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경매 - 핵심만 담은 부동산 경매 & 왕초보 투자자들의 실전 투자 분투기
김진원 지음 / 천그루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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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은 아니다. 부동산 가게에 같이 경매공부를 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본 건, 아마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오기 전이니까 적어도 3년은 된 것 같다. 그리고 나서 최근에 이 책을 보고 경매가 어떤 건지 궁금해졌다. 책 제목도 우아한 경매..... 마음에 든다.

이 책은 앞에는 경매에 대한 이론이 있고, 뒤에는 실전 경험이 있다. 돈은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면 쓴다. 이거 이 외에는 뭘 해본 적이 없어 경매에 대한 이론은 읽어도 이해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작 생각보다 쉽게 풀어 써 놓아 재미가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단어도 있고, 처음 듣는 단어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설명이 이해가 됐다.

진짜 내용은 뒤에 있는 실전 경매 분투기였다.

경매의 가장 큰 매력은 부동산을 시세보다 싸게 사서 제값에 팔아 이윤을 남긴다는 점이었다. 시세보다 싸게 사서 값이 오를 때 팔면 최대이윤을 볼 수 있는 간단한 공식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경험담을 보니 간단한 공식 뒤에 숨겨진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확실한 정보를 꼼꼼하게 분석해야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동산도 많이 다니고, 물건도 직접 보러 다니고, 경매할 때 마음 졸임, 대출도 받아야 하고,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을 내보내기 위한 마찰, 집 수리, 다시 내놓기 그리고 결국 수익 내기. 수익을 내기까지 생각보다 복잡했다.

10명의 실전 경매 분투기를 보니 적게는 몇 백만원부터 많게는 몇 천만원까지의 수익이 있었다. 그 수익만 보면 나도 당장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잠깐 행복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본업을 하면서 경매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게 맞을지도. 경매는 종잣돈이 있는 나이 든 사람이 하기엔 체력적으로 힘들고, 종잣돈이 없는 젊은 사람이 하기엔 고정적인 수익이 있어야 하니

경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책 한 권을 읽으니 전체적인 윤곽이 잡혀진다. 난 아직 종잣돈도 없고,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사기 당하기 딱 좋은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경매의 실패기만 적어 놓은 책이 있다면 아, 경매는 함부로하는 게 아니구나 라고 생각할텐데, 애석하게도 그런 책은 없을 듯 하다. 경매를 생각만 하고 있다면 첫 책으로 딱 좋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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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뿍이의 붙였다 뗐다 패션 코디 스티커북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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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다. 네 살 때였을까? 원피스만 입겠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거기에다가 뭐만 묻으면 옷을 갈아입는 것까지 추가되어 하루에만 기본 원피스 세 벌, 그리고 이 이상을 갈아입었던 적이 기억난다. 그래서 나는 여기저기서 원피스를 구걸해야만 했다. 그많은 원피스를 다 살 순 없었다. 빨래하고 빨래줄에 원피스만 이십벌이 넘었다. 잘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때쯤 아이가 고집인지 취향인지 모를 원피스를 내려놓았다.

 

 

 

그 이후 간혹 원피스를 고집하긴 했어도 심한 시기는 지나갔다 싶었다. 여섯살이 된 올해 아이는 또 한 번 패션취향을 고집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레이어드 스타일, 뭐든 겹쳐 입는다. 긴팔 위에 반팔은 기본이고, 바지 위에 치마까지 겹쳐지면 팬티고무줄에 바지고무줄에 치마고무줄까지 배에 자국이 남는데,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진정한 패피

 

 

 

이러던 중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사실 스티커북이면 엄마들은 쓸데없고, 아이들은 환장한다. 뗐다 붙였다, 그 단순한 작업이 그리 신이 날 수가 없다. 여러번 하게 되면 접착력이 떨어져 이곳저곳에 돌아다녀 엄마들을 환장하게 만드는..... 심지어 옷에 붙어 세탁 후 옷과 함께 딸려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옷을 코디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까? 해서 이 책을 받아 보았다.

 

 

 

캐릭터나 옷 그리고 소품들이 현실적이진 않다. 그래도 직업에 맞춰 옷을 입히고, 색깔별로 입히고, 적절한 소품들을 고르고 하는 동안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했다. 자신이 입힌 걸 보라고 하기도 하고, 잘 어울리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이런 옷을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책 뒤에 옷장을 그려놓아 거기에 옷을 걸어놓듯 붙여 놓을 수 있었다. 자신만의 옷장을 갖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스티커는 다양했고, 종류도 많았고, 양도 충분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강추한다. 질리지도 않는지 계속 가지고 노는 걸 보면 가치가 있어보인다. 다만, 스티커 특성 상 그리고 이 책의 특성 상 뗐다 붙였다하는 동안 스티커의 접착력은 떨어지고 잘 붙지 않고 말리거나 떨어져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 부분이 좀 아쉽다. 마지막에는 테이프로 고정시켜 작품을 완성하듯 마무리를 지었다.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예전에 어깨 부분에 있던 고리를 뒤로 접어 종이인형에 옷을 갈아입히는 게 생각이 났다. 이런 스타일도 아직 구매가 가능하다고 하니 나중엔 아이와 종이인형을 한 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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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의 말을 먹고 자란다 - 15년차 상담교사가 알려주는 부모와 아이의 행복한 대화법
지현영 지음 / 아마존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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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육아책을 읽지 못했다. 여섯 살 아이와 크게 문제가 없기도 했지만 육아책을 지속적으로 읽는 건 개인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꾸 나를 반성하게 되니까. 가끔씩 읽어줘야 뜨끔하기도 하고 좀 더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육아책을 한 권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이 '아이는 부모의 말을 먹고 자란다' 맞는 말이다. 아이의 학교생활과 학습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말이라는데, 여기서 또 좌절을 한다. 역시 부모의 책임과 문제구나.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 진리는 아이를 다 키우는 그날까지 나를 괴롭히면서 성장시킬 것 같다.

