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하기 전에는 이런 류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임신 했을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 때 나의 원픽은 단연 넬레 노이하우스였다. 이 작가의 책은 모조리 다 읽었으니까. 난 29초의 표지를 보는 순간 이것도 그 정도일거라 확신했다. 나의 예상은 딱 맞아 떨어졌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봤을 때 순식간에 읽어진다고 했는데, 과연 나도 그럴까? 나도 그랬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번역한 사람의 솜씨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기억하겠음)


전체적으로는 계속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주인공이 혐오하는 남자는 교수였고, 내가 여자여서 그런지 내가 주인공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채로 유지되는 것을 보면서 그 고통이 고스라니 나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았다. 불행하지만 우리 나라에도 없을 것 같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이 혹은 그 남자 교수가. 이 순간에도 홀로 싸우고 있을, 홀로 버티고 있을 여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이름을 하나 주면 그 사람을 감쪽같이 사라지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이름을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을 내 앞에 데려다 놓을 수 있도록 혹은 나를 그 사람에게 데려다 줄 수 있도록 부탁하고 싶은 사람은 있어도 다행히도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사람은 없었다.


그 교수가 다시 돌아오는 장면은 섬뜩했고, 모든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겠구나 생각했을 때 반전은 짜릿했고, 실패인가? 하는 부분에서 영화의 장면이 넘어가는 것 처럼 미래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구성도 완벽했다. 더 이상은 쓰면 안 되겠다. 스포일러 때문에

 

난 아마 가까운 시일내에 이 작가가 쓴 리얼 라이즈를 읽고 있을 것 같다. 한 작가에 꽂히면 그 사람의 책은 모두 읽어야 하는 이상한 성향이 있기 때문에 이 작가는 그런 나의 성향을 충족시켜 줄 세 번째 작가가 될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 넬레 노이하우스, T.M.로건


여성들의 힘이 좀 더 커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부당한 것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그런 용기. 그리고 같은 여성들끼리의 연대감, 이런 것들이 생겨나면 좋겠다. 남성과 여성을 편 가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여성이기 때문에 지위, 성적인 부분, 역할 등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 대항하는 힘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모두가 읽어도 좋을 책이다.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 사고 싶고 갖고 싶은 브랜드의 저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안성은(Brand Boy)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궁금했다. 지금 잘 나가는 것들은 처음 시작을 어떻게 했을까? 모든 건 다 시작이 있을 텐데, 하루에도 수백개씩 쏟아지는 브랜드 속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열광을 하게 만들었을까? 홍보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뭔가가 있을까?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는 내 이런 궁금증을 채워줄 수 있었다.


'팔리는 브랜드에는 팔리는 이유가 있다'로 시작한 이 책은 상품, 사람, 공유서비스 할 거 없이 요즘 가장 핫한 것으로 채워져 있다. 사명, 문화, 다름, 집요, 역지사지 다섯개의 카테고리 안에 4-6가지의 브랜드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 었지만 내가 모르는 브랜드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저자는 광고 쪽 일을 해서 브랜드의 성공 과정 및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있었고, 내용도 재미있었다.


p.66

무지호텔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역시나'를 외쳤다.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호텔의 무엇 하나 무지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너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이것만으로 충분한' 호텔이었다. 가격도 무인양품스럽게 합리적이었다. 무지호텔은 등장하자 마자 전 세계에 있는 무인양품의 팬들을 끌어모았다. 객실은 늘 만원 사례를 기록했다. 무지양품은 다시 한번 브랜드의 기본에 충실했다. 무지호텔도 통했다.


65 페이지를 일고 상상했다. 무지호텔이라니, 내 머리 속에 그려진 무지호텔의 모습은 정말 66페이지의 사진과 거의 일치했다. 브랜드 이미지의 힘이란, 정말 대단하다. 지금이야 불매운동으로 인해 관심 밖으로 사라졌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도 무지양품의 심플한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 또한 그랬다. 인생의 가치가 베이직&심플인 나 역시 무인양품의 제품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브랜드의 사명에 충실한 것이 이유였다.


p.71

옷의 가짓수는 더 적어졌는데도 이후 더 많은 스타일링을 시도하게 된 건 그 때문이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옷장을 열 때의 기분이었다. 옷장을 열 때마다 그동안 느꼈던 짜증이 사라지고, 꽤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옷을 찾기 위해 옷장을 헤집는 일도 없었다. 곤도 마리에가 말하는 정리의 마법이 이런 것구나 싶었다.


