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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와 케이티 - 나를 함부로 대하는 친구에게
트루디 루드위그 지음, 에비게일 마블 그림, 강빈맘 옮김 / 서교책방 / 2024년 9월
평점 :
진짜 친구라면 친구의 감정을 존중하고,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함께 해결하려 할 거야. (p.36)
이 책은 모니카를 친구인척 하면서도 따돌리는 케이티의 행동에 대응하는 모니카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짧지만 꽤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하기 좋은 책이다.
초1 아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은근슬쩍 물으면 조금 열릴 때가 있다. 물론 이 "열려라 참깨" 같은 것이 모든 책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열려라 참깨"였다. 이런 일이 학교에서 있는지,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등 물어봤을 때 아이는 술술 최근에 있었던 일까지 말했다.
책을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다. 따돌림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교실에서는 수많은 일이 일어난다. 아마도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교실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 중 하나를 끄집어내어 말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아들처럼.
초등학생 여자아이에게는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둘째는 아직 6살이지만, 여자아이들은 유치원부터 친구와의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6살 딸이 놀이터에서 친구와 노는 모습을 볼 때에도 친구가 "너 내말 안 들으면 다음부터 너랑 안 놀거야." 라는 말에 자신의 의지를 접고 친구에게 맞춰주는 행동양상을 볼 때면, 여자아이들에게 관계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그리고 그 중에서도 자신의 말을 힘있게 전달하는 아이가 얼마나 더 우위에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불안세대>의 조너선 하이트가 말했듯 남자아이들은 주체성(돋보이는 행동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욕구)이 강하고, 여자아이들은 융화성(남들과 연결되어 소속감을 발전시키려는 욕구)이 강하다 보니, 대부분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이러한 '관계적 공격성'이 일어난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더 단단해지는 것이 여자아이들인지도 모른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말이죠.)
엄마는 "살다 보면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단다. 지금 네가 겪고 있는 일도 그런 일 중 하나야."라고 했어. (p.31)
모니카 엄마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역할극'을 한다. 모니카는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연습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케이티에게 직접 말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실 이런 행동이 어린이들 사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친구에게"라는 부제는 어른들에게도 통한다. 회사에서도 이런 일은 충분히 일어나니까.
부정적인 경험이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지만, 그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우뚝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자존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아이에게 이런 일이 있을 때 나 역시 당황하지 않고 모니카 엄마처럼 길잡이가 되어줘야지 싶었다.
글쎄. 이젠 나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p.37)
그냥 인생 진리는 이런 것 같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