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워킹맘 남편입니다 - 살림하는 남자 아이 키우는 아빠
폴 킴 지음 / 피톤치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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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 때문에 끌렸다. 육아하는 아빠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육아하면서 힘든데, 아빠도 육아를 하면서 힘들다고 할까? 남편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한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때마다 육아가 쉬워 보이냐고 물으면 어린이집 보내는 시간이 자유시간이지 않냐고, 말한다. 자유시간 말이 좋지, 나도 자유시간을 좀 즐겨보고 싶다. 뭐든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는 직장을 다녔고,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워봤기에 직장을 다니는 남편의 고충도 알지만 남편은 아직 육아의 세계가 부러운 것 같다. 그런 남편을 위해 만약 남편이 육아를 하게 되면 나는 둘째를 낳아 두 명을 한꺼번에 선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의 저자도 힘들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열었는지 모르겠다. 해 보니까 어때? 힘들지? 하지만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건, 나에 대한 반성이었다. 남편을 꼭 보여줘야지 했던 책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많은 걸 느꼈다.


p.9

나 역시 평번하지 않은 내 삶을 받아들이지 못해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한 문장 안에 얼마나 많은 것이 녹아져 있는 것인지 나는 안다. 힘든 시간. 저자는 몸도 많이 아프기도 했다. 물론 꼭 이런 선택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것과는 별개로 여러 가지가 힘들었을 것 같아서 공감이 되었다. 이건 남자가 집에서 아이를 보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를 보는 모든 사람은 그렇다. 그런 힘든 시간이 있다.


p. 9

혹여 육아의 짐을 아내에게만 맡기고 어쩌다 한 번씩 아이를 돌보면서 생색내는 '불량 남편'들이 있다면, 이 책이 그분들의 마음에 유익한 찔림을 줬으면 한다.


이 책은 찔림 뿐 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동일시가 되면 간접적이지만 직접적으로 체험한 것 같은 느낌이 난다. 많은 아빠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집에서 아이를 보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 뿐 만 아니라 여러가지 이야기가 녹아져 있어 읽는 재미도 있다.


p.53

그래도 경제적인 측면과 고용 안정성을 고려했을 때, 우리 가정은 아내보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


우리 집도 그랬다. 아이를 남에게 맡길 수 없다는 나의 신념과 나보다 더 많이 돈을 버는 남편을 봤을 때 내가 직장을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울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가 그만두고 아이를 보고, 소득이 줄어들면 맞춰서 살면 된다고 했지만 그 소리는 나에게 들리지도 않았다. 우리집은 경제적인 측면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


p.76

딸과 더 열심히 놀아 주었다. 그렇게 하는 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 부분 뿐 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일하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육아와 가사에 좀 더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내가 찔렸던 건 이 부분이다. 저자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내가 양육을 하고 가사를 하면서도 오로지 나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다니. 남편이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남편의 힘듦은 내 힘듦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자기도 직장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를 보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화를 냈다. 남자와 여자만 바뀌었을 뿐인데


p.113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지 부모님은 그녀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해 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 자녀들을 위해 기도해 주셨는데 지금도 부모님의 기도가 자기 삶의 큰 힘과 위로가 된다고 했다. 또 부모님꼐서 항상 책을 읽으셨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p.114

아무튼 장모님은 자녀들을 키우시면서 순간순간 "하나님이 너희들과 함께하시니 잘될 거다." 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 매일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고 하셨다.


생각지도 못하게 종교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저자의 삶 중에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가족의 품성이 훌륭한 건 이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순간 부모의 종교가 같은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에 대해서, 좀 부러웠다 .


