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란 거울 속에 투영된 오늘 <싱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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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창비’ 청소년문학상의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는 <싱커>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럼에도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단지 어떤 ‘의무감’같은 것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 그렇게 모순으로 가득 찬 채 <싱커>를 손에 쥐었다.

책을 펼쳐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손의 떨림은 온 몸의 세포들로 전이되고, 흥분으로 휩쓸렸다. 기존의 SF 소설, 영화 속에서 접했던 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면서, 또 다른 이미지를 재생산하며, 한층 풍성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한층 더 진화(?)된 미래사회의 이야기는 우리 현실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어, 아찔한 현기증에 멈칫하게 된다.

 

한반도에 위치한 미래 인류의 거대한 사회! 과학의 발달은 유전자 귀족이란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내고, ‘역진화’의 기제까지 파헤치면서, 새로운 인류 사회를 만들어 가는 듯하였다. 그러나 생명 연장의 꿈이 이루어진 시안의 사회 속에는 극단적 양극화와 확연하게 이질적인 계층 간의 갈등이 고스란히 잠재되어 있었다. 아니 ‘시안’의 시스템 자체가 극명하게 모순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시스템 속에 숨어있는 ‘권력’의 횡포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시스템에 노예화된 인류의 모습이 암담한 미래 사회, 결코 꿈꾸지 않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냈다. 또한 자연과 철저하게 단절된 시안의 사회는 환경 파괴로 인해 인류가 겪게 되는 참혹함을 여과 없이 그려내고 있었다. 특히 노아의 방주처럼 지구의 생태계를 옮겨 담은 ‘신아마존’의 설정은 오늘의 ‘아마존’이 떠올리게 하며, 생태계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싱커> 속 다양한 사건, 사고들은 시안의 시스템에 녹아 있는 우리의 오늘이었다. 시안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늦둥이들, 그들이 게임을 통해 동물의 감각을 그대로 느끼면서, 자연과 생명을 새롭게 인식하는 과정과 그들의 움직임은 2008년의 촛불 집회를 떠올리게 하였다. 촛불집회 속에 드러난 기성세대의 시선과 두 세대 간의 갈등 등이 생각지 못한 이야기 속에 녹아 있어 더욱 흥미진진하였다.

 

오늘의 암담한 현실과 은폐하고픈 진실 사이에서 아이들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희망’은 가슴 속에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다. ‘게임’을 통해 ‘동물’의 감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온 몸의 피가 들끓는 듯,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해진다. 그 짜릿함은 금새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 속 인간과 동물의 교감, 그 생생한 느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문득 <싱커> 속 미래 아이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측은해진다. 동시에 과연 우리가 꿈꾸는 미래란 궁극적인 인류의 희망일지 의구심을 갖게 되기도 하고,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할 ‘미래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사회라는 시스템 속 체념한 듯 거부할 수 없었던 그 무엇을 자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찌 생각해보면, 기존의 만나봤던 상상력의 총체가 바로 <싱커>인 듯하다.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이야기들이 짜깁기된 듯, 기존의 많은 이야기들이 순간순간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강렬한 흡입력으로 빠져든다. 기존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모두 잊혀졌다. ‘싱커’라는 블랙홀에 빠진 느낌,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