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워킹맘 남편입니다 - 살림하는 남자 아이 키우는 아빠
폴 킴 지음 / 피톤치드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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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 때문에 끌렸다. 육아하는 아빠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육아하면서 힘든데, 아빠도 육아를 하면서 힘들다고 할까? 남편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한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때마다 육아가 쉬워 보이냐고 물으면 어린이집 보내는 시간이 자유시간이지 않냐고, 말한다. 자유시간 말이 좋지, 나도 자유시간을 좀 즐겨보고 싶다. 뭐든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는 직장을 다녔고,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워봤기에 직장을 다니는 남편의 고충도 알지만 남편은 아직 육아의 세계가 부러운 것 같다. 그런 남편을 위해 만약 남편이 육아를 하게 되면 나는 둘째를 낳아 두 명을 한꺼번에 선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의 저자도 힘들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열었는지 모르겠다. 해 보니까 어때? 힘들지? 하지만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건, 나에 대한 반성이었다. 남편을 꼭 보여줘야지 했던 책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많은 걸 느꼈다.


p.9

나 역시 평번하지 않은 내 삶을 받아들이지 못해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한 문장 안에 얼마나 많은 것이 녹아져 있는 것인지 나는 안다. 힘든 시간. 저자는 몸도 많이 아프기도 했다. 물론 꼭 이런 선택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것과는 별개로 여러 가지가 힘들었을 것 같아서 공감이 되었다. 이건 남자가 집에서 아이를 보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를 보는 모든 사람은 그렇다. 그런 힘든 시간이 있다.


p. 9

혹여 육아의 짐을 아내에게만 맡기고 어쩌다 한 번씩 아이를 돌보면서 생색내는 '불량 남편'들이 있다면, 이 책이 그분들의 마음에 유익한 찔림을 줬으면 한다.


이 책은 찔림 뿐 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동일시가 되면 간접적이지만 직접적으로 체험한 것 같은 느낌이 난다. 많은 아빠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집에서 아이를 보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 뿐 만 아니라 여러가지 이야기가 녹아져 있어 읽는 재미도 있다.


p.53

그래도 경제적인 측면과 고용 안정성을 고려했을 때, 우리 가정은 아내보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


우리 집도 그랬다. 아이를 남에게 맡길 수 없다는 나의 신념과 나보다 더 많이 돈을 버는 남편을 봤을 때 내가 직장을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울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가 그만두고 아이를 보고, 소득이 줄어들면 맞춰서 살면 된다고 했지만 그 소리는 나에게 들리지도 않았다. 우리집은 경제적인 측면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


p.76

딸과 더 열심히 놀아 주었다. 그렇게 하는 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 부분 뿐 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일하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육아와 가사에 좀 더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내가 찔렸던 건 이 부분이다. 저자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내가 양육을 하고 가사를 하면서도 오로지 나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다니. 남편이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남편의 힘듦은 내 힘듦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자기도 직장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를 보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화를 냈다. 남자와 여자만 바뀌었을 뿐인데


p.113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지 부모님은 그녀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해 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 자녀들을 위해 기도해 주셨는데 지금도 부모님의 기도가 자기 삶의 큰 힘과 위로가 된다고 했다. 또 부모님꼐서 항상 책을 읽으셨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p.114

아무튼 장모님은 자녀들을 키우시면서 순간순간 "하나님이 너희들과 함께하시니 잘될 거다." 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 매일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고 하셨다.


생각지도 못하게 종교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저자의 삶 중에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가족의 품성이 훌륭한 건 이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순간 부모의 종교가 같은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에 대해서, 좀 부러웠다 .


p.170

경제적으로 아내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무능한 남편이라는 자괴감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었다. 내가 명절마다 이런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것을 아는 아내 또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말해 뭐할 것인가? 이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쩌면 남자이기 때문에 더 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해서 일을 하기도 했던 저자, 아이 양육에 최선을 다 했던 저자, 아내의 뒷바라지를 잘 했던 저자인데도 저렇게 생각하다니. 환경이, 자리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자신과의 싸움 때문에 힘들어 했던 건 나오지만 아내와 의견충돌이 있거나 갈등이 있었던 건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를 양육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민주적으로 가정이 운영되고 있음을 느꼈다. 아내 역시 자세한 건 나오지 않지만 성품이 좋은 것으로 보인다. 저작 힘들어 할 때마다 다독여주는 걸 보면. 또한 능력도 좋다. 나도 남편보다 더 많이 벌었다면 지금 남편이 아이를 보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꼭 흔치 않은 일도 아니지만 이런 변화가 사람들의 인식을 조금씩 바뀌게 했으면 좋겠다. 나부터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 하는 남자, 아이 양육 방향에 대한 고민과 갈등, 미국에서의 생활기, 사업에 대한 부분, 종교적인 신념 등 여러가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 궁금한 건 어쩌면 내가 더 낫다고 하기 위함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우리 가족은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빠든 엄마든 집에서 양육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그 사람이 더 단단해져야 그래야 가족이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집을 잘 지키고 있어야 그 집이 화목하다는 건 맞는 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자신을 한 번 돌아보고 싶은 사람, 다른 집은 어떻게 사나 궁금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국에서 살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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