곤도 마리에? 난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일본 아마존에서 100만 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정리, 비우기, 미니멀라이프 이런 유행을 잘 타고 난 듯 보였다. 미국까지 진출해 성공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사람이 말하는 정리의 기본은 1. 스스로 버린다. 2. 한 번에 버린다. 두 가지이다. 항상 정리를 해도 똑같은 거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유는 조금씩 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을 버릴까?에서 무엇을 남길까?로 생각이 변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핵심은 남기기라고.


p.91

이들 브랜드는 놀이공원에서 고객들이 충분히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했다. 고객들이 정신없이 놀고 있을 때쯤 조용히 말을 걸었다. 저기, 우리 놀이공원에 기념푼도 있는데 한번 보시겠어요? 고객들은 웃으면서 지갑을 열었다.


문화라는 주제에 있는 배달의 민족, 빔즈, 자포스, 에이스호텔에 대한 내용이다. 요즘은 문화를 판다고 한다. 문화를 즐기기에 나는 조금 나이가 있는 것 같지만 나보다 더 젊은 사람들은 감각적인 것을 오히려 더 선호하는 것 같다. '나를 사' 라고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것을 하지 않고 일단 흠뻑 빠질 수 있도록 만든다.

배달의 민족은 2015년 8월 가맹점주에게 받는 결제 수수료를 포기했다고 한다. 요즘 배달어플이 너무 많고, 배달료를 받는 시대이다. 나는 이런 배달어플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는데(자영업자에게 광고수수료라든가, 배달수수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내용을 읽고 이런 어플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 가입하지 않았는데, 가입을 한 번 해 볼까?


p.306-307

1990년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뉴턴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드리는 사람'과 '듣는 사람'으로 나누었다. 두드리는 사람의 임무는 생일 축하 노래나 미국 국가와 같이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를 가지고 리듬에 맞춰 테이블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듣는 사람은 그 소리를 듣고 노래 제목을 맞추면 됐다. 드는 사람이 두드리는 소리만으로 어떤 노래인지 맞출 확률은 얼마나 될까? 실험 결과 2.5%에 불과했다. (중략) 두드리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노래를 맞출 수 있다고 예상했을까? (중략) 무려 50%였다.


역지사지의 주제에 내용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요즘 걸그룹이나 보이그룹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하도 많이 나오기도 하고) 어쩌다 그런 프로그램을 볼 때 저 소속사나 저 가수들은 대중들에게 잘 어필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준비하면서 그런 느낌을 못 받나? 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정말 안타까운 마음에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생각 차이는 정말 큰 가 보다. 뭔가를 팔려는 사람은 사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파는 사람 스스로의 만족에 빠질 때가 더 많다고.


p.377

지난날, 발뮤다에게 디자인은 절대선이었다.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쓴 아름다운 가전제품에 목을 맸다. 지금은 아니다. 가전의 목적이 우선이다. 디자인은 '거들 뿐'이다. 즉, 토스터르 구운 빵의 '맛있음'이 토스터 디자인의 '아름다움'보다 중요하다.


발뮤다는 고가의 가전 브랜드이다. 디자인이 정말 예쁘다. 발뮤다와 마찬가지로 드롱기도 그렇다. 모양, 색깔..... 디자인이 모든 걸 다 사로잡는다. 사기는 쉽지 않지만 말이다. 요즘은 가전의 목적을 더 중요시 한다고 한다. 나도 들어 봤다. 죽은 빵도 다시 살려내는 대단한 토스트기라고. 어쩌면 고객 입장에서 생각한 이 단순한 생각이 브랜드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실패도 있었고, 좌절도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을 만들어 낸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의 능력이라고 보인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이 책을 읽고 내가 모르던 브랜드도 알게 되었고,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브랜드의 내면을 보게 되었고, 내가 알고 있던 브랜드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알게 되면서 단순히 그 제품이 아니라 전체적인 것을 보는 시야도 넓어진 것 같다.