p.170

경제적으로 아내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무능한 남편이라는 자괴감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었다. 내가 명절마다 이런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것을 아는 아내 또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말해 뭐할 것인가? 이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쩌면 남자이기 때문에 더 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해서 일을 하기도 했던 저자, 아이 양육에 최선을 다 했던 저자, 아내의 뒷바라지를 잘 했던 저자인데도 저렇게 생각하다니. 환경이, 자리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자신과의 싸움 때문에 힘들어 했던 건 나오지만 아내와 의견충돌이 있거나 갈등이 있었던 건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를 양육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민주적으로 가정이 운영되고 있음을 느꼈다. 아내 역시 자세한 건 나오지 않지만 성품이 좋은 것으로 보인다. 저작 힘들어 할 때마다 다독여주는 걸 보면. 또한 능력도 좋다. 나도 남편보다 더 많이 벌었다면 지금 남편이 아이를 보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꼭 흔치 않은 일도 아니지만 이런 변화가 사람들의 인식을 조금씩 바뀌게 했으면 좋겠다. 나부터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 하는 남자, 아이 양육 방향에 대한 고민과 갈등, 미국에서의 생활기, 사업에 대한 부분, 종교적인 신념 등 여러가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 궁금한 건 어쩌면 내가 더 낫다고 하기 위함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우리 가족은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빠든 엄마든 집에서 양육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그 사람이 더 단단해져야 그래야 가족이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집을 잘 지키고 있어야 그 집이 화목하다는 건 맞는 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자신을 한 번 돌아보고 싶은 사람, 다른 집은 어떻게 사나 궁금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국에서 살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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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던 나날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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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한 여자의 슬픔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고, 삶의 낭떠러지라고 하기엔 비극적인 결말도 아니고, 뇌과학자 정재승이 말한 것처럼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삶의 민낯' 이 그나마 제일 가까운 듯 하다. 삶의 민낯이 가깝다기 보다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이 가깝다는 뜻이다.


주인공 리디아, (작가의 회고록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죽은 딸의 슬픔에서 솟아오르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하지만 그 전부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범주에 든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성보다는 본능이 더 강했던. 아이를 사산하고 난 후부터는 이성이 없는 것처럼 산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쾌락적이고 문란한 생활이 계속 이어진다. 아이를 사산했다는 것, 생각조차 하기 싫을만큼 끔찍하다. 리디아의 선택은 보통과 달랐다. 보통 이 같은 상황을 겪은 엄마라면 속으로 곪기 마련이다. 삶의 의욕을 잃어 우울증에 빠진다거나 이런 식으로. 하지만 리디아는 오히려 본능을 외적으로 방출한다. 하지 말아야 하지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슬픔을 감춘다. 사람마다 방식은 다 다르니까. 아마도 리디아는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시절,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분노(분노만 있었던 건 아니였지만), 언니와의 관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사산이라는 것을 통해 터진게 아닐까 


리디아가 과연 정신을 차릴까, 다시 정상이라고 말하는 범위로 올라올까? 아니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까? 궁금해 하던 찰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어떤 한 남자를 만나고(이미 여럿 만났지만), 다시 아이를 갖게 되면서(이미 세번의 낙태수술을 받았지만) 하나의 가족을 이루게 된다. 물론 그 기저에는 수영이라는 숨을 참던 나날이 있었다. 보수적인 나의 성향 때문일까, 리디아가 다행이다 싶었다. 더 이상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기를, 다른 방향으로의 행복을 맛 볼 수 있기를


어떤 사람은 리디아의 이야기가 본능, 민낯, 자유로움, 무자비 라고 말하는 것들이 내가 보기엔 불안불안해 보였다. 물론 내가 누군가를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런 타락이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리디아는 이런 과정을 통해 삶이 무엇인지, 가족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으니까. 리디아를 통해 나 또한 내 삶, 내 가족 그리고 나 를 돌아보게 된다. 리디아처럼 미친 굴곡은 아니었지만 내 삶을 돌아보면 나 또한 고통과 슬픔이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리디아는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다. 가정을 찾았고, 글을 쓰는 것을 찾았고, 아이를 찾았고. 수영을 찾았고. 글을 쓰면서 자신의 과거를 현재를 찾고, 미래를 찾고 있다.


p.93

하지만, 아주 작고 아주 불안한 나의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 작은 소녀가 있었다. 나는 그 소녀를 동굴에 가둬 놓았지만, 그 동굴에서 소녀는 미소 짓고 있었다.


이 미소 짓고 있었던 소녀는 미래의 자신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알았던 걸까? 이 작은 소녀의 시절에는 내가 봐도 불안하고 불우한 것 뿐이었는데 말이지.


p.218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나 자신의 끝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죽음 근처에 가고 싶었다. 정말로 죽은 근처에 가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랬을 수도.


