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사라지는 숲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 종이, 자연 친화적일까? 세계를 누비며 밝혀 낸 우리가 알아야 할 종이의 비밀!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외 옮김 / 상상의숲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란 제목을 보는 순간, 강렬한 호기심과 반드시 사수하고 싶다는 강한 탐욕이 피어났다. 자칭 '소시민적 환경운동가'라면서, 눈에 띄는 환경관련 프로그램, 책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종이만큼은 좀더 철저히 재활용하려는 작은 습관을 기르려 노력하고, 그런 작은 실천에 자족하면서, 무언인가 빚진 마음을 청산한 듯한 착각에 빠져살았다. 그런데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는 그 어떤 것보다 뒤통수를 세게 내리치며, 강한 충격으로 굳게 뻗은 뿌리마져 통채로 뽑혀 쓰러진 나무들처럼 내 머릿속은 난장이 되었고, 그다지 거세지 않은 비바람에도 무자비하게 초토화된 느낌이었다. 

 

예전에 kbs 환경스페셜을 통해 '종이' 사용의 실태와 문제들을 눈으로 확인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띠지를 메모지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컴퓨터 등의 발달로 종이 사용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을 깨고, 종이가 택배 등 포장 용도로 사용되면서, 종이 소비량을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 때문에) 택배 사용에 있어서도 살짝 망설여지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친환경적 삶의 실천에 있어, 타성에 젖으며 빠지게 되는 딜레마를 이 번 책을 통해 모조리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본 종이의 무분별한 사용 실태는 영상으로 보았을 때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졌다. 영상 매체와 인쇄 매체의 차이인지도 모르겠지만,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그 어떤 것보다 강렬했으며, 종이로 사라지고 있는 숲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자각할 수 있었다.

 

저자 '맨디 히기스'는 유럽, 러시아, 중국, 동남아시아를 거쳐 북미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종이의 생산 과정을 탐방 때론 염탐하고, 종이(펄프)용의 벌목으로 폐허가 된 원시림의 모습을 글로써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거대화되고 있는 제지 산업이 초래하는 많은 문제들, 일련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환경 생태적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있다. 특히, 1장에서 종이의 발명과 기원을 살펴보면서, 나무줄기로 종이를 만든 것이 불과 15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그리고 그 후로 모든 것이 변했다'라는 한 문장으로 뭔가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전개되리라는 꺼림칙한 기분과 그 실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에 사로잡혀, 책을 쉽게 손에서 뗄 수 없었다.

 

책을 통해, 탄소 발자국에 이어, 숲발자국, 종이 발자국, 또는 생태발자국이란 새로운 개념을 접하면서, 산업용으로 벌목되는 나무의 42%가 제지산업으로 소비되고, 종이의 재활용 역시 사용량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과 수많은 종이가 "재활용을 위해" 버려지는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또한 종이는 천연제품이 아닌 화학공학의 산물일 뿐이고, 종이, 책, 신문 같은 상품 구매를 통해 간접적으로 원시림을 파괴하고 있으며, 원시림의 파괴는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방대하고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사실을 통해, 그에 따른 환경 재앙, 인간 아닌 온 생명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너무도 심각하다는 것에 통감하였다.

특히,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 강 열대우림이 처한 위기에 주목하면서 상대적으로 '아한대림'의 파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러시아, 캐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침엽수림 역시 지구의 허파로, 모두베기식 벌목으로 인한 훼손의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무지함에 부끄러움이 더해지면서) 그 충격은 몇 배에 달하였다. 또한 아카시아나무, 유칼리나무(유칼리나무 농장은 녹색 사막이라고도 부른다) 등 단일 수종의 나무농장이 초래한 문제점을 목이 터져라 이야기하고 있음을 귀가 따갑도록 들을 수 있었다.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를 통해 밝혀진 진실, 그 비밀들은 실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종이 사용이 초래한 원시림의 파괴와 나무농장의 문제점을 강하게 제시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종이, 윤리적인 종이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직접 세계 곳곳을 누비며 밝혀낸 진실에 생생한 현장성까지 더해지면서, 무분별한 종이 소비의 문제점을 스스로 생각하고, 종이 절약을 실천하지 않으면 아니될 정도록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벌목으로 파괴된 원시림과 단일 수종의 나무농장을 보고, '모든 소리가 표백되고 정적만 남은 것 같았다'는 저자의 표현이 마음에 무겁게 자리하면서, 나름의 작은 다짐들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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