광고를 하는 사람, 아이디어가 마구 샘 솟는 사람,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아니면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 도대체 저런 제품들은 왜 저렇게 잘 나가는 거야? 라고 궁금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념 스님이 오대산에서 보낸 편지
정념 지음 / 불광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교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다른 종교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절의 위치가 자연적이라서 좋고, 유명한 스님의 책들은 읽을 기회가 있으면 읽는다. 나쁜 말은 없으니. 이 책은 모르는 스님이 쓰신 책이지만 느낌이 좋아 읽게 되었다.


오대산 월정사 주지스님으로 일하고 계신다. 책을 보니 주지스님의 역할 뿐 만 아니라 오대산 자연명상마을도 운영하고 있고, 사진을 보니 시설이 참 정갈하다. 나는 명상이나 요가, 마음을 비워내는 일도 관심이 있어 기회가 있다면 한 번 참여해보고 싶기도 하다. 불교의 묵언수행도 참 매력적이다. 물론 나는 좀 힘들겠지만


시대적 요구에 맞는 혹은 시대적 요구를 앞서는 일을 해오시는 분인 것 같다. 교회도 그렇지만 자신의 역할만 하시는 목사님이 있는가하면 여러 방면으로 기획하고 실행하시는 분도 있다. 무엇이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시대의 요구에 맞는 여러 일들을 하는 종교인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로.


글도 좋았지만 그림도 너무 좋았다. 내가 너무 좋았던 글을 이어 기록을 하겠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압도당했던 사진이 있다(p,182~3). 숲에 둘러 쌓인 월정사의 모습이었다. 두 페이지에 꽉찬 사진이었는데, 그 중간에 월정사가 있다. 그 이외에는 다 숲이다. 이 사진을 보고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글이 주는 울림도, 그림이 주는 울림도 참 좋았다.


모든 글이 차분하니 주옥같았지만


p.32

행복의 필수 요건은 무엇인가? 바로 흔들림 없는 마음, 부동심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마음은 변화무쌍해서 쉽게 흔들리고 순간순간 바뀝니다. 그에 반해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마음, 단 하나의 잡념도 없는 고요한 마음, 그런 마음을 부동심이라 합니다.


작은 거 하나에도 마음이 왔다갔다, 내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생각했던 시절. 기분이 좋든, 화가 나든 표현을 해야 상대방이 알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드니 화를 낼 일도 적어지고 행복한 일도 그려려니 해지는 기분이랄까? 부동심은 아주 먼 이야기 같지만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참 중요한 것 같다. 권태기가 아닌 부동심에 더 가까워 지고 싶다.


p.73    

절 집에서 가장 흔한 말 중에 하나가 "집착하지 말라." 입니다. 손에 꼭 쥐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듯 붙잡고 있던 생각, 사로잡혀 있던 감정을 흘러갈 수 있도록 놓아주라는 뜻입니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우리가 겪는 고통의 상당수가 집착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집착을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로잡혀 있던 감정이 흘러갈 수 있도록 놓아주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윗집의 쿵쾅하는 소리에 부정적인 감정이 사로잡혀 온통 신경이 천장으로 집중되는데 ㅠㅠ 월정사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중 윗집에 사는 사람들이 외출을 하고, 이제야 비로소 새 소리가 들리면서 그 소리에 집중을 하려고 한다. 이런 게 흘러가는 건가?


p.82

넉넉하지 않은 것을 걱정하기보단 평등하지 못한 것을 먼저 걱정해야 합니다. 지극한 사랑과 자비심으로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의 불안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스님은 사회적인 부분도 관심이 많은 신 듯 하다.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으시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니 자연스럽게 듣게 되시겠지만. 종교의 지도자라는 위치가 사실은 사회현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가 힘들지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위치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 보다는 불경을 통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소통과 사랑 그리고 자비심과 이해 이런 것들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요즘 보면 우리 나라는 극과 극으로 나뉜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p.280

"내가 노력해서 얻었으니 내 것이다."

