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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아, 집 지어 줄게 놀러오렴 - 산골로 간 CEO, 새집을 짓다
이대우 지음 / 도솔 / 2006년 5월
평점 :
우리 집에도 아침이면, 새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가 머리를 참 맑게 하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물론 내가 사는 곳은 시골이 아닌 도시다. 그러하기에 그 새소리는 언제나 반갑고 신선하다. 비 온 뒤 들리는 어미새의 소리는 분주함이 느껴지면서, 더없이 시원한 공기와 참으로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 진정 새를 벗하며, 새의 보금자리를 예쁘고 정성스럽게 가꾸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대우', 이 책의 저자다. 그는 시골 생활을 하면서, 새집을 짓는, 아주 예술작품처럼 멋드러지게 새집을 짓으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아 놓았다. <엄마의 공책, 서정옥, 시골생활>을 통해 먼저 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곤 이내 남편의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아내의 이야기를 통한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이 책으로 달랠 수 있었다.
<새들아, 집 지어 줄게 놀러오렴, 이대우, 도솔오두막>의 이야기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새집(new house)가 아닌 새집(birdhouse)를 짓는 즐거움이 1부요, 산골로의 이주, 그 계기와 시골생활의 시작을 이야기하는 2부, 마지막 3부는 소소한 시골생활의 풍광들을 담고 있다. 이야기 곳곳에서 전해지는 시골 생활의 정취는 부러움을 자아낸다. 또한 많은 새집들, 가히 상상하지 못했던 예쁘고 자그마한 집을 담은 사진과 집 주변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는 줄거움도 매우 크다. 또한 3개의 새집의 표본 그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나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10년간의 시골 생활을 한 번 정리하는 느낌도 들면서, 지난 자신의 과거의 추억, 현재의 생활, 그리고 미래의 소박한 꿈이 소박하게 담겨있다.
"공간과 시간을 이용하여 예술과 자연의 조화 속에서 노년의 삶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우리 부부의 꿈이었다." (91쪽)
지극한 즐거움에서 비롯된 목수일은 어느새 전문가처럼 느껴졌다. 정작, 자신은 아마추어라며, 겸손해 하지만, 내 눈에, 이미 전문 목수요, 새박사였다. 목수일의 즐거움, 그리고 새집을 만들게 되면서, 주변을 찾아드는 새를 관찰하고, 11종의 새들도 소개해주고 있다. 간단한 특색들과 새의 그림이 너무도 정겨웠다. 특히 '노랑할미새'는 뉴스(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602223309351&p=imbc)를 통해 만나지라, 더욱 반가웠다. 또한 일상의 사물들에서 삶을 꿰뚫는 지혜는 할아버지의 옛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다사롭고, 포근하였다. 집 옆 낮은 바위틈에 둥지를 튼 '곤줄박이'로 인해 조마조마 가슴 조렸던 따스한 마음, 실수를 통한 경험의 지혜, 앞선 경험자(선배)로서의 충고(집짓는 이야기, 귀농, 시골 생활들에서 겪게 될 어려움에 대한 작은 충고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들로 한 가득이다. 자연을 벗하면서 살기에, 마음의 여유는 태평양만큼이나 넓게 느껴진다.
"환갑을 넘긴 아이에 아직도 책을 사서 보느냐고 어느 분이 불쌍하다는 듯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새 책의 산뜻한 촉감과 신선한 잉크 냄새, 묵은 책의 묘한 향기에 취해 아직도 나는 책을 사고, 읽는다고 대답했다." (185쪽)
'랫시'와 '버피'도 다시 만날 수 있었고, 냉면이 원래 겨울 음식이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고, 술, 여행,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들도 엿보았다. 특히 책에 대한 그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도외지를 벗어나, 시골 생활을 하면서,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노후에도 끊임없이 열정과 정성을 쏟고 사는 행복한 삶을 볼 수 있어, 덩달아 나도 행복감에 젖었다.
진정으로 소박한 삶, 소소한 일상에서 자잘한 행복에 젖는 삶, 마음만큼은 한없이 부자인 삶, 다정다감한 그 삶이 책에서 손으로 자연스레 전해졌다. 즐거운 가운데, 뜨거운 열정 또한 고스란히 전해졌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한 정성, 그 정성이 빚은 결실이 바로 이 책, <새들아, 집지어 줄게 놀러오렴>에 한 가득이다.
...... 한 우물파가 10년 만에 사업이 번창해 새 집을 짓고 자기 식당 건물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농원도 시작한 지 10년이 넘으면서 대단한 성공을 거우고 있었다.
막국수 집과 농원, 우리가 그 긴 세월의 성장을 지켜본 장본인인 셈인데, 어느 날 처가 웃으면서 말한다.
"그럼, 우리는 그동안 뭘 했지?"
나도 웃으면서 대답한다.
"새집 5백 채 이상 지었잖아. 우리가 훨씬 더 성공한 셈이지. 모두 공짜로 지어 주고 대성공을 거두었으니까."
그래서 우리 부부는 마음의 부자가 아닌가.
- 168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