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여우, 그녀의 서평공책을 훔치다

<깐깐한 독서본능>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책 읽는 고수 '파란여우'님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 만났다. 그리고 먼저 그녀의 블로그부터 탐색전을 시작으로 차근히 <깐깐한 독서본능>과 만났다. 그런데, 지금껏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없는 '서평'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책이다. 그녀의 깐깐한 필력에 감탄하면서, 강하게 밀려드는 열등감을 느낄 새도 없이, 일단 말려들었다.

5년 간의 꾸준한 책읽기와 다양한 시선으로 책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어, 흥미로웠다. 그녀가 읽은 책이 무엇인지, 어떤 서평을 써내렸는지 궁금함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소개되고 있는 이야기는 단순한 서평에 머물고 있지 않다. 세상을 향한 또다른 창임에 분명하며, 그로써 나는 또다른 책으로의 지름길을 찾아내었다.

 

고백하건대, 나는 단순한 유희를 위해 책을 손에 쥐었다. 그래서 양서의 기준은 유쾌함, 흡입력 그리고 진한 감동이면 충분하다 생각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책은 일상으로의 도피처가 되어 있었다. 언젠가 '나는 한시간의 독서로 누그러들지 않은 어떤 슬픔도 알지 못한다'는 몽테스키외의 말을 체득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자조섞인 푸념을 내뱉는 대신, 안으로 안으로 옹골지고 싶은 여망을 간직한 채 책을 들었다. 그런데 근래, 책은 서평을 위한 무작위적 책읽기가 되었고,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살짝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데, 파란여우님을 통해 미련했던 나 자신을 극명하게 바라보고, 또다른 희망을 품게 되었다.

 

소개되는 책 중에는 처음 접하는 책이 많았다. 부끄럽게도 내가 읽은 책은 10여 개에 불과한 것 같다. 그 중에는 제목 정도 알고 있는 책-이런 책들은 책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기도 하였다-이 있었지만, 제목조차 생소한 책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서평을 읽다보면, 자유롭게 책에 대한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도 있었고, 책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세상 비틀기에 움찔 놀라기도 하였다. 또한 그녀만의 천만원 가치의 서평공책을 훔쳐보는 희열을 맛보기도 하였다. 뒷표지의 '책 속에 숨겨진 세상을 읽는 통찰력'이란 문구는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책, 작가 그리고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지식이 함축되어 있는 책 <깐깐한 복서본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