일견 타당한 듯 보이지만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내 것'이라는 소유관념에 사로잡히는 순간, 그는 재물과 권력을 이용해 타인 위에 군림하려 들게 됩니다. 그런 재물과 권력은 녹지 않는 눈처럼 살벌합니다. '내 것'을 지키고 확장하는 데만 골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배타적이고 계급화 될 것입니다. 나의 이익과 관련되지 않으면 돌아보지도 않는 사회, 가진 재물과 권력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 그런 사회는 아름다운 공동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스님이 쓴 이 내용을 읽으면서 어쩌나, 이런 생각이 든다. 너무 내 것에 집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 할일만 끝내면 된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결정한 것이 옳다, 나 살기 바쁜데, 내 일이 아닌데..... 이런 생각들이 나 뿐 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시대이다.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노력해서 얻었으니 내 것이 아닌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 생각이 스님의 말을 들으니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346

많은 이들이 돈과 명예를 쌓고 또 쌓으면 행복해진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돈과 명예를 구하고 또 구합니다. 그렇게 하면 행복이 옵니까? 행복이란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부를 쌓고 권력이 높아지며, 명예를 얻는다고 해도 진정한 행복은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내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찾아 그것을 내 소유로 만들면 행복해지리라 여기는 것, 그것이 바로 어리석은 욕심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끊임없이 찾는다. 나도 내 남편에게 종종 물어본다. 행복하냐고? 나에게도 물어본다. 행복하냐고? 사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은 내가 충분한 돈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돈 때문에 힘들게 사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돈 많으면 좋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사실은 그게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돈이 많아 불행한 쪽으로 가지 않고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돈이 많다고 다 불행한 것도, 돈이 적다고 다 불행한 것도 아니지만 불교에서는 무소유를 강조하기 때문에 가지면 가질수록 얻으면 얻을수록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좋은 말도, 자꾸 내 눈에 그리고 내 마음에 넣어줘야 한다. 그 때만 아, 맞아. 그러고는 돌아서면 또 잊어버리기 때문에 이런 좋은 말은 계속 넣어주는 게 좋다. 매일매일 마음 훈련을 해야하는 것 거처럼, 스님처럼 매일매일 수양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야 다시 마음을 잡고 앞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 신자이면 이 책을 강추이다. 그리고 마음이 편하지 않은 사람도 읽으면 좋겠다. 내 삶을 한 번 점검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나라에 살고 있습니까 - 불평등의 한국 사회, 진단과 해법
백승진 지음 / 다할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정치, 사회, 경제적인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대해 전문가는 어떻게 진단을 했을까? 저자는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 같다. 나와 같은 성향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는 동안에는 어? 이런 부분이 있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나의 식견이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저자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각주를 많이 달아줬음에도 역시 정치, 사회, 경제는 어렵다. 그래도 어렵다고 안 읽을 수는 없으니까, 내가 관심이 있는 부분이 나오면 반갑게,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공부하는 느낌으로


1부는 불평등이다. 여기선 지니계수가 모든 걸 알려주는 건 아니라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지니계수는 진짜 많이 들었던 내용인데, 저자는 지니계수가 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숫자일 수 있지만 이 숫자에 너무 집착하면 0.1의 변화에도 의미를 부여한다고. 통계는 무언가를 설명하는 아주 확실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허점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공감하며 읽었다.


2부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인데, 역대 대통령 취임사를 분석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어떤 단어가 많이 나오는지를 보고 어떤 걸 중요시 생각하는지? 아니면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이런 것을 볼 수 있었다. 취임사 글자수를 세어 본 것도 큰 의미는 없었지만 재미있었다. 국민을 다스려야 하는 대상에서 존중하는 대상으로 변화한 것을 설명하는데, 이 부분은 의미가 있었다. 이전에는 국민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촛불 이후로 국민의 의견이나 분위기에 눈치를 보고 국민을 존중하는 대상이 되었으니까


3부는 경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경제는 어느 대통령이든 문제가 안 된 적이 없는 것 같다. 최근 들어 더 그렇고.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가장 어려웠던 내용이기도 하다. 어쨌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건 심하게 공감한다.


