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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지금 가까워질 수 있다면 인생을 얻을 수 있다
러셀 로버츠 지음, 이현주 옮김, 애덤 스미스 원작 / 세계사 / 2024년 8월
평점 :
_ 내가 사랑받고 있고, 또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행복할까? 반대로 내가 미움받고 있고, 미움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불행할까? (p.68)
내가 알던 '보이지 않는 손'의 아담스미스가 저런 말을 했다고?
아담스미스는 경제학자 이전에 도덕 철학자이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아버지쯤 되는 이 분이 평생을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했다니. 옛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철학자 타이틀은 깔고 앉아있었나 싶다.
_ 세인의 관심으로 행동에 제약을 받고 자유를 상실하는 일이 뒤따르더라도, 사람들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과정에서 겪었던 고생과 근심, 굴욕을 충분히 보상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사실은, 이런 관심을 얻는 순간 모든 자유와 편안함, 근심 걱정 없는 안전함을 영원히 잃게 된다는 것이다. (p.150)
아담 스미스는 유명인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위와 같이 표현했다.
요즘 유명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순식간에 퍼지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관심은 유명세가 갖는 무게와 같다.
그와 동시에 드는 생각은, 높이 평가하는 판단의 잣대다. 유명인들의 음주운전, 불륜, 마약 등 부도덕한 행위는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한순간에 지탄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그들은 고귀하고 완벽한 삶을 대중에게 선보여야 하며, 어떠한 잘못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순간의 실수는 그를 따르는 누군가에게는 마치 배신 행위처럼 여겨질 수 있다.
누군가의 도덕과 지혜 때문에 열광하는 것이 아님에도, 유명세를 치르는 누군가에게 바라는 자아상은 올바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사실. 어느 순간 과거의 실수나 루머를 토대로 심판대에 오르내리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한 무게까지 감당해야하는 것이 오늘날의 '인플루언서'의 몫이다.
_ 우리는 이 세상에서 지혜와 미덕이 존경의 유일한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부도덕하고 어리석은 행위가 경멸의 유일한 대상도 아니라는 사실 역시 깨닫는다. 실제로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지혜로운 사람, 도덕적인 사람보다는 부자와 권세가들에게 존경심 가득한 눈길을 던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지 않는가. (p.143)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우리가 모르는 사람이나 그저 알고만 지내는 사람 앞에서는 스스로 슬픔의 강도를 줄인다."(p.185) 고 한 부분이다.
어느 누구도 상대의 감정에 100퍼센트 공감할 수는 없다. 상대는 나만큼 슬픔을 느끼려고 애를 쓰지만, 나는 상대가 느낄 수 있는 수준에 맞춰 슬픔의 감정을 세밀하게 조절한다. 감정의 강도를 서로 맞춤으로써 슬픔이 누그러뜨려진다고.
장례식장에서 우리가 조문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 슬픔이 경감되는 것 같은데, 이런 것일까.
📚 감정을 누그러뜨려 주위 사람의 감정과 조화를 이루려면, 원래 올라가 있던 음에서 반음을 내려야 한다. (중략) 타인의 연민은 애초에 내가 느꼈던 슬픔의 경험과 정확히 일치할 수 없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느낀 공감이란 공허하게도 타인의 상상에 불과하다. 결국 타인의 공감은 늘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그뿐 아니라 내가 느꼈던 슬픔과는 다른 느낌으로 바뀌기도 한다. (p.184)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누구보다 읽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2015년 출간한 이후 10주년 개정 증보판이라고.
대학교 경제학시간은 온통 수요공급곡선과 보이지 않는 손만 기억나는데, 이런걸 배웠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담스미스가 대체 왜 <국부론>을 놔두고, 죽기 직전까지 평생 <도덕감정론>을 6번이나 고쳐댔는지 궁금해 했을 것 같다. 인생 말년까지 이 책을 수정하던 아담 스미스가 사후 200년이 넘도록 이 책이 이렇게 읽히는지 안다면, 무덤에서 깨어나지 않을까 싶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