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마다 듣는 수업을 마치고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다음에 간다면 평일에 갈 것 같다). 5월에 진행되었던 예매에 참여하지 못해서(그런 기간 제한이 있는지 몰랐다) 줄을 서서 현장 티켓을 샀다. 줄이 길었지만 표를 판매하는 직원들이 많아서 줄이 금방 줄어들었다. 티켓 가격은 6000원이었고, 표에는 3000원 책 할인 쿠폰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인상적인 출판사는 '현암사'와 '아포토스'(아마도 그렇다)였다. 현암사는 1945년 설립되었다가 1951년 회사명을 바꾼 아주 오래된 출판사이고, 아침달은 몇 년 전 생긴 신생출판사인데 시집을 많이 발간한다고 자주 언급됐던 것이 기억이 난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현암사의 북디자인이 뭔가 다른 출판사보다 한 차원 높아 보였다. 현암사에서 메모한 책은 다음과 같다. 현암사에서 책을 한 권 구입했는데, 책은 마지막에 샀기 때문에 시간상으로 진행되는 이 글 마지막에 나온다.

 

1. 현암사

 

-신모래 <나는 무척 이야기하고 싶어요>(현암사)

 

-로이스 W. 배너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현암사)

 

 

-요슈타인 가아더 <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현암사) : 마케터로 보이는 직원분이 내 옆에 있던 손님에게 열렬히 추천해주는 걸 엿들은 책이다. 


2. 착각

 

  현암사와 함께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스가 아침달 출판사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부스가 붙어 있었거나 출판사들이 너무 많아서 착각했던 것 같다. 도서전 글을 쓴 지 5일이 지난 6월 28일 신문 서평란을 보다가 우성준의 <페들러스 타운의 동양상점>을 발견했다. 도서전에서 선공개한 책이라 검색해도 며칠 간 나오지 않았다. 이 소설 옆에 놓여있던 책들이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아포토스 출판사라고 검색해봐도 나오지 않는다. 그 책들도 도서전에서 선공개했던 것일까? 여러 출판사들이 모여 있던 부스였을까? 도서전 참여 출판사 목록에 아포토스 출판사가 없는 걸 보면, 그 매대는 여러 소규모 출판사가 모여 있던 곳이거나, 아침달 출판사에서 다른 출판사에 내준 장소라고 추측해본다. 한편, 아토포스(atopos;άτοπος)는 ‘어떤 장소에 고정되지 않은 것,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라고 한다. 뭔가 내가 착각하고 있는 상황과 닮아 있다. 혼잡했던 도서전에서 그 부스는 내게 아토포스로 남아 있다.

 

-우성준 <페들러스 타운의 동양상점>(아토포스) : 이 책 옆에 놓여 있던 에세이들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 부스의 인구밀도가 높기도 했고, 둘러볼 곳도 많아서 이 책 출판사로 검색하면 나오리라 보고 지나쳤는데, 도서전 며칠후에나 이 책이 공개됐고, 다른 책들도 아직 찾지 못했다. 

 

3. 아시아 독립출판 부스

 

  아시아 독립출판 부스는 전시 후반부에 있었고 다리가 아파서 자세히 보지는 살펴 못했다. 독립출판 부스는 작은 매대 형식으로 전시했는데, 그 앞의 인구밀도가 상당히 높아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이 외에도 전시 후반부 노르딕 혹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책들을 소개한 부스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 최유수 <사랑의 몽타주> (디자인 이음)

 

 -김은비 <스친 것들에 대한 기록물>(디자인 이음)

 

-강민선 <상호대차>(이후진프레스) : 저자의 이력이 흥미로웠다.

 

-앨리슨 벡델 <펀홈>(움직씨) : 이 책을 독립출판 부스에서 봤는지는 확실치 않다. 아마 맞을 것이다. 이 책의 후속작이 몇 달 전에 나왔다.

 

-쥘 베른 <녹색광선>(frame/page) : 이 책은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 <녹색광선>을 보고 검색했던 적이 있는데, 독립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었다는 건 몰랐다.

 

-Eden Barrena <Promise of Blooming>

 

-Hai-Hsin Huang <There is No Future> : 제목이 인상적이다.