4부는 국제사회에 대한 부분이다. 일본의 경제 도발의 본질에 대해서는 최근 가장 이슈되는 부분이라 흥미로웠는데, 한발씩 물러나 잘 해결해야 한다는 저자의 이상적인 생각이 약간 아쉬운 부분이었다. 일본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싫은 거고, 국민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런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불매운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문제도 그렇고. 물러설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5부는 기초과학에 대한 내용이었다. 송유근의 최근 이야기는 나도 TV를 통해 알고 있었다. 우리 나라가 기초과학에 대한 비전이 없고, 유능한 인재들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가 부족해 빛을 발하지도 못하고 평범하게 흡수되는 진짜 영재들. 결국 송유근은 일본 교수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하고 있고 지금은 군대에 가 있으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 현실을 알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세계적인 영재가 태어날 수 있고, 그 영재를 국가에서 잘 뒷받침해 노벨상을 받는 사람이 나올 수 있기를


6부는 기술혁신이다. 기술혁신은 사실 우리나라가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은 없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뭔가 신기술이 나오면 그 신기술이 오래 가기가 너무 힘든 세상이다. 막 올라가다가 곧 또 다른 신기술이 나오면 바로 내려가게 되니까, 핸드폰만 봐도 그렇다. 저런 현상 때문에 2년 정도 쓰면 못 쓰게 되는 핸드폰을 만든다는 말도 있으니까. 우리나라가 기술혁신에 있어서는 다른 분야보다 가능성이 높으니, 더 맣은 투자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부는 현 정부에 대해 바라는 것들을 적어 놓았다. 나 역시 문재인 정부를 응원하고, 잘 되길 바라는데 요즘 보면 너무 힘들어 보인다. 저자는 대통령의 리더쉽,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혁신성장과 지지부진한 성과, 소통 부족을 아쉬움으로 뽑는다. 조금 더 믿어주길 바랄 뿐이다. 좋은 정책이 있어도 반대가 너무 심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이런 상황에서 좀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불평등한 한국 사회에 대해서 쭉 돌아봤다. 저자는 A라는 의견이 있다면 반대에는 B라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해준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도와준다. 양쪽의 입장을 들어봐야 좀 더 정확하게 판단을 할 수 있으니까. 내가 한쪽으로만 치우쳐 보지 못했던 부분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지 치우치지 않은 견해를 듣고 싶다면, 우리나라의 희망을 찾아보고 싶다면, 정치사회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의 가정식 - 나를 건강히 지키는 집밥 생활 이야기
신미경 지음 / 뜻밖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혼자 먹는 식사는 점심이다. 아침과 저녁식사는 남편과 같이 먹거나, 아이와 먹으니까. 혼자 먹는 점심은 건너 뛰는 경우가 많다. 주부가 되어보니 설거지와의 전쟁이다. 뒤돌면 설거지가 쌓이고, 쌓인 설거지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니 아침을 가능하면 든든하게 먹고 점심은 먹지 않는 것으로 해버렸다. (배고프면 뭐든 먹지만)


집안일, 특히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나에게 힘든 일이다. 식사를 준비하느니 설거지를 하겠다. 는 생각은 내 인생에서 변함이 없다. 그러니 좋은 식재료, 좋은 요리방법, 맛있는 음식 이런 것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고 한끼를 떼우는 거다. 아이 식사를 하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만 이 정도의 신경이 신경 쓴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아마도 건강한 혼자의 식사에 대한 내용을 것 같았다. 어떻게 만들어 먹는지 궁금했다. 나의 생각을 바꿔줄 수 있을까? 비슷한 책들은 요리를 하는 것에 의미를 굉장히 많이 두고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강조한다. 이런 방향은 나와 맞지 않는다. 왜냐면 난 요리에 많은 시간을 쏟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이 책에 있을까?


저자는 자신의 삶과 음식 그리고 레시피를 적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삶의 이야기도 지루하지 않고, 음식을 대하는 생각도, 레시피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p.170

어떻게 하면 요리 시간을 줄이고 재미있는 책 한 줄 더 읽을 수 있을지 궁리하는 내게 요리는 애정의 영역이 아닌 살림이다. 지금은 30분이 넘도록 냄비나 프라이팬 앞에 매달려야 하는 요리는 가급적 하질 않는다.


