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또 털을 홀랑 밀어줬다. 오빠가 털 기르는 걸 좋아하고, 지지펫(깨비가 다니는 동물병원 겸 애견까페)에 있는 코카 아이들을 봐도 다들 어찌나 이쁘게 털을 길렀는지 나도 이번엔 꼭 길게 길러주리라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름이 다가온 것이다! 워낙에도 헥헥거리는 녀석이 더더욱 헥헥거린다. 듣기 괴롭다. 자려면 귀옆에서 헥헥거리면 뜨거운 숨을 뱉어내는데 어찌 안 괴로울 수 있으랴. 그래도 꾹 참고 있었는데, 오빠가 "깨비는 털이 이쁘게 자라질 않는 거 같애. 역시 전에 털 밀어줬을 때가 이뻤던 거 같지?"라고 말을 툭 던지는 것이 아닌가.
옳거니! 기회는 이 때다하고 나는 "그지? 여름도 됐는데, 털 확 밀어줄까?"라고 말하고 냅따 동물병원으로 날랐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깨비도 몸매나 그 미모가 많이 망가진 게 아닌가! 이런이런. 요새 너도 방심했구나. 짜식, 털이 천날만날 붙어있는 줄 알아?
아무튼... 털을 밀어준지 일주일째, 요즘 깨비가 또 켁켁 거린다. 원래 기관지가 안 좋은 앤데 큰일이다. 워낙 요새도 병원에 돈을 쏟아넣고 있는 중이라, 왠만하면 놔둬볼까 했는데 아침마다 천식환자처럼 기침을 해 우리 잠을 깨워대니...
오빠가 병원에 대려가서 엑스레이도 찍고, 피검사도 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단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하는 건지, 아님 더 심각한 병일지도 모른다고 더 걱정을 해야 하는 건지...
깨비야 제발 좀 건강해주렴. 이 웬수딩이야. ㅠ.ㅠ