 

쉬운 아이(easy baby)는 어렸을 때부터 '순둥이'로 불리며, 자라면서 '엄친아'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들의 경우, 다른 사람이 시키는 것은 잘 하지만 정작 본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른다. p.56

기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쉬운 아이, 어려운 아이, 더딘 아이,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아이. 기질이라는 말은 부모가 숨기에 가장 좋은 말이다. 원래 타고난 기질이 그래, 태어날때부터 저랬어. 라고 말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하지만 그 기질 또한 어디에서 왔는가?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다. 물론 저렇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도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굳이 내 아이를 대입시켜 본다면 쉬운 아이에 속한다. 정작 본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른다니 이 부분에 신경을 써서 키워야 겠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자신의 잘못된 말과 행동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흔하다.....아이들의 이러한 방어막은 잘못한 것을 모른다기보다는 사과하는 법을 모른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p.145

 

 

책 중간에 '심상을 드러내는 방어의 말' 이라는 제목이 있는데 이 책 중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내용이다. 저자는 관계는 상호적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나를 비난한다면 내 잘못을 돌아보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내가 "당신은 왜 맨날 늦어?" 라고 했을 때 "내가 많이 늦었지?" 라고 인정한다면 상대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정보다 방어에 익숙하며 사과가 불편하다. 사과는 내가 잘못한 걸 인정해야 하는데 우리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기가 어렵다. 짧게 끝날 수 있는 것을 길게 만들고 사이가 나빠지고 관계가 회복되기 어렵게 만든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할 수 있도록 자녀를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아이와의 대화에서 부모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에게 사과하면 된다.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듣고 아이가 자란다니, 아이에게 말을 하기가 무서워진다. 내가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할 때 나오는 말들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건 알고는 있지만 실전에서는 컨트롤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배워야 한다. 아이와 의사소통 방법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떻게 해야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 이해도 쉽고, 배우기도 쉽다. 무조건적 수용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적당한 선을 찾는 것, 그리고 아이를 배려하는 것,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금 더 공부를 해보자. 아이와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면, 이 책 대로 하더라도 순식간에 바뀌지 않을 거다.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해보자. 늦지 않았다. 부모의 노력은 아이들이 가장 먼저 알아줄 것이다. 모든 부모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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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때마다 한 발씩 내디뎠다 - 우울함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러너가 되기까지
니타 스위니 지음, 김효정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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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러너가 되기까지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어느 부분에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강아지와 함께 달리기하는 표지인가? 아니면 내가 매일 꿈꾸는 걷기운동?

살수록 운동의 중요성은 너무나 잘 알겠다. 하지만 살수록 운동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난 지금 아이 등하원에 맞춰 직장을 유지하는데도 버겁다.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혹은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뛰는 것도 운동인가? 어쨌든 내 상상 속에서만 내가 달린다. 저자는 어떻게 운동을 시작했을까?

우울이나 무기력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만나고 있다. 사실 그 동굴에서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인생에 터닝포인트도 쉽지 않다. 변화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사실 시간을 정해놓고 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나가면 되는 일이..... 너무 어렵다.

에드는 내게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지만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 원래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과묵한 성격 때문이었다. 찬성 비슷한 말도 꺼내지 않았다. 칭찬조차 내게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의 절제된 격려에 나는 계속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을 느꼈다. p.28

주인공의 남편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편이다. 주인공은 변호사가 된 이후에 정신병으로 집에만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일상생활도 모두 어렵다. 무언가를 해보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왜 못하냐고 질책하지도 않는다. 절제된 격려가 참 쉽지 않는데, 주인공의 남편은 이걸 해낸다. 자신의 직장이 있는데 주인공의 마라톤을 쫓아 다니거나,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자신의 출장에 주인공을 데리고 가거나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끌고 간다.

1차 진료 의사는 발목 전문의처럼 달리지 말라고 하진 않았어도 달리기가 해롭다고 보았다. 나는 의학박사 두 명의 조언을 거스른 셈이다..... 의사선생님의 지시를 무시한 것은 그냥 아집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님 정신병 때문이었는지도. 러닝 닥터, 상담사, 정신과의사, 물리치료사, 남편, 개, 펭귄 친구들은 계속 달리라고 격려했다. p.148~149

주인공은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육체적으로도 그렇고 달리기를 하는 것이 힘들다. 의사는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럼 대부분의 사람은 안 한다.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 주인공은 아집이었는지, 정신병 때문이었는지 달리기를 시작하고 유지한다. 물론 그 사이에 발목과 다른 이유 때문에 많은 고비들이 있었지만 주인공은 멈추지 않는다. 핸디캡이 많은 데도 주인공은 달리기를 한다. 나는?

