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71 | 72 | 73 | 7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는 내 뜻과 같지 않게 사는 것은 질색이다. 나를 잃어버리고 남을 살아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자기 마음대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참된 자기 것을 가질 수 있기에."

--- 장욱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라보는 것마다 정겨워질 수 있는 눈을 뜨는 것, 스쳐간 것들마다 그리움으로 남겨지는 가슴을 가지는 것, 알 수 없는 미래를 자기 속으로 끌어들여서 확인 할 수 있는 현재로 만들어가는 성취에 다다르는 것, 그게 생이지 않겠는가.

--- 하종오, <도요새>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 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 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 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스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도 난
감옥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 노희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초콜렛 2004-02-2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발길 닿는데로 와보니 마음에 와닿는 글이 있군요. 퍼갑니다. 고맙습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71 | 72 | 73 | 7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