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좋은 어린이책 <씨앗에서 숲까지 식물의 마법 여행>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형진(KBS미디어 PD)
생물학자의 아름다운 생명 일기, 인간을 닮은 식물 이야기
식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화려한 색깔의 꽃, 초록의 잎사귀, 쭉쭉 뻗어 자란 커다란 나무, 그 나무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숲. 하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이런 이미지는 식물의 일부분일 뿐 전부는 아니다.
식물은 무엇보다 물과 햇빛으로 무기앙분을 유기양분으로 만들고, 광합성과 증산이라는 작용을 통해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만든다는 게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식물이 없으면 동물도 살지 못하고, 사람도 살 수 없다.
매일같이 집과 학교를, 그리고 회사를 오가면서도 무심히 지나쳐서 몰랐을 테지만, 눈여겨보면 다른 것들이 보인다.
어린 시절, 통꽃과 갈래꽃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나팔꽃처럼 꽃이 뭉쳐 있으면 통꽃, 제비꽃처럼 갈라져 있으면 갈래꽃이라 배워 알고 있었는데, 해바라기나 국화처럼 꽃잎이 나뉘어져 있는 것도 통꽃에 속한다고 한다. 국화 꽃송이는 큰 꽃잎이 돌아가며 나 있는데, 샛노란 그 꽃잎은 씨를 맺지 못하는 가짜 꽃이고, 안에 들어 있는 작은 꽃 하나가 통꽃으로, 해바라기는 수많은 통꽃이 모여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해바라기 속을 살폈더니 정말 꽃잎 가운데 수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 있었다.
이렇게 책을 통해 양치식물은 양의 이빨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거나, 연근이 뿌리가 아니고 줄기라거나,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라는 사실을 발견해갈 때마다 작은 기쁨을 얻을 수 있다.
물이 귀한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이 물을 얻기 위해 뿌리를 필사적으로 더 깊고 넓게 뻗어가는 모습이나, 여러 나무 중 햇볕을 덜 받는 가운데 나무가 조금이라도 햇볕을 더 받기 위해 키가 위로 자란다거나, 각각 처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잎이나 줄기의 모양도 제각각으로 변한 걸 보면 식물의 사는 모습도 사람과도 닮아 감동을 주곤 한다.
어려운 과학을 역사, 속담, 문학 등과 접목시켜 인문학적 과학 글쓰기를 하는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글이다. 어린이를 위해 쓴 이번에도 예외는 아이어서 단편적으로 암기해야 하는 지식이 아닌 말랑말랑하고 술술 이야기처럼 읽히는 어린이를 위한 에세이 같다고 해야 할까? 거기에 숲 해설가이기도 한 그림 작가의 정확하고 정교한 그림은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덤.
한평생 생물학자로 살며 쓴 <씨앗에서 숲까지 식물의 마법 여행> 은 식물과 친구가 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알고 보면 한 번 더 보게 되고, 더 예뻐 보이고 사랑하게 되니까. 책을 읽고 나선 길에서 만난 가로수도, 화단에 핀 작은 풀꽃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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