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반기며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는 곳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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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누군가 손님이 찾아오려는 것일까? 요즘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의 주거공간이 '아파트'로 바뀐 상황에서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이란 말이 너무도 정감있게 느껴진다. '몇 동 몇 호'의 숫자로 획일화된 느낌과 사뭇 다르게......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을 되새길수록 착착 입에 감기는 것이 절로 가슴 속 찌릿찌릿한 느낌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제목에서 정감이 묻어났던 것은 아니다?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과연 무슨 의미일까? 하는 호기심! 그 정도였다. 제목 정도 살짝 설명하자면, 죽은 아내가 취미로 새기던 조각, 유품처럼 남겨진 문패에 새겨진 것은 바로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이었다. 그런데 주인공 역시 그 의미를 찾아보지만 아리송할 뿐.


 


사물실 겸 자택으로 사용하는 작은 공간 속, 대필 작가의 삶은 너무도 팍팍해 보였다. 답답함 속 쓸쓸함, 그리움이 묻어나면서도 왠지모르게 사람내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에 압도된다. 시골 이웃집에서 매년 보내는 김치, 아내를 통해 알게 된 형님의 투박하지만 다사로운 정이 비루할 것처럼 보이는 아슬아슬 위태로운 삶에 따뜻한 햇살이 되어주었다.


찬란한 햇빛이 단순한 사물조차 찬란하게 만든다는 말,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빛, 그 햇빛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는 독백이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를 한 마디로 정의해주는 듯하다.


또한 죽은 아내를 회상하면서 그리움과 미안함을 토해내고, 몽환적인 분위기과 농밀한 주변 묘사는 마음 속 상처들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그렁그렁 맺히는 눈물, 짙은 안개 속에 갇힌 듯한 답답함은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외로운 것이라는 고백으로 뻥 뚫리듯 시원해진다.


 


'상처투성이의 삶에 말없이 다가와 상처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울림'이란 책 소개는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소소한 일상, 먼지 자욱한 막거리 통 속 보글보글 부패되고 있는 막걸리처럼, 때론 구질구질할 것 같은 삶 속, 주인공의 이야기는 따뜻한 시선 속 잔잔한 감동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야기 속 낯선 인물들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삶의 막막함을 술 한 잔, 툭 내뱉는 한 마디에 감추는 그들이 안쓰러워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오히려 포근함에 안긴 듯한 따뜻함이 넘친다. 글쎄.... 뜨거운 눈물이 쏟아내보다는, 그렁그렁한 눈물을 애써 참아내며 따사로운 손길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먼 발치서 애태우며 우리를 기다리는, 그리고 우리를 반기며 달려올 누군가가 서 있을 것 같은 곳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