AI를 테슬라와 조합해서 움직이는 모빌리티로 우리 삶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과연 테슬라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무엇이 다른걸까. 나는 이 거대한 플랫폼이 AI와 만나면서 진화하는 지금의 여정이 아직 쓰여지지 않은 다음 페이지가 아닐까 싶다. 




대신 머스크는 오픈AI와 울트먼에 대한 공격을 쏟아냈다. "오픈AI는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한 오픈소스 유형의 비영리회사였는데, 지금은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가 통제하는 폐쇄소스 유형의 최대 영리회사가 되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내가 1억 달러를 기부한 비영리조직이 어떻게 시가총액 300억 달러의 영리기업이 되었는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이것이 합법적이라면 왜 모두가 그렇게 하지 않는 걸까요?" 그는 AI를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칭하면서 "이제 그것이 무자비한 기업 독점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한탄했다. - P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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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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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대한 예찬을 이리 잘 하시면 어찌 마시지 않을 수 있을까. 
정지아 작가님의 굴곡진 인생과 술은 동반자 아닐까 싶었다. 


나는 아직 위스키 세상에 입문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블루를 읊어대시니, 
내가 모르는 세상인가 싶었다. 


나도 술을 좋아하는데, 
한해 한해 몸이 술을 받아들이는게 다르다.
그래서 예전처럼 술자리를 갖지 못한다. 
다음날 숙취의 고통이 두려워서. 


_ 알고 보니 상처 없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에게 숨은 자신의 상처는 물론 치졸한 바닥까지 드러낼 수 있게 하고, 그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친밀하게 좁혀주는, 일종의 기적이다. 술 없이 이토록 솔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나는 그만한 용기가 없어 술의 힘을 빌 뿐이다. (p.315, 에필로그)


작가님 말처럼, 술은 용기를 주는 것 같다. 
어렸을 때에는 누구와든 술자리에서 친해질 수 있었고, 
어떤 화제에도 흥이 돋았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그렇게 연일 마셔댔던 날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유연해지지 못하는 것은 
생각만큼이나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아는 사람들과 소소하게 술한잔 하는 자리가 더 좋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마셔댔던 지난 기억들이 떠올랐다.
울고 웃고 했던 수많은 날들.
술이란 사람의 민낯을 좀 꺼내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윤활유 아닐까싶다. 


술술술 부르는 책이다.



하늘이 고우면 고와서, 바람이 스산하면 스산해서, 노골노골 땅이 녹는 초봄에는 마음이 노골노골해서, 비가 한줄금 긋고 지나가면 맘이 괜시리 착잡해서, 마신다. - P280

술은 스트레스를 지우고 신분을 지우고 저 자신의 한계도 지워, 원숭이가 사자의 대가리를 밟고 날아오르듯, 우리를 날아오르게 한다. 깨고 나면 또다시 비루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잠시라도 해방되었는데! 잠시라도 흥겨웠는데!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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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트 -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는 법을 바꿔놓을 시각 혁명
데이비드 로즈 지음, 박영준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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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기술자가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세상에서는 '인간의 전문성'이라는 용어가 더 이상 의미 없는 말이 될지도 모른다. 전문적인 기술이 모두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다면 엔지니어, 비행기 조종사, 의사, 변호사, 서비스 담당자 같은 사람들이 굳이 기술을 익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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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인터넷 혁명, 2000년대 모바일 혁명, 그 다음은 비전 혁명이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통찰이 담긴 책이다.

슈퍼 사이트(Super Sight)
1. 인공 지능, 공간 컴퓨팅, 컴퓨팅 비전이 결합해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시각적 현실,
2. 보고,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는 법을 바꿔놓을 시각 혁명

저자는 음성인식, 로봇공학, 공간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유망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스타트업을 언급한다. 미래학자답게 미래를 예측하고 우리에게 장미빛 전망을 늘어놓는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 내부에 카메라가 달려 있다면, 수시로 열어보면서 확인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컴퓨터 비전을 통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살피고 최적의 조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가정용 식물 재배는 금방 일상이 될 것이다.

과연 편리하기만 한 것일까. 요리는 더 편해지고, 제철 과일이나 작물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까. 사계절 내내 원하면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걸까. 마치 횟집에 가면 광어나 우럭은 늘 있는 것처럼.


물론 챕터의 끝에는 미래에 대한 우려가 한 스푼 쓰여져있다. 저자 역시 우려되는 바가 있기 마련일테다. 나의 경우 <권력과 진보>를 읽은지 얼마 안 된 상태여서일까. 95%의 장미빛 전망보다 디스토피아적 우려가 눈에 더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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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인간은 지나치게 뛰어난 인공지능 코치 탓에 인지적 의존의 문제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GPS는 네비게이션 없이는 길을 찾지 못하는 세대를 탄생시켰다. 따라서 우리가 이런 서비스들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때로는 아날로그라는 이름의 주기적인 안식일을 가져야 한다. (p.9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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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적 의존.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한 단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습관, 기억, 지식의 형성에 만약 앞으로의 기술이 지금보다 더 지대하게 영향을 미친다면, 나는 어디까지 기계에 의존하게 될까?

