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가정식 - 나를 건강히 지키는 집밥 생활 이야기
신미경 지음 / 뜻밖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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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먹는 식사는 점심이다. 아침과 저녁식사는 남편과 같이 먹거나, 아이와 먹으니까. 혼자 먹는 점심은 건너 뛰는 경우가 많다. 주부가 되어보니 설거지와의 전쟁이다. 뒤돌면 설거지가 쌓이고, 쌓인 설거지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니 아침을 가능하면 든든하게 먹고 점심은 먹지 않는 것으로 해버렸다. (배고프면 뭐든 먹지만)


집안일, 특히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나에게 힘든 일이다. 식사를 준비하느니 설거지를 하겠다. 는 생각은 내 인생에서 변함이 없다. 그러니 좋은 식재료, 좋은 요리방법, 맛있는 음식 이런 것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고 한끼를 떼우는 거다. 아이 식사를 하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만 이 정도의 신경이 신경 쓴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아마도 건강한 혼자의 식사에 대한 내용을 것 같았다. 어떻게 만들어 먹는지 궁금했다. 나의 생각을 바꿔줄 수 있을까? 비슷한 책들은 요리를 하는 것에 의미를 굉장히 많이 두고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강조한다. 이런 방향은 나와 맞지 않는다. 왜냐면 난 요리에 많은 시간을 쏟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이 책에 있을까?


저자는 자신의 삶과 음식 그리고 레시피를 적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삶의 이야기도 지루하지 않고, 음식을 대하는 생각도, 레시피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p.170

어떻게 하면 요리 시간을 줄이고 재미있는 책 한 줄 더 읽을 수 있을지 궁리하는 내게 요리는 애정의 영역이 아닌 살림이다. 지금은 30분이 넘도록 냄비나 프라이팬 앞에 매달려야 하는 요리는 가급적 하질 않는다.


저자는 요리하는 시간을 짧게하지만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 요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1인분이기 때문에 양도 적고, 과하게 먹지 않는다. 요리하는 시간을 줄이고 책 한 줄 더 읽을 수 있는지 궁리하다니, 내 마음에 딱 들었다. 나도 이런 것을 원했다. 책에 있는 레시피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건강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p.101

매일 아침 가장 먼저 하는 부엌일은 건조대에 말려 둔 지난 저녁 설거지한 그릇 정리, 그다음 오늘 마실 일용할 물을 끓인다.


요즘 나도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작두콩차를 끓이는 일이다. 우리 가족이 모두 비염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기도 하고, 온 가족이 아침에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으니. 그리고 난 하루 종일 마신다. 저자는 보온병에 넣고 하루 종일 마신다고 한다. 우리집에 그렇게 큰 보온병이 있었나? 좋은 방법이니 참고해야겠다.


p.82

일상 요리를 하는 사람은 게으를 수 없고 따로 메모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계획을 세워 움직인다. 콩을 불려 두거나 채소 다듬기처럼 부엌에서 늘 다음 끼니를 위한 밑 작업을 미리 해놓아야 무리 없이 집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

p.89

부엌에서 힘을 절약하는 좋은 방법은 미루지 않는 청소에 있다. 부텈이 깔끔한 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공간인지 부텈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행주를 쥐고 물기를 바로 닦아야 얼룩이 남지 않아 다음 번에 힘을 들여 닦을 일이 없고, 가스레인지와 타일의 기름도 바로 닦아 주어야 묵은 기름때를 제거하려고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지 않는다.


요즘 나에게 가장 스트레스는 가스레인지를 닦는 일인데, 저자도 그렇구나. 그런데 나는 아직 부지런함과 부엌 살림의 패턴이 없다. 그래서 묵은 기름때를 손목이 나가도록 닦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엌일을 하다보면 정말 부지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부엌 청소도 저자의 말처럼 깔끔한 체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리고 냉장고의 음식들도 버리지 않고 다 먹으려면 계속 생각을 해야 한다. 이게 남았으니까 오늘은 이걸 해 먹고, 내일은 이 걸 해야 저 재료를 다 쓸 수 있고. 이건 오늘 못 먹으면 냉동실로 가야 하고. 이런 생각들  


p.75

작은 오솔길을 산책하고, 간단한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책을 읽고 늦가을 저녁에는 뜨개질로 시간을 보낸다.


저자가 상상하는 나만의 소우주, 나도 이런 삶을 꿈꾼다. 저 문장과 딱 일치한다. 실제는 집안일과의 전쟁이지만 말이다. 집안일이 메인이 아닌 책과 뜨개질이 메인이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저자와 함께 꿈꿔본다.


미니멀라이프, 소식, 채식을 향해 가는 저자를 보니 나도 다시 한 번 삶의 방향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 식구 사는데 짐이 많이 없다고는 하지만 불필요한 것들이 있는지, 살 찐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식습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고기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건강을 위해 식재료를 한 번 더 생각하는 쪽으로. 요리에 대한 취미가 당장 생기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부엌과 더 친해지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나도 나만의 부엌 살림 패턴을 만들어 봐야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 저녁에 설거지 한 걸 정리하고(물론 이건 전 날 저녁에 부엌 마감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니, 매일 저녁 부엌 마감을 일단 해야겠다) 작두콩차를 끓이고, 남편의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와 나의 아침을 준비하고 1차 정리를 해 놓고, 다른 집안일을 하고 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진 후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간식과 저녁을 준비해 놓고,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하루의 부엌 마무리를 하는 이 패턴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 봐야겠다. 그때 그때 하는 것과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것 사이에서 매일 갈등하지만 부엌일은 정말 부지런해야 함을 느낀다. 내일 부엌 구석구석 뭐가 들어가 있는지부터, 가스레인지 기름때부터, 냉장고에 도대체 뭐가 들어가 있는지부터 살펴봐야겠다. 나도 언제가는 점심에 저자처럼 건강한 식사를 여유롭게 하고 있겠지.


혼자 사는데 집밥을 한 번 해보고 싶은 사람, 나를 잘 챙겨주지 못해 나에게 미안한 사람, 잦은 외식으로 건강이 안 좋은 사람, 바쁘고 피곤한 세상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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