내가 본 리디아는 정말 끝까지 간 것 같다. 정말 죽음 근처까지 가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죽음 근처까지 가면 뭔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죽음 근처까지 갈 만큼 고통스러웠던 것일까?


p.224

캐시 애커의 책, 특히 아버지들이 딸을 성추행하거나 강간하거나 억합하거나 수치스럽게 하거나 학대하는 대목을 읽을 때면, 내 머리속에는 '그래' 뿐이었다. 나는 충격받지 않았다.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나는..... 존재한다고 느꼈다.


리디아는 우스웠겠지. 캐시 애커의 책 속의 내용이. 내가 경험한 것들, 그래서 내가 존재한다고 느낀걸까?


p.238

그는 항상 나를 웃겨주었다. 나는 10살 이후로 웃은 적이 없었다. 아이였을 때는 안전하지 않아 웃을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나 딸을 잃고 나니 너무 아파 웃을 수 없었다. 하지만 술 취한 남자가 나를 웃겨주었다. 언제나. 가끔은 그게 최고였다는 생각도 든다.


이 걸 읽고 내 마음이 좋았다. 웃겨주는 남자를 만나 웃을 수 있다니, 리디아의 삶도 이제 좋아질 것인가? 웃을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인가?


p.256

하지만 내가 집에 들인 그 여자는 그동안의 나를 부숴버렸다. 그 괴짜 같고 똑똑한 두뇌는 나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이제 나는 섹스를 원하지 않았다. 책을 읽고 싶었다. 밤마다 들었던, 나를 마비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나는 관념의 나라를 여행하고 싶었고 생각을 체감하고 싶었고 내 머리 꼭대기를 터드려 열어젖히고 싶었따. 정신 나갈 때까지 술 마시고 싶지 않았다. 글을 쓰고 싶었다.


환호성을 지르고 싶었다. 긴 고통의 시간을 끝내고 드디어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된 순간, 내가 집에 들인 그 여자는 내가 말한 다른 방향의 행복을 몰고 들어온 여자였던 것이다. 섹스를 원하지 않고, 술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는 것.


p.267

처음으로 다리를 벌리지 않아도 되는 사랑을 만났으니까, 당신이 이 말을 믿을 수도 있고, 꾸며낸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이든, 이것은 사실이다.


리디아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장이다. 여전히 없다. 리디아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할 자격은


p.299

내 딸아이를 부검했던 의사는 진료실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사인을 정확히 집어낼 수가 없습니다. 목에 탯줄이 감겨있던 것도 아니고, 확인 가능한 신체적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니에요. 여기 부검 결과서입니다. 정말 유감입니다.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나곤 해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리디아의 표정이 보이는 듯 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리디아의 삶은 완전히 변해버렸으니까. 생명의 죽음, 딸아이의 죽음은 엄마인 리디아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충분했다. 슬픔이라는 물속에서 숨을 참아내며 버텨야 했던 시간들이 시작되었다.


p.385

게이들도 수영장에 온다. 알아볼 수 있다. 다리가 털 없이 매끈하거나 귀걸이를 하거나, 글쎄, 수영 선수 말고 삼각 수영팬티를 입는 사람은 게이밖에 없으니까. 가끔 나는 레인을 가로질러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을 안아주고 싶은 이상한 충동과 싸운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줘서 고맙다고,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사랑과 공감을 보여주어 고맙다고 표현하고 싶어진다. 비록 우리는 모르는 사이지만.


게이가 아니라도, 이런 생각을 하며 바라보던 사람이 있다. 힘든 순간에도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리디아가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p.391

남편 앤디가 아버지를 데려왔을 때, 내 자아는 두 명의 리디아로 쪼개졌다. 하나는 딸, 고통받아 망가진 소녀였다. 다른 하나는 막 새로운 삶을 시작한 여성이자 어머니, 작가였다.