-Yuri Hsegwa <Since I First Met You>

 

4. 국제관

  국제관은 정말 스치듯 살펴서 발견한 책은 한 권뿐이다. 두 권이긴 한데 한 권은 독일어 서적이라 읽을 수 없다. 전시를 본 건 독립출판 부스가 먼저였는데, 발견한 책이 더 적어서 국제관을 나중에 적는다.

  헝가리관에선 헝가리 전통복장을 입은 헝가리 사람들과 아이들이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저항의 멜랑콜리>(알마) : 제발트의 추천사가 인상적이었다. “현대 저작의 자잘한 관심사들을 훌쩍 뛰어넘는다!”

 

 

 

 

 

 

 

 

 

 

 

 

 

 

 

- IRENE DISCHE <SCHWARZ UND WEISS> : 이 책은 독일(기억상으론 그렇다)에서 북디자인상을 탄 책이라는데 표지가 정말 좋았다.

 

5. 기타 책들 : 이 중에는 신문 서평 등에서 본 책도 있었지만 메모해두었다.

 

킴벌리 아르캉, 메건 바츠케 <단위 세상을 보는 13가지 방법>

P.G. 해머튼 <지적 생활의 즐거움>

김진관 <홀로서기 수업>

알렉스 벨로스, 에드먼드 해리스 <수학으로 만나는 세계>

페르닐라 스탈펠트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까?>

남영신 <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


박홍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 이 책의 부제가 인상적이었다(부제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부제는 '노동자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아나키 유토피아'

 


6. 책 구입

  나가기 전 현암사 부스에 다시 들러 나쓰메 소세키 전집의 첫 문장들을 하나 하나 읽어봤다. 그중에서 <춘분 지나고까지>의 첫 문장이 가장 좋았다. "게이타로는 얼마 전부터 해온 별 성과도 없는 취직 활동과 그 분주함이 다소 지겨워졌다." 얼마 전 한 면접에서 내가 몇 개의 회사에서 떨어졌다고 말하자, 한 면접관이 'ㅇㅇ씨가 입사를 거부한 것 아니에요?'(기분 나쁘지 않았다. 과장하자면, 그는 진실을 말해주는 현자 같았다.)라는 얘기를 들었고, 나는 진로를 바꿨다.

  원래 <마음>이나 <그후>를 살까 했는데, 도서전에서 새로 알게 된 책을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춘분 지나고까지>를 구입했다. 책과 함께 부채와 마그네틱, 엽서 등을 받았다.

 

-나쓰메 소세키 <춘분 지나고까지>(현암사)

 

7. 대담, 문학 자판기, 성심당

  책을 사고 나갈까 했는데, 전시 후반부를 너무 대충 본 것 같아서 전시장 끝에 뭐가 있는지 보러 갔다. 그곳에서 대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담 후반부 15분 정도를 들었다. 내가 들어간 때는 유진목 시인이 낭독을 마치고 시에 대해 설명하는 순간이었다. 그 후 임솔아 시인이 낭독을 했고 시에 대해 설명했다. 나머지 두 분은 문학평론가 한 분과 시인 한 분이었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찾아보니 안희연 시인, 아마도 강지희 평론가). 임솔아 시인은 인상이 차갑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진목 시인은 <젠더 허물기>의 1장 '나 자신을 잃고'의 일부를 낭독했다.

 

-유진목 <식물원>(아침달)

 

  성심당 빵을 먹어보고 싶어서, 그리고 지금 머물고 있는 집으로 나를 초대해준 분들에게 전하려고, 홍차빵과 파이만주를 하나씩 샀다. 성심당에서는 책 몇 권을 출판했다고 한다. 

  문학 자판기에서 짧은 글귀, 긴 글귀 하나씩 뽑았다. 그 전에 본 자판기는 줄이 너무 길어서 못 뽑고 여기엔 줄이 없어서 바로 뽑았다. 아마도 어린이용 글이어서 줄이 없는 것 같았다.

  수많은 책 중에 내가 메모한 책은 아주 적었다.  

  지하철을 타고 지난 몇주간 머물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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