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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인생이란 길 위 화살표는 무엇일까? 문득 이런 질문에 밤잠을 설치게 되었다. 과연 어떤 화살표, 무엇을 방향타 삼아 걷고 있을까? 빙빙 제자리걸음은 아닐까? 스스로를 점검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세차게 쏟아지는 거센 빗소리(때론 천둥 소리도)를 음악 삼아 깊은 생각의 늪으로 빠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 찬찬히 나아가다 보면, 괜히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했다는 사실은 곧바로 깨닫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 감사할 일 역시 그녀처럼 평소에 만날 수 있는 ‘노란 화살표’였던 것이다. 그렇게 또 숨을 고르며 하루의 ‘감사했던 일’들을 떠오려보게 된다.
때로 이들과 함께 순례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생생한 느낌에 빠졌다. 책을 통해 동행의 참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지난 여행길 나의 추억이 하나 둘 스쳐지나갔다. 그날의 풍경과 숱한 감정들이 되살아나 과거의 나와 재회하는 듯, 착각에 빠졌다. 새록새록 나를 살 찌웠던 인연들과 사소한 사건들이 그리움의 실체가 되어 밀려들었다.
처음 물리적인 ‘노란 화살표’만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노란색’의 화살표가 내 인생의 곳곳에, 여기저기에 숨어있다는 사실, 아니지~ 눈 앞에 보이는 그것을 미쳐 눈감고 헤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부끄럽고, 또한 감사한 마음 한 가득이었다.
고적한 숲 속을 걷는 나를 상상해본다. 왜 그 길 위에 서 있길 때론 갈망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수없이 나와 조우할 수밖에 없는 책,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였다. 저자의 지난 행적을 쫓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와 대면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상상 속이 아닌 어느 호젓한 오솔길 위에 있었다.
마음 속에 쌓여 있는 습관의 군더더기는 무엇일까? 그 틀을 깨는 순간 나는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인데 말이다. 오히려 그녀의 한 문장 한 문장들이 또 다른 짐의 무게를 실감하게 하였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걸음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를 던지고 있었다. 천천히 ’사유‘란 것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가 되어 되돌아왔다.
산티아고 순례에 함께 하면서, 찬란한 햇살에 눈이 부시기도 하고, 짙은 숲의 향기를 음미해보기도 한다. 절로 숙연해지면서 깊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시간이었다. 기존의 여행서(?)와 뭐가 다르겠는가? 하는 회의를 살짝 하기도 하였다. 그것은 ‘산티아고’에 대해 뭣 모르고 하는 소리이었을 것이다. 분명 뭔가 차원이 다른 느낌, 한 차원 높은 이상을 담고 ‘삶’의 진정성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어떤 이야기보다 묵직함으로 가슴을 쳤다. ‘진정한 삶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숭고함, 더 나아가 종교적 경건함이 조금은 삶의 여유와 여운을 남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