아버지를 이해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받아들여진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여러가지의 모습이 있다. 나는 리디아가 막 새로운 삶을 시작한 여성이자 어머니, 작가로 아버지를 보길 바랬다. 순간순간 고통받아 망가진 소녀가 나와 힘들겠지만 용서하지 않는 삶 또한 힘들테니까


이 책은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사람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나 시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내가 너무 FM으로 살아서 지루하고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 일탈을 꿈꾸는 사람, 앞으로 10년이 그려지지 않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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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에서 경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 좋아하는 일을 하며 10억을 버는 8가지 비밀
오하마 후미오 지음, 김은혜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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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은 가게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구체적인 계획이 아니라, 단순히 꿈을 꾸는 정도이긴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책 읽는 거니까 작은 책방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 했다. 요즘 작은 책방이 유행이다. 나도 작은 책방을 인스타에서 자주 보기도 하고 실제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책방도 가봤는데,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사실 작은 가게를 하는 건 꿈을 이룬다는 것 이면에 많은 리스크가 있다. 그래서 정말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내가 갔던 집 근처 책방은 평일 오전이기도 했고, 음료를 팔기도 했지만 내가 들어갔다가 나온 오전 시간 동안 손님이 나 밖에 없었다. 일단 장사가 되느냐에 대한 문제다. 그리고 손님이 오느냐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10억을 벌 수 있을까? 책 제목이 흥미로웠다. 사실 이런 책은 성공스토리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는 성공했다 말할 수 있는 그런 뻔한 내용일텐데 그래도 궁금했다. 


p.6

목표로 했던 돈이 거의 다 모여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저자는 디저트 가게를 열었다. 이 저자가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어쩌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았음이 아닐까, 목표로 했던 돈이 거의 다 모여 퇴사를 결심했다니, 많은 사람들이 돈을 빌려 가게를 차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계획이다. 주어진 돈에 맞게 가게를 구하는 것이 대출이나 임대료 걱정 없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가능한 자신이 만드는 디저트가 다른 요인들로 인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을 차단한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마음이 쫓기거나 임대료를 내기 위해 상품의 본질을 흐리는 그런 일은 저자에게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디저트를 만들기 위한 도구도 새로 사거나 비싼 걸 사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을 저렴하게 혹은 쓰던 걸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주거공간을 2층에 만들어 교통비나 시간도 절약했다. 그래서 얻은 것이 작은 마을에 10평 남짓한 2층 건물이었다.


메뉴 선정에도 까다롭다. 최소한의 도구와 설비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초콜릿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것이어야 자신의 초콜릿을 먹었을 때 더 맛있다고 비교할 수 있을 거라 정했다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재료, 가게를 찾아오게 만드는 건 비싼 마케팅이 아닌 그저 입소문. 처음 오픈했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지점을 늘리자는 많은 제안도 다 거절한 상황이다.


이 저자의 어려움은 마지막에 나온다. 독립을 하기 전 다녔던 직장에서의 힘든 상황들 그리고 고스란히 몸으로 표현되는 어려운 시기를 거쳤다고 한다. 경험을 통해 저자만의 기본적인 가치관이 형성되었던 것 같다. 물론 과자만드는 일을 하는 조부모, 부모 밑에서 태어난 운명적인 것도 있고, 그런 성장과정에서 어쩌면 자연스럽게 이 길로 들어서게된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조그만 가게에서 매출 10억을 탄생시켰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이 빼먹지 않고 말하는 친절과 고객에 대한 마인드, 이 저자 역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디저트를 잘 만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님의 감성을 터치하는 예를 들면 포장 박스 어딘가에 자필로 편지를 쓴다고 한다. 아, 그리고 친절한 레시피까지.


직접 가서 먹어볼 수 있는 기회는 없겠지만, 이 책을 다 읽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 봤더니, 역시나 맛있다는 칭찬 일색이다. 안 가봐도 가 본 것 같은, 안 봐도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기본을 지키는 일이 어렵다고 한다. 살아보니 그렇다. 특히나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변수들 그리고 유혹들 그리고 고민들이 있을 거다. 그러나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저자처럼 기본을 고수해주길 바래본다.


