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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신간 <테헤란의 지붕>을 접했을 때, 무척이나 읽고 싶다는 욕망을 사로잡혔다. '테헤란'이란 공간적 한계가 담고 있을 이야기 자체에 호기심을 자극한 것인지 모르겠다. 땅과 하늘의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표지의 분위기, 모스크를 연상시키는 듯한 낯선 문양 또한 한몫하였다. 그런데, 책 중반을 읽고서야 표지 아래의 남녀의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 왜 미처 보지 못했을까? 황폐한 듯 보이는 건물의 지붕 위로 두 손을 꼭 잡은 남녀 한 쌍의 모습, 그리고 지붕과 지붕을 통해 이웃의 마당을 엿보고, 이웃집으로 건너갈 수 있는 독특한 건물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낯선 이슬람 문화 그리고 공간 배치에서 왠지 쓸쓸하지만 사람내 물씬 풍기는 우리내 풍경이 그려진다.
그런데, 테헤란의 지붕! 읽고 싶다는 사뭇치던 감정과 달리, 오히려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된다. 이란의 70년대 암울한 풍경이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어, 기억에도 없는 기억을 쥐어짜야만 했다. 권력의 손아귀에 자유를 속박당하고,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이 먼 나라, 낯선 나라의 일만이 아니었기에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고 절로 몸서리쳐졌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과연 나라면? 나였다면? 솔직히 조마조마함 속에서 고개를 떨구게 된다. '그것'을 갖지 못한 부끄러움이랄까?
눈에 보이지 않는 비밀경찰 '사바크'의 감시 속에, 사랑과 우정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상황들이 책을 읽는 내내, 아슬아슬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열일곱의 주인공 '파샤'의 저항, 갈등은 청춘의 결기를 조금이라도 가라앉히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또한 그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의 진실을 알기에, 그를 둘러싼 권력과 독재의 부조리한 정치적 포악이 더욱 극대화되며 이야기에 몰입하였다.
74년의 정신병원의 상황과 73년의 테헤란의 여름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73년과 74년의 상황 즉 일년사이에 주인공이 처한 환경이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글의 맥락의 끊어졌기에 그 공간을 채워가며 진실를 파헤쳐야했다. 책을 놓는 순간까지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대학생 '닥터'의 죽음과 그로 인한 자살테러사건이 터지면서, 이야기는 최고조를 향하지만 또다른 반전을 기대하며 나의 상상속 이야기가 책 속 활자로 펼쳐지길 바라는 염원이 손에 땀을 쥐게한다.
'애도'같은 개인적 감정조차 억압받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일개 소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하나가 되어 삶을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는 유쾌함과 희망을 엿보는 즐거움을 증폭시킨다. 이슬람 문화라는 한계 내에서도 그들의 풋풋한 사랑과 우정은 특정 종교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훈훈한 인정을 느끼면 감동을 받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웃과 이웃의 지붕이 맞연결된 듯한 구조, 내밀할 것 같은 공간 속 제약을 뛰어넘으며 우정과 사랑이 자라는 이야기는 왠지 모른 환상을 불러일으켜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솔직히 이 완벽한 이야기에 몇몇의 오타가 발견되어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였지만, 한 번 읽고 그치기엔 무척이나 큰 아쉬움이 남는다. 한 번의 만남으로 이 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왠지......
미쳐 읽지 못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는 듯,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은 찜찜함에 다시 손에 쥐어야 할 것 같다.
또한 이란의 역사,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동화적 환상과 더불어 자유, 사랑과 우정의 절대적 가치를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