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시선>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낮의 시선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낮의 무묘함을 달래기 위해 나는 소설을 찾아왔다. 쉽게 책장을 넘기며, 낄낄거릴 수 있는 책만 찾다가, 난생 처음 보는 듯한 생소한 소설을 접했다. 이승우! 글쎄 나는 그를 잘 모르겠다. 그의 다른 작품들을 뒤적거려보니, <오래된 일기>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물론 읽지 않은 책, 하지만 인상적인 표지가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던 책, 그만큼 그는 내게 낯설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이 도시로 모여든다. 하지만 내게는 도리어 죽기 위해 모임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글로 <한낮의 시선>의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다. 말테의 수기 첫 문장이 이와 같다면서. 그런데 '말테의 수기(릴케)', '로맹가리', '한승원' 등등의 국내외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 이야기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조차 모른다. 그래서 처음에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감을 잡을수 없어 버거웠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천천히 곱씹으며 나흘에 걸쳐서야 160페이지의 글을 마쳤다. 160페이지! 결코 많은 분량(분명 가볍고, 만만한 분량아닌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속의 흐름을 쫓아 내달릴수는 없었다. 흐름 자체도 역동적이지도 않지만, 다른 이의 의식 세계를 좇아 교감하기에는 기존의 딱딱한 사고가 커다란 장애가 되었다. 또한 최근에 만나봤던 여타 소설과는 차원이 다른다. 문득, <조서>(르 클레지오)라는 책이 생각났을 정도로, 희귀한 소설임은 분명하였다. 그런데, 책장을 덮고나서야 깊은 울림이 쟁쟁거리며, 소설 속 장면들이 내 주변을 떠돌아다닌다.

 

결핵으로 요양차 서울 근교 전원 주택에 머물게 된 주인공 한명재는 어느날 찾아온 옆집 노교수에 의해 '아버지의 부재'를 인식하게 되고, 아버지를 찾아 휴전선 인근 마을을 찾게 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한 기호 2번 아버지는 그를 부정하고, 오히려 억압하고 뿌린친다. 아버지를 찾아나선 아들과 아들을 부정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한낮의 시선> 속 큰줄기이다. 그런데 아들을 부정하는 아버지를 나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존재보다는 자신과의 회우에 시선이 머물렀다. 아버지는 또다른 존재의 나로써, 주인공은 아버지를 찾아나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를 찾아 나선 것이다. 라는 식으로.

아버지의 부재를 인식하지 못하던 주인공 뒤엔 아버지의 몫까지 완벽했던 커다란 버팀목 어머니가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우연히 아버지의 부재를 인식하고,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듯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주인공, 그리고 머뭇거림과 아버지의 가혹한 현실 부정 속에서 '자존'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자신만을 온전히 비추고 바라볼 수 있는 용기, 자존감을! 나름 '한낮의 시선'을 자아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무수한 굴레라 해석했다. (억지인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야기, 사건, 그리고 주인공의 의식을 넘나들며 전하는 이야기는 내 의식 속으로 살며시 스며들었다. 그리고 박혔다. 나를 짓누르던 무수한 잡생각들이 체계를 갖추며, 뚜렷해지기도 하였다. 혼란스럽게 방황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 떠난 여행 속, 나는 '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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