작은 가게를 한 번 차려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뻔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자신의 수많은 생각을 정리하고, 내가 해야하는 선택과 집중이 무언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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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사랑을 배운다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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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 그림 인터넷에서 봤는데. 나이가 있어 그런지 인터넷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손으로 책을 넘겨 보는 것이 더 좋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 인터넷에서 유명한 이런 그림과 글들이 다시 종이책으로 나오는 모양이다. 반가운 일이다. 아빠의 글과 그림이라니 사회가 변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림이 정말 예쁘다. 사랑스럽다. 그리고 남편이 아내를 보는 관점, 남편이 아이를 보는 관점이 따뜻하다. 우리집에 있는 아저씨는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따뜻한 관점이 참 낯설긴 하지만 우리집의 아저씨도 저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저자의 가족도 책처럼 따뜻하기만 한 건 아닐 거라는 건 꼭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런 책을 보면 마냥 부러웠는데, 이젠 표면적인 것 뿐 만 아니라 이면의 어떤 것들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편안하고 따뜻한 것도 날이 서고 대립하는 것도 다 좋고,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


한 장 한 장 모두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를 키워봤다면 다 느꼈을 그런 감정들. 우리 집 4살 여자아이 보다 저자의 아들이 조금 더 나이가 많은 것 같다. 부모가 아이를 초대한 게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초대했다고 느끼는 저자는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는 그 시선이 참 따뜻하다.


p.57 (아내가 숨 쉴 수 있도록)

내가 비집고 들어간 시간만큼 아내의 하루에 여백이라는 게 생길 테니.....


남편이 퇴근 후 아이와 놀아주는 그 몇 분, 아이를 샤워 시켜주는 그 몇 분, 아이 양치를 시켜주는 그 몇 분, 누워서 동화책 한 권을 읽어주는 그 몇 분이 아내에게는 큰 여유가 된다는 것을 저자는 알고 있는 것 같다. 퇴근하고 집에 온 남편도 몸이 천근만근 일텐데, 그런 생각을 해주는 마음이 참 예쁘다.


p. 67 (적당한 거리를 둔다)

매번 아내는 아이와 너무 가까이 있고 나는 아이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적당한 거리를 두자, 조금 더 가까이 가자.


우리집 아저씨도 야근을 할 때 가끔 회사 회의실에서 영상통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무뚝뚝한 사람이 영상통화를 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도대체 언제 오나 싶기도 하다가도 피곤하겠다 싶다가도 저 사람도 집에 오고 싶겠지 하다가도 결국엔 힘들다는 말을 하고 만다. 아빠가 아이와 좀 더 가까워 지길, 아이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많이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지는 몰라도 모든 엄마들은 그렇게 되길 바란다.


p.110

아빠인 나는 늘 아이의 소식을 반박자 늦게 듣는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오늘 있었던 치과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는 이미 싱글싱글 웃으며 자동차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내게 대가와 갑옷을 입은 이가 신기하지 않냐며 아~ 해 보였다.


그렇네. 아빠는 아이의 소식을 늘 반박자 늦게, 대부분 다 해결되고 나서 알게 된다. 그러니 나는 이미 에너지가 소진되어 있고,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아빠는 이미 다 끝난 일이라 이야기하는 나만큼 감정이 올라오지 않는다. 그럼 또 난 화가 난다. 정해진 레파토리, 나만 애를 키운다는 둥, 애 일에 관심이 왜 그리 없냐는 둥 ㅎㅎㅎ 아빠도 궁금하겠지, 가끔 병원은 갔다왔냐는 카톡을 받을 때도 있으니


p. 141 (그리울 준비)

더 이상 기억나지 않을 어느 시간을 위해 오늘도 사진첩을 가득 메운다.


여러번 휴대폰의 사진을 컴퓨터로 옮겼다. 기록을 위한 사진찍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보니 그리울 준비를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아이가 잘 때 아이가 그리워 핸드폰을 손에 들고 현재에서 과거로 사진첩을 쭉 본다. 그리울 준비를 더 단단히 해야겠다.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야겠다.


p. 155 (시간이 지날수록)

시작할 땐 종종 예민해 진다. 그래서 떄론 서로에게 상처도 준다. 그 서투름도 그 무거움도 그렇게 날을 세우던 긴장감도 둥글어져 있다.