만성 우울증, 조울증, 불안 장애, 건강 염려증에 시달리고, 발목도 부실한 과체중의 50살 아중마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p.371

이 책을 다 읽고 남편에게 말했다. 나 마라톤을 좀 해보고 싶은데..... 가장 짧은 코스부터. 남편은 못한다에 한 표를 걸겠다고 했다. 달리는 걸 무진장 싫어하는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으니, 내 남편은 책 속의 남편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뭔가 꿈틀꿈틀 거린다. 나도 할 수 있을까? 언제 하면 좋을까? 걷는 것부터 시작할까? 바로 뛸 수 있을까? 내 발목은 괜찮을까? 살도 좀 빼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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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이야기 - 마트와 편의점에는 없는, 우리의 추억과 마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박혜진.심우장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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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챙겨보는 예능이 '어쩌다 사장'이다. 처음엔 조인성이 나온다고 해서 봤는데 시골 구멍가게에서 일을 하는 포맷에 점점 빠져들었다. 시골, 구멍가게 모두 나에게 잘 맞아 떨어졌다. 어렸을 때 시골에 살았던 건 아니어서 시골의 구멍가게를 경험하면서 컸던 건 아니지만 방학 때 할머니집에 가게 되면 구멍가게에 가서 사촌들과 과자를 사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너무 끌렸는데, 책을 받는 순간 헉, 너무 두꺼웠다. 거의 500페이지에 가까운 내용을 읽을 수 있을까? 책을 후르르 넘겨보니 거의 보고서급 내용인 것 같았다. 재미는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이런 고민은 쓸데없었다는, 술술 재미있게 읽었다.

이렇게 하게 된 것은 이 작은 구멍가게가 마을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열 두번씩 벌어지는 술자리인가 하면, 마을 우편물과 택배 보관소이기도 하고, 현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급전을 융통해주는 간이은행이기도 했다. 한때는 소화제와 반창고 등 간단한 구급약품까지 구비하고 있어서 간이약국으로 통하기도 했단다.

p.168

시골의 구멍가게의 역할은 너무나 다양했다. 단순히 물건을 가져다 놓고 판매하는 것을 떠나 마을의 일상이 깊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모든 건 다 관계로 통했다. '어쩌다 사장'에서 사장님도 이 작은 구멍가게 하나를 마음대로 닫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읍내로 나가는 차표도 팔고 있기 때문에 구멍가게가 문을 닫으면 읍내로 나갈 버스표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참으로 희안한 구조다. 이런 구조 속에서 느껴지는 끈끈함

구판장이 연쇄점이 되고 연쇄점이 하나로마트가 되는 과정은 근 사십 년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p.184

구멍가게보다 주로 재래시장과 경쟁해야 했던 슈퍼마켓은 1970년대 중반까지는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1974년에야 소비자들이 슈퍼마켓 이용에 익숙해지면서 비로소 수지 균형을 맞추게 되었다고 한다.

p.199

시골에 하나로마트의 등장은 구멍가게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가격이 싼 곳으로 이동하고, 많은 구멍가게들이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구석구석 들어선 프랜차이즈 편의점도 구멍가게에 심각한 위기다. 어딘가를 놀러가게 되면 그 근처에 하나로마트가 있는지부터 찾게 된다. 살고 있는 곳에서 장을 봐서 가기도 하지만 숙소 근처에서 장을 보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어쩔 수 없는 변화이고, 구멍가게에서 살 수 없는 품목이 있다고 주장해보지만 마음 한켠이 씁쓸해졌다. 하나로마트와의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살아 남은, 살아 남았다고 보여지는 구멍가게들도 있다. 그간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하셨을까

아스팔트가 깔리니 그토록 말썽 많던 먼지가 사라져버렸다. 이제는 비 오는 날을 기다리는 심사도 사라졌다..... 먼지가 사라진 만큼 삶의 애환도 구멍가게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우리의 "곁"이 또 하나 사라져가고 있다.

p.464

구멍가게 사장님들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구멍가게를 시작하게 된 사정, 구멍가게를 그만두게 된 사정, 구멍가게를 계속 해야만 하는 사정..... 구멍가게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너무나 이기적일지도 모르겠다. 지켜야 하고 보존해야 하는 것들이 시대와 상황에 맞춰 없어지는 게 너무나 아쉽다. '어쩌다 사장'을 보니 구멍가게는 단순하게 이익을 추구해서는 절대 운영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사람이 다 도시로 옮겨지고 남겨진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아닐까? 어른들은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아이들은 과자를 사러가는 전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 바로 구멍가게이다.

2년에 걸쳐 이 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답사를 다니고 정보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하고.....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이 두 저자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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