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 스님이 오대산에서 보낸 편지
정념 지음 / 불광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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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다른 종교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절의 위치가 자연적이라서 좋고, 유명한 스님의 책들은 읽을 기회가 있으면 읽는다. 나쁜 말은 없으니. 이 책은 모르는 스님이 쓰신 책이지만 느낌이 좋아 읽게 되었다.


오대산 월정사 주지스님으로 일하고 계신다. 책을 보니 주지스님의 역할 뿐 만 아니라 오대산 자연명상마을도 운영하고 있고, 사진을 보니 시설이 참 정갈하다. 나는 명상이나 요가, 마음을 비워내는 일도 관심이 있어 기회가 있다면 한 번 참여해보고 싶기도 하다. 불교의 묵언수행도 참 매력적이다. 물론 나는 좀 힘들겠지만


시대적 요구에 맞는 혹은 시대적 요구를 앞서는 일을 해오시는 분인 것 같다. 교회도 그렇지만 자신의 역할만 하시는 목사님이 있는가하면 여러 방면으로 기획하고 실행하시는 분도 있다. 무엇이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시대의 요구에 맞는 여러 일들을 하는 종교인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로.


글도 좋았지만 그림도 너무 좋았다. 내가 너무 좋았던 글을 이어 기록을 하겠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압도당했던 사진이 있다(p,182~3). 숲에 둘러 쌓인 월정사의 모습이었다. 두 페이지에 꽉찬 사진이었는데, 그 중간에 월정사가 있다. 그 이외에는 다 숲이다. 이 사진을 보고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글이 주는 울림도, 그림이 주는 울림도 참 좋았다.


모든 글이 차분하니 주옥같았지만


p.32

행복의 필수 요건은 무엇인가? 바로 흔들림 없는 마음, 부동심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마음은 변화무쌍해서 쉽게 흔들리고 순간순간 바뀝니다. 그에 반해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마음, 단 하나의 잡념도 없는 고요한 마음, 그런 마음을 부동심이라 합니다.


작은 거 하나에도 마음이 왔다갔다, 내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생각했던 시절. 기분이 좋든, 화가 나든 표현을 해야 상대방이 알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드니 화를 낼 일도 적어지고 행복한 일도 그려려니 해지는 기분이랄까? 부동심은 아주 먼 이야기 같지만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참 중요한 것 같다. 권태기가 아닌 부동심에 더 가까워 지고 싶다.


p.73    

절 집에서 가장 흔한 말 중에 하나가 "집착하지 말라." 입니다. 손에 꼭 쥐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듯 붙잡고 있던 생각, 사로잡혀 있던 감정을 흘러갈 수 있도록 놓아주라는 뜻입니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우리가 겪는 고통의 상당수가 집착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집착을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로잡혀 있던 감정이 흘러갈 수 있도록 놓아주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윗집의 쿵쾅하는 소리에 부정적인 감정이 사로잡혀 온통 신경이 천장으로 집중되는데 ㅠㅠ 월정사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중 윗집에 사는 사람들이 외출을 하고, 이제야 비로소 새 소리가 들리면서 그 소리에 집중을 하려고 한다. 이런 게 흘러가는 건가?


p.82

넉넉하지 않은 것을 걱정하기보단 평등하지 못한 것을 먼저 걱정해야 합니다. 지극한 사랑과 자비심으로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의 불안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스님은 사회적인 부분도 관심이 많은 신 듯 하다.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으시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니 자연스럽게 듣게 되시겠지만. 종교의 지도자라는 위치가 사실은 사회현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가 힘들지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위치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 보다는 불경을 통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소통과 사랑 그리고 자비심과 이해 이런 것들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요즘 보면 우리 나라는 극과 극으로 나뉜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p.280

"내가 노력해서 얻었으니 내 것이다."

일견 타당한 듯 보이지만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내 것'이라는 소유관념에 사로잡히는 순간, 그는 재물과 권력을 이용해 타인 위에 군림하려 들게 됩니다. 그런 재물과 권력은 녹지 않는 눈처럼 살벌합니다. '내 것'을 지키고 확장하는 데만 골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배타적이고 계급화 될 것입니다. 나의 이익과 관련되지 않으면 돌아보지도 않는 사회, 가진 재물과 권력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 그런 사회는 아름다운 공동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스님이 쓴 이 내용을 읽으면서 어쩌나, 이런 생각이 든다. 너무 내 것에 집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 할일만 끝내면 된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결정한 것이 옳다, 나 살기 바쁜데, 내 일이 아닌데..... 이런 생각들이 나 뿐 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시대이다.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노력해서 얻었으니 내 것이 아닌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 생각이 스님의 말을 들으니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346

많은 이들이 돈과 명예를 쌓고 또 쌓으면 행복해진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돈과 명예를 구하고 또 구합니다. 그렇게 하면 행복이 옵니까? 행복이란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부를 쌓고 권력이 높아지며, 명예를 얻는다고 해도 진정한 행복은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내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찾아 그것을 내 소유로 만들면 행복해지리라 여기는 것, 그것이 바로 어리석은 욕심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끊임없이 찾는다. 나도 내 남편에게 종종 물어본다. 행복하냐고? 나에게도 물어본다. 행복하냐고? 사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은 내가 충분한 돈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돈 때문에 힘들게 사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돈 많으면 좋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사실은 그게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돈이 많아 불행한 쪽으로 가지 않고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돈이 많다고 다 불행한 것도, 돈이 적다고 다 불행한 것도 아니지만 불교에서는 무소유를 강조하기 때문에 가지면 가질수록 얻으면 얻을수록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좋은 말도, 자꾸 내 눈에 그리고 내 마음에 넣어줘야 한다. 그 때만 아, 맞아. 그러고는 돌아서면 또 잊어버리기 때문에 이런 좋은 말은 계속 넣어주는 게 좋다. 매일매일 마음 훈련을 해야하는 것 거처럼, 스님처럼 매일매일 수양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야 다시 마음을 잡고 앞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 신자이면 이 책을 강추이다. 그리고 마음이 편하지 않은 사람도 읽으면 좋겠다. 내 삶을 한 번 점검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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