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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아 극장
엔도 슈사쿠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유모아극장? 글쎄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표지 또한 촌스럽고, 어릴 적 보았던 70,80년대 만화책 같은 느낌이 심히 거북한 것이 이 책의 첫인상이었다. 그러고보면, 나같은 이로 표지에 사활을 걸수밖에 없는 출판사의 고충이 새삼..... 질보다 양, 허례허식에 치우치는 작금의 상황과 다소 겉도는 듯한 표지는 또한 질퍽하게 지금의 세태를 풍자하는 듯하다. 이것이 엔도 슈사쿠식 재치이고 해학일까?
엔도 슈사쿠? 20세기 일본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무수한 문학상을 휩쓸고, 노벨상 후보에까지 올랐다는데. 작가의 명성이 나와는 꽤나 거리가 먼 만큼 너두도 생소한 작가였다.
그런데, 과연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 칭찬이 자자한 것일까? 그 칭찬의 주인공은 바로 이야기꾼 '성석제'였다. 그의 유쾌하면서 날카로운 기치 넘치는 이야기를 좋아라 즐기는 내게, 그의 평은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오히려 '엔도 슈사쿠'를 '웃음의 대선배'라 하니, 어찌 지나치랴~
뭔가 표지의 첫인상의 거부감도 잠시, 성석제 말대로, 유쾌하면서도 실소를 금치못하는 이야기가 12편이나 소개되고 있었다. 12편의 이야기는 모두가 다채롭고 독특한 소재들로 참신하였다. 그리고 우리의 내밀한 모습을 여실히 비추고 있었다.
12편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단연, <여자들의 결투>와 <우리아버지>를 먼저 꼽고 싶다.
<여자들의 결투>는 질투와 시기에 눈이 먼 두 여인의 주도권 싸움, 운전면허증을 따고 분에 넘치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이야기는 이솝 우화와 결합되면서 묘하면서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초호화 휴양지에서의 특권층의 허위와 인간 사이의 반목을 다룬 <가루이자와>는 인간이 내밀한 본성을 날카롭게 비꼬고 있었다.
익살스러우면서도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담은 이야기를 비롯하여 한 가정의 가장인 아닌 한 남자로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우리아버지>는 봄햇살처럼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었다. 또한 청년실업의 현상황을 대변하듯, 어느 대학생의 취업분투기를 다룬 <거짓말하지 말지어다>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가장 먼저 '나쓰메 소세키'를 떠올리게 하였다.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과 소심한 듯 움추린 인물들의 과장스럽고 어리석은 듯한 행동들, 넌시지 작가가 이야기를 흘리는 듯 한 분위기는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이란 이야기와 겹쳐졌다. 또한 글을 읽으면서 '성석제'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어떤 이야기의 핵심은 성석제의 이야기와 닮아, 시공간을 초월하면서 인간의 허위의식 등을 풍자하고 있어, 공감을 넘어 강한 흡입력으로 끌어당겼다.
빵빵 터지는 웃음폭탄보다는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만드는, 무엇인가 내심을 들킨듯, 멋쩍은 웃음를 터트리게 하는 이야기들은 삶, 인간 내면을 무섭게 심층 분석하고, 무덤덤한 듯 툭툭 던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고, 깊이 파고든다.
누구든 엔도 슈사쿠식 재치넘치는 이야기에 빠져, 나른한 아니 우중충한 기운을 던져버리기 바란다.
[유모아 hum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