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사랑을 배운다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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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 그림 인터넷에서 봤는데. 나이가 있어 그런지 인터넷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손으로 책을 넘겨 보는 것이 더 좋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 인터넷에서 유명한 이런 그림과 글들이 다시 종이책으로 나오는 모양이다. 반가운 일이다. 아빠의 글과 그림이라니 사회가 변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림이 정말 예쁘다. 사랑스럽다. 그리고 남편이 아내를 보는 관점, 남편이 아이를 보는 관점이 따뜻하다. 우리집에 있는 아저씨는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따뜻한 관점이 참 낯설긴 하지만 우리집의 아저씨도 저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저자의 가족도 책처럼 따뜻하기만 한 건 아닐 거라는 건 꼭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런 책을 보면 마냥 부러웠는데, 이젠 표면적인 것 뿐 만 아니라 이면의 어떤 것들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편안하고 따뜻한 것도 날이 서고 대립하는 것도 다 좋고,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


한 장 한 장 모두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를 키워봤다면 다 느꼈을 그런 감정들. 우리 집 4살 여자아이 보다 저자의 아들이 조금 더 나이가 많은 것 같다. 부모가 아이를 초대한 게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초대했다고 느끼는 저자는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는 그 시선이 참 따뜻하다.


p.57 (아내가 숨 쉴 수 있도록)

내가 비집고 들어간 시간만큼 아내의 하루에 여백이라는 게 생길 테니.....


남편이 퇴근 후 아이와 놀아주는 그 몇 분, 아이를 샤워 시켜주는 그 몇 분, 아이 양치를 시켜주는 그 몇 분, 누워서 동화책 한 권을 읽어주는 그 몇 분이 아내에게는 큰 여유가 된다는 것을 저자는 알고 있는 것 같다. 퇴근하고 집에 온 남편도 몸이 천근만근 일텐데, 그런 생각을 해주는 마음이 참 예쁘다.


p. 67 (적당한 거리를 둔다)

매번 아내는 아이와 너무 가까이 있고 나는 아이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적당한 거리를 두자, 조금 더 가까이 가자.


우리집 아저씨도 야근을 할 때 가끔 회사 회의실에서 영상통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무뚝뚝한 사람이 영상통화를 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도대체 언제 오나 싶기도 하다가도 피곤하겠다 싶다가도 저 사람도 집에 오고 싶겠지 하다가도 결국엔 힘들다는 말을 하고 만다. 아빠가 아이와 좀 더 가까워 지길, 아이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많이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지는 몰라도 모든 엄마들은 그렇게 되길 바란다.


p.110

아빠인 나는 늘 아이의 소식을 반박자 늦게 듣는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오늘 있었던 치과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는 이미 싱글싱글 웃으며 자동차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내게 대가와 갑옷을 입은 이가 신기하지 않냐며 아~ 해 보였다.


그렇네. 아빠는 아이의 소식을 늘 반박자 늦게, 대부분 다 해결되고 나서 알게 된다. 그러니 나는 이미 에너지가 소진되어 있고,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아빠는 이미 다 끝난 일이라 이야기하는 나만큼 감정이 올라오지 않는다. 그럼 또 난 화가 난다. 정해진 레파토리, 나만 애를 키운다는 둥, 애 일에 관심이 왜 그리 없냐는 둥 ㅎㅎㅎ 아빠도 궁금하겠지, 가끔 병원은 갔다왔냐는 카톡을 받을 때도 있으니


p. 141 (그리울 준비)

더 이상 기억나지 않을 어느 시간을 위해 오늘도 사진첩을 가득 메운다.


여러번 휴대폰의 사진을 컴퓨터로 옮겼다. 기록을 위한 사진찍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보니 그리울 준비를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아이가 잘 때 아이가 그리워 핸드폰을 손에 들고 현재에서 과거로 사진첩을 쭉 본다. 그리울 준비를 더 단단히 해야겠다.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야겠다.


p. 155 (시간이 지날수록)

시작할 땐 종종 예민해 진다. 그래서 떄론 서로에게 상처도 준다. 그 서투름도 그 무거움도 그렇게 날을 세우던 긴장감도 둥글어져 있다.


많이 둥글어진 건 사실이다. 내려놓기도 했고, 아이가 점점 크기도 하고, 어떤 건 타협하기도 하고, 좋은 것만 기억하고자 노력하기도 하고. 지금은 많이 안정적이다. 싸울 일도 많이 없다. 대부분 내가 서운한 것들 뿐이지. 여유도 생긴다. 그리고 아이를 보면서 같이 웃는 시간도 늘어난다. 멀리서 아이를 같이 쳐다보는 일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게 맞는 것 같다.


아이를 가진 부모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도, 아이를 다 키운 부모도 모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워낙 유명해 추천하는 것이 좀 의미가 없지만. 순간 그림에 눈, 코, 입이 없는 건 어쩌면 얼굴에 나를 넣고, 아이를 넣고, 남편을 넣어 보라는 이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내 남편이 따뜻한 사람으로 보인다. 아주 큰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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