많이 둥글어진 건 사실이다. 내려놓기도 했고, 아이가 점점 크기도 하고, 어떤 건 타협하기도 하고, 좋은 것만 기억하고자 노력하기도 하고. 지금은 많이 안정적이다. 싸울 일도 많이 없다. 대부분 내가 서운한 것들 뿐이지. 여유도 생긴다. 그리고 아이를 보면서 같이 웃는 시간도 늘어난다. 멀리서 아이를 같이 쳐다보는 일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게 맞는 것 같다.


아이를 가진 부모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도, 아이를 다 키운 부모도 모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워낙 유명해 추천하는 것이 좀 의미가 없지만. 순간 그림에 눈, 코, 입이 없는 건 어쩌면 얼굴에 나를 넣고, 아이를 넣고, 남편을 넣어 보라는 이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내 남편이 따뜻한 사람으로 보인다. 아주 큰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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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스누피 1 - 안녕, 피너츠 친구들 내 친구 스누피 1
찰스 M. 슐츠 지음, 신수진 옮김 / 비룡소 플래닛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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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 캐릭터를 좋아했는데, 사실 나는 이 만화를 제대로 본 적은 없었다. 그냥 캐릭터만 좋아했는데, 사이트에 가입을 하려고 할 때 본인확인 질문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체크해 '스누피'라고 적었다. 아주 많은 사이트 가입 시


이 책은 정말 소장각이다. 하드커버에 시리즈로 나온다니. 1. 안녕, 피너치 친구들 2. 우리는 널 믿어, 찰리브라운

아마 계속 나올 것 같은데 어른 중에서도 이 책을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스누피는 우리의 추억이니까  


책 구성은 처음에는 등장인물 소개가 나온다. 스누피, 찰리브라운, 라이너스 반 펠트, 샐리브라운, 픽 펜, 슈뢰더, 루시 반 펠트 추억 돋는 이름들이다. 라이너스 반 펠트가 가지고 있는 하늘색 담요가 이 책의 주제이다. 아마도 라이너스 반 펠트에게는 이 하늘색 담요는 애착담요였을 거다. 이 담요가 없으면 라이너스 반 펠트는 불안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누나인 루시 반 펠트는 할머니 핑계를 대며 담요를 처리하려고 한다. 어떻게든 없애고 어떻게든 찾으려고 하는 핑퐁게임이 정말 볼 만 하다. 아이에겐 중요한 물건이라고 가치를 부여하는 건 극히 개인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늘색 담요라니. 저게 뭐라고 할 수 있는


결국에는 라이너스 반 펠트의 승리로 끝난다. 안정감을 되찾은 라이너스 반 펠트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뺏고 뺏기는 과정에서 느꼈던 스릴이 그리워질 것 같다고. 귀여운 녀석이다.


어른도 불안감을 감소시켜 줄 물건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물건이 있을까? 딱 떠오르진 않는다. 우리집 4살 짜리 아이는 마샤와 곰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마샤 인형을 24시간 옆에 두고 있다. 먹이고 재우고 같이 놀고. 잘 때도 마샤를 꼭 데리고 온다. 라이너스 반 펠트의 하늘색 담요처럼 딸에게도 마샤 인형이 그런 존재일까? 딸의 마음을 절대 뺏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라이너스 반 펠트는 하늘색 담요를 버리라고 말하는 친구들에게 말한다.

"우리 모두 뭔가 필요하잖아.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좋겠어? 내가 불안해하면 좋겠어? 내가 찰리 브라운처럼 되면 좋겠냐고!"


사이다 발언이다. 우리는 모두 불안을 느끼고 불안을 감소시킬 무언가가를 가지고 있다. 그게 없어지면 불행해지는 거다.


스누피를 추억하면서, 스누피를 몰라도 예쁜 캐릭터를 보고 싶다면, 우울하고 기운이 나지 않을 때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 캐릭터들을 어떻게 그렸는지에 대한 방법이 나온다. 한 번 그려보자.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난 내 친구 스누피 2. 우리는 널 믿어, 찰리브라운으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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