생산성을 증대하려는 기업들 역시 근로자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데, 언젠가 기업들 역시 AI의 판단에 의존하게 될까?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말했다. 자동화를 사용할수록 사람의 기술과 근육 기억은 쇠퇴한다고. 이런 상실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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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와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의존하게 되면서 나의 습관과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나의 뇌가 기능하는 방식이 바뀐 듯했고 나는 한 가지 일에 몇 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년에 들어서면서 머리가 무뎌져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뇌가 단순히 일시적으로 표루하는 정도가 아님을 깨달았다. (p.42,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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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사람들의 모든 눈은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출퇴근 시간 모두가 허투루 시간을 쓰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스마트안경이 더해진다면, 증강현실 기능까지 더해진다면, 우리는 얼마나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게 될까. 과연 우리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는걸까.

오히려 인지적 의존이 심해지는게 아닐까. 감시사회, 필터 버블, 개인화는 더 심해지지않을까. 슈퍼사이트로 사람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긴밀해질수록, '사람'이 중심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더 나은 미래를 꾸며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슈퍼사이트는 우리 모두를 개인적 세계관 속에 가두어버릴 위험성이 있다. 스마트안경을 통해 선택하는 정보의 계층은 모든 사람이 다를 수 밖에 없으므로 우리가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경험을 공유하거나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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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 수업 시리즈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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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중세의 교육에서 주목할 것은 젊은 세대가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가지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 자기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입니다. (중략) 저는 늘 "에고 숨 오페라리우스 스투덴스 Ego sum operarius studens"라고 말합니다.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라는 뜻인데요. (p.133, <라틴어 수업>)

<라틴어 수업>으로 라틴어에 담긴 철학, 문화,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을 소개해주셨던 한동일님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2019년 <라틴어 수업>을 읽고 한동일 작가님에 꽂혀서 <로마법 수업>을 읽었고, 작가 북토크에도 참석했었다. 북토크에서는 책 이야기보다 작가님이 로타로마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는지 잠깐 이야기하셨는데, 그 여정이 놀라우면서 경외로웠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가웠다. 


_ 저는 행운이 찾아오도록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공부라는 노동을 통해 운을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성공을 시샘하지 않고 행운이 찾아올 때를 기다리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p.163)


<라틴어 수업>에서도 "공부하는 노동자"라는 표현을 쓰셔서 굉장히 인상깊었다. 이 책 역시 여전히 공부하는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처음에는 방대한 공부를 어떻게 하셨을까, 하면서 호기심에 읽었는데, 읽다보니 겸손하게 공부하는 태도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책은 "공부하는 태도에 대하여" 8가지를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그 중 "겸손"이 포함되어 있다. 좌절하지 않는 태도는 겸손함에서 나온다고. 겸손함은 공부하는 노동자의 가장 훌륭한 자세라고. 이 책은 그러한 태도에 대해 몸소 겪은 경험과 함께 차근히 이야기해준다. 
 

가난한 시절, 행복하지 않았던 가정환경, 공부를 통해서 벗어나고 싶었던 현실, 30년을 치열하게 공부한 여정.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쉽지 않은 삶의 긴 여정을 지나왔음에도, 자신을 낮추어 말씀하시는 것이 존경스러웠다. 사람이 많이 배운다고 이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 인품에 반하게 된다. 


 
버티는 삶은 수험생도, 공시생도, 직장인도 모두가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굴곡은 살아있기에 가능한 것. 그리고 그 삶은 내가 채워야 한다는 것. 그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무엇을 쉽게 원망하고 탓을 돌리는 식의 핑계는 나 자신을 깎아먹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역시 어린시절 가정환경을 탓하며 부모를 원망했다고. 그러나 "환경이 채워주지 못한 그 빈 공간을 내가 채우지 않으면 삶이 달라지지 않을 것"(p.182)임을 깨달았다고.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공부하는 노동자가 되어야 함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또한 치열하게 사유하여야만 깊이를 만들 수 있다는 말 또한 되뇌였다. 

특히 그는 나만을 위한 공부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공부해서 남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깊이를 만들어야 하기에, 충실히 그 여정을 즐기며 해내고 싶다. 


이 책은 공부하는 방법이 아닌, 오늘날 우리가 가져야할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험생이나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유한한 생 앞에서,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고민해야 한다. 바삐 돌아가는 바깥 세상으로 향한 시선을 돌려 내면을 유심히 바라보라고 따스한 조언을 건네는 그의 목소리가 책을 읽는 내내 들리는 것 같아 좋았다. 


열심히 살며 매듭지은 하루하루가 모여서 우리의 인생이 되듯 결심도 그렇게 매일매일 새롭게 하면 됩니다. 결심이라는 건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상심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그저 매일, 매 순간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며 결심하기를 반복하세요. 그게 삶입니다. - P279

자신을 속이지 않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유명한 라틴어 명구 ‘오늘 하루를 즐겨라 Carpe Diem, 카르페 디엠‘라는 말은 내가 나를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일하고 공부한 하루가 주는 즐거움을 맛보라는 뜻입니다. - P182

제게 누군가 "공부가 뭐냐?"고 묻는다면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부도 버티고, 삶도 버텨나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다 보면 우리는 매일 ‘하루‘라는 매듭을 지어나가고, 자신에게 이정표가 될 의미 있는 매듭도 짓게 됩니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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