저자는 요리하는 시간을 짧게하지만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 요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1인분이기 때문에 양도 적고, 과하게 먹지 않는다. 요리하는 시간을 줄이고 책 한 줄 더 읽을 수 있는지 궁리하다니, 내 마음에 딱 들었다. 나도 이런 것을 원했다. 책에 있는 레시피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건강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p.101

매일 아침 가장 먼저 하는 부엌일은 건조대에 말려 둔 지난 저녁 설거지한 그릇 정리, 그다음 오늘 마실 일용할 물을 끓인다.


요즘 나도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작두콩차를 끓이는 일이다. 우리 가족이 모두 비염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기도 하고, 온 가족이 아침에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으니. 그리고 난 하루 종일 마신다. 저자는 보온병에 넣고 하루 종일 마신다고 한다. 우리집에 그렇게 큰 보온병이 있었나? 좋은 방법이니 참고해야겠다.


p.82

일상 요리를 하는 사람은 게으를 수 없고 따로 메모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계획을 세워 움직인다. 콩을 불려 두거나 채소 다듬기처럼 부엌에서 늘 다음 끼니를 위한 밑 작업을 미리 해놓아야 무리 없이 집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

p.89

부엌에서 힘을 절약하는 좋은 방법은 미루지 않는 청소에 있다. 부텈이 깔끔한 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공간인지 부텈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행주를 쥐고 물기를 바로 닦아야 얼룩이 남지 않아 다음 번에 힘을 들여 닦을 일이 없고, 가스레인지와 타일의 기름도 바로 닦아 주어야 묵은 기름때를 제거하려고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지 않는다.


요즘 나에게 가장 스트레스는 가스레인지를 닦는 일인데, 저자도 그렇구나. 그런데 나는 아직 부지런함과 부엌 살림의 패턴이 없다. 그래서 묵은 기름때를 손목이 나가도록 닦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엌일을 하다보면 정말 부지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부엌 청소도 저자의 말처럼 깔끔한 체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리고 냉장고의 음식들도 버리지 않고 다 먹으려면 계속 생각을 해야 한다. 이게 남았으니까 오늘은 이걸 해 먹고, 내일은 이 걸 해야 저 재료를 다 쓸 수 있고. 이건 오늘 못 먹으면 냉동실로 가야 하고. 이런 생각들  


p.75

작은 오솔길을 산책하고, 간단한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책을 읽고 늦가을 저녁에는 뜨개질로 시간을 보낸다.


저자가 상상하는 나만의 소우주, 나도 이런 삶을 꿈꾼다. 저 문장과 딱 일치한다. 실제는 집안일과의 전쟁이지만 말이다. 집안일이 메인이 아닌 책과 뜨개질이 메인이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저자와 함께 꿈꿔본다.


미니멀라이프, 소식, 채식을 향해 가는 저자를 보니 나도 다시 한 번 삶의 방향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 식구 사는데 짐이 많이 없다고는 하지만 불필요한 것들이 있는지, 살 찐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식습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고기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건강을 위해 식재료를 한 번 더 생각하는 쪽으로. 요리에 대한 취미가 당장 생기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부엌과 더 친해지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나도 나만의 부엌 살림 패턴을 만들어 봐야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 저녁에 설거지 한 걸 정리하고(물론 이건 전 날 저녁에 부엌 마감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니, 매일 저녁 부엌 마감을 일단 해야겠다) 작두콩차를 끓이고, 남편의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와 나의 아침을 준비하고 1차 정리를 해 놓고, 다른 집안일을 하고 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진 후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간식과 저녁을 준비해 놓고,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하루의 부엌 마무리를 하는 이 패턴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 봐야겠다. 그때 그때 하는 것과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것 사이에서 매일 갈등하지만 부엌일은 정말 부지런해야 함을 느낀다. 내일 부엌 구석구석 뭐가 들어가 있는지부터, 가스레인지 기름때부터, 냉장고에 도대체 뭐가 들어가 있는지부터 살펴봐야겠다. 나도 언제가는 점심에 저자처럼 건강한 식사를 여유롭게 하고 있겠지.


혼자 사는데 집밥을 한 번 해보고 싶은 사람, 나를 잘 챙겨주지 못해 나에게 미안한 사람, 잦은 외식으로 건강이 안 좋은 사람, 바쁘